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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보도’ PD수첩 5명 무죄..."서둘러 협상 체결한 정부 비판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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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보도’ PD수첩 5명 무죄..."서둘러 협상 체결한 정부 비판 한 것"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1.09.02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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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신종철 기자]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일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에 대한 왜곡ㆍ과장 보도로 협상에 관여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 등 공무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MBC ‘PD수첩’ 제작진 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문화방송 PD수첩 제작진 5명은 조능희 책임프로듀서, 송일준ㆍ김보슬ㆍ이춘근 PD, 김은희 작가다. PD수첩은 2008년 4월 29일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몰랐거나 알면서도 은폐ㆍ축소한 채 수입 협상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은 검찰 손으로 넘어갔고, 검찰은 “허위보도로 수입협상에 관여한 당시 정운천 장관과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 등 공직자들의 자질 및 공직수행 자세를 비하함으로써 공직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또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ㆍ판매업자들 7인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문성관 판사는 지난해 1월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PD수첩 제작진 5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먼저 “걷지 못하거나 서지 못해 주저앉은 ‘다우너 소’가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도한 것은 허위”라는 것에 대해 재판부는 “소가 주저앉는 이유는 수십 가지가 있고 미국이 1997년 사료금지조치를 취한 이후에 태어난 소에서는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다우너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인들이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다우너 소들을 ‘광우병 의심소’라고 보도했다고 하여 이를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방송에서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에 걸려 사망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도한 것은 허위’라는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아레사 빈슨이 MRI결과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받고 사망했고, 이 사건 방송 당시까지는 그에 대한 사인이 밝혀져 있지 않았으므로, 방송 후에 실제 사인이 급성 베르니케 뇌병변으로 밝혀졌다고 하여, 이 부분 보도 내용이 허위라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송에서 ‘한국인이 광우병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94% 가량 된다’고 보도한 것은 허위라는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먼저 “농림수산식품부의 2007년 9월 전문가 회의 자료에도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취약하다고 기재돼 있고, 이 사건 보도 전에도 많은 언론들은 이런 연구결과를 인용해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고 보도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보도내용 전체의 취지는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것이어서 비록 그 보도내용 중간에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약 94% 가량 된다’는 내용이 들어 있기는 하나, 이는 전후 문맥에 비춰 과장되거나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표현으로 보이므로, 이 보도내용은 중요한 부분에 있어 객관적인 사실과 합치돼 허위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허위사실 유포로 인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들에 대한 업무방해에 대해서도 “방송 내용은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인들이 방송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들은 방송을 통해 쇠고기 수입 협상의 문제점을 비판했던 것이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 판매하는 사람들의 업무를 방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무방해 부분도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9형사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일부 방송보도에 대해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소가 주저앉는 증상이 발생하는 원인에는 광우병 외에도 대사장애, 골절, 질병으로 인한 쇠약 등 수십 가지의 다양한 원인이 있고, 미국에서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를 취한 1997년 이후 미국에서 출생한 소 중 광우병에 걸린 소는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고,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부터 2009년 2월까지 주저앉는 증상을 보인 소 중에서 광우병 소는 발견된 적이 없는 점 등에 비춰 보면 다우너 소 동영상에 등장하는 다우너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아 보여 이 방송보도는 허위”라고 판단했다.

또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에 걸려 사망했거나 사망하기 전 오로지 인간광우병 의심진단만을 받았기 때문에 인간광우병에 걸려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는 부분은 객관적 사실과 다른 허위”라고 봤다.

재판부는 그러나 “쇠고기 수입 협상 시작 2일 전에 미국에서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고 사망한 사실, 우리나라 사람이 유전적 요인 및 식습관 때문에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유력한 논문이 있는 사실, 일본ㆍ호주ㆍ대만 등은 우리 쇠고기 수입 협상보다 엄격한 내용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사실 등을 근거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 및 쇠고기 수입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충분한 시간과 검토 없이 서둘러 협상을 체결한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방송의 전체적인 취지는 국민의 먹을거리와 우리 정부의 정책에 관한 것으로서 공공성ㆍ사회성을 가지는 것이고, 이런 방송 주제는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는 한 민주주의의 토대인 여론 형성이나 공개 토론에 이바지할 수 있는 주제이며, 쇠고기 수입 협상에 관련된 공무원인 피해자들은 당연히 공적인 인물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공인인 피해자들의 공적 업무에 관한 비판을 담은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죄의 성립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사적인 영역의 사안과는 심사기준을 달리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 사건 방송 중 다우너 소, 아레사 빈슨, MM형 유전자 관련 각 보도가 지나친 과장과 일부 번역오류, 진행자의 잘못된 발언 등에 의해 결과적으로 허위에 해당하나, 그러나 잘못된 발언이나 번역오류 등이 피고인들이나 번역자 등이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편집 방법에 있어서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려는 의도로 방송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과장이 있다 하여 허위사실을 작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공적 사안에 대한 비판에 있어서는 언론(표현)의 자유가 보다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는 원칙에서 종합해 보면, 비록 방송으로 인해 피해자들의 사회적 평가가 저해될 수 있더라도,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방송 보도의 내용이 일부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보도의 취지에 비춰 볼 때 피해자들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려우며, 달리 피고인들의 범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랐으나, 대법원도 2일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며 무죄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 또는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언론보도로 인해 그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에 관여한 공직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될 수 있더라도, 그 보도의 내용이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그 보도로 인해 곧바로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신종철 기자 sjc017@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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