[친절한 금자쌤의 공감대화] "네가 늦게 와 화가 나!"를 '공감대화'로 표현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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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쌤의 공감대화] "네가 늦게 와 화가 나!"를 '공감대화'로 표현하면?
  • 서혜정 기자
  • 승인 2016.08.16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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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공감대화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기대가 가득하다. 왜냐하면, 이 글이 어느 분의 마음에 닿아 그 분이 말하는 법을 바꾸어 삶이 나날이 풍요롭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걱정도 된다. 이 글을 읽을 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법을 이렇게 바꿔야겠군.'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하는 분이 분명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처럼 기대를 하거나 걱정을 하는, 두 가지 느낌은 '바람'으로 인한 것이다. 기대가 가득한 느낌은 공감대화법으로 삶이 풍요롭게 변화되는 것을 바라기 때문이고, 걱정되는 느낌은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할까봐 생긴 것이다. 느낌과 바람은 이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느낌의 밑에 바람이 있다. 바람이 있어서 느낌이 생기는 것이다.

공감대화를 네 항목으로 구분해 보면, ‘상황, 느낌, 바람, 부탁’이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느낌이다. 공감대화에서는 '느낌'을 세밀하게 인식하는 것과, 그 느낌이 생겨난 '바람'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세밀한 느낌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생긴다. 바라는 것이 성취되었을 때 느낌이 생기고, 성취되지 못하였을 때 느낌이 올라온다.

시를 좋아하는 학생이 12시에 서점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해 시간에 맞춰 책방으로 간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학생은 12시에 책방에 들어서서 친구가 아직 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책을 구경하다가 읽고 싶었던 시집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으로 시집을 읽기 시작해 마지막 시를 읽고 고개를 들었더니 시계가 1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어고, 친구는 그 때 막 책방에 들어서고 있었다.

이 때 학생의 느낌은 '고맙다'일 것이다. 그래서 친구에게 '30분을 내가 활용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운걸. 왜냐하면, 내가 읽고 싶었던 시집을 읽을 수 있었거든.' 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학생의 '느낌'은 '고맙다'이고, '바람'은 '읽고 싶었던 시집을 읽을 수 있는 30분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 바라는 것이 충족되어서 고마운 느낌이 생긴 것이다.

반면, 책에 관심이 없는 학생이 12시에 서점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하고 12시부터 친구를 기다렸는데, 연락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12시 30분에 친구가 나타났다면 이 학생은 화가 치밀었을 것이다. 이 느낌은 약속을 잘 지키는 친구를 갖고 싶은 바람에서일 수도 있고, 서성거린 30분을 소중히 사용하고 싶은 바람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늦게 온 친구에게 '너와 내가 약속을 잘 지키는 친구 관계이고 싶은데, 오늘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어서 화난다.' 혹은 '널 기다리느라 30분 동안 초조했고, 시간을 허비했다고 생각해서 화나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느낌을 말하고, 바람을 말하는 것이 공감대화의 핵심이다.

이 두가지 사례에서 보듯이 30분 늦게 책방에 도착한 친구를 기다린 것이 학생의 '바람'을 자극했다. 자극을 받은 각각의 바람에서 각각의 느낌이 나온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은 내 느낌의 원인이 아니다. 단지 내 바람을 자극하는 것이다.

내 느낌은 내 바람 때문에 내게서 생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네가 늦게 와서 화가 나!'라는 말 보다는 '나는 약속하면 지키려고 노력하는 친구를 갖고 싶은데, 연락도 없이 30분 늦게 온 것을 보니 화난다!'라고 말하는 것이 공감대화의 표현이다.

위와 같이 공감대화로 말한 것을 늦게 온 친구가 들으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미안한 느낌이 들

것이다. 친구와 즐거운 만남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는데, 자신이 늦어서 친구가 화가 났기 때문에 생긴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네가 늦게 와서 화가 나!'라는 말을 들으면 비난으로 들릴 수 있다. 공감대화는 상대를 비난하지 않고, 자신의 느낌과 바람을 말하는 것이다.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대화법이 공감대화이다. 늦어서 서둘러 들어오는 친구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그것을 말로 해준다면 그 말을 듣는 사람은 마음이 놓일 것이며, 친구를 이해하는 말을 하면서 너그러워 질 것이다. 그 순간 두 사람의 관계는 우주를 품을 수 있을 만큼 넓어질 것이다.

백금자 서울 관악고등학교 수석교사

 

 

 

서혜정 기자 alfime@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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