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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캄보디아의 원달러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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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캄보디아의 원달러 보이
  • 강병환 논설위원
  • 승인 2016.04.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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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병환 논설위원(정치학 박사).

[강병환 논설위원] 지난달에 캄보디아를 다녀왔다.

북으로는 태국 국경 부근부터 시작하여 남으로는 메콩강이 합류하는 수도인 프놈펜까지 근 450킬로미터를 고찰할 기회를 가졌다.

동남아시아는 크게 미얀마, 타이,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의 대륙동남아와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도서동남아로 분류한다. 이들 지역은 우리가 콩으로 간장을 만든다면, 생선을 발효시켜 어장(魚醬)을 만드는 문화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역사적으로 바다와 국가문호의 개방성은 대체적으로 비례하는 경향이 있는데, 도서동남아가 대륙동남아에 비해 그 개방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훨씬 부유하다.

특히 대륙동남아는 영국과 프랑스 세력의 절묘한 완충지대에 있었던 태국을 제외하고, 모두 제국주의 식민지로의 전락과 독립 그 후 내전으로 인하여 경제는 극도로 피폐되었고, 식민지 시대에 잉태되었던 주변 국가들과의 영토분쟁도 남아있으며, 국가의 개방성도 크게 뒤쳐져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캄보디아는 근 20년 이상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다가 1993년 유엔의 감시아래에서 총선거가 실시되었고, 입헌군주국이 되었다. 비록 1994년에 쿠데타 미수 사건이 발생했지만, 이것을 마지막으로 캄보디아 국내는 안정을 되찾았다.

1999년 동남아 국가연합(ASEAN) 가입을 시작으로, 2004년 WTO에 가입하여, 개방적 시장 경제를 견지하면서 안정적으로 높은 성장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느슨한 외환규제로 인해서 외국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 힘입어 캄보디아의 경제지표는 2011-2015년까지 7%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였고, 2016년 6.9% 2017년에도 6.8%, 2018년에는 6.8%를 기록할 것이라 세계은행(world bank) 보고서는 전망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3억달러를 투자한 건설경기의 호황과 유가의 하락, 수출의 완만힌 증가에 힘입어 강한 국내 수요가 있어왔다고 세계은행은 보고 있다.

한국 역시 1997년 캄보디아와 재수교한 이후 해외직접투자, 관광, IT, 건설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나아가 지난해 연말 동남아 경제공동체(AEC)의 출범도 향후 캄보디아의 시장성장 잠재력에 더 큰 힘을 실어 줄 것이고, 한국의 진출은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최근 들어 한국 금융그룹들의 캄보디아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미 수년전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국내 대형 은행들은 진출해 있으며, 지난해 KEB하나은행은 캄보디아 최대 은행이자 자산규모가 30억 달러인 에이스레다(Acleda)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고 송금업무를 시작했다. 전북은행은 프놈펜상업은행(PPCB) 인수에 성공한데 이어 웰컴저축은행이 현지 소액대출회사인 그린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인수했다. 한편, 코트라(KOTRA) 3월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대출업체인 ‘러시엔캐시’는 캄코 특별은행의 입찰에 참여하여 지난달 은행의 100% 주식을 구입하였다.

1500만의 인구, 최저 월임금 140달러, 1인당 국민소득이 1100달러 정도인 캄보디아에 한국의 금융 대기업이 진출하는 이유는 국내 은행권들의 순이자 마진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신한 국민 우리 하나 외환 기업 등 6대 주요 은행들의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평균 1.58%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평균인 1.74%에 비해 0.1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동남아시아 은행들의 순이자 마진은 대략 3~5%로 국내보다 2~3배 이상 높다. 특히 캄보디아는 10%가 넘는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는 외국자본 진입에 대한 정책이 외국기업에 매우 우호적이고 외환거래도 자유롭다. 또한 자국화폐인 리엘(Riel)이 있지만 미국달러를 그대로 사용해서 외환금융거래에 따른 환차손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제도상으로 특별한 규제가 없어 소액대출회사 등 금융회사 설립 및 인수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고, 산이 높을수록 골짜기도 더 깊은 법이다. 세계화의 추세와 더불어 자본은 손쉽게 오갈 수 있으나 이의 대척점에 있는 노동은 극히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봉제, 의류, 신발 등 노동집약적 산업의 발달로 인해서 수출의 70%를 저임금 노동에 기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 정부는 지나치게 자본을 보호한 결과 노동자파업에 대한 공권력을 서슴지 않고 투입한다. 또한 여러 명의 노조 지도자 간부들이 이름 모를 킬러들에 의해 살해되었다. 2015년 의류·신발업은 캄보디아의 핵심 산업으로, 1천여 개의 공장에 약 70만 명이 종사하며, 이중 한국 업체는 70여 개다. 특히 봉제업은 거의 대부분 외국계 자본들에 장악당해 있다.

일부 캄보디아인들은 외국 독점 자본에 의존하여 기업 활동을 보장받으면서 그들에게 예속되어 도움을 제공하는 매판자본으로서 활동한다. 훈센(Hun Sen) 정부는 국가주도의 경제성장정책으로 국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고 경제성장 이란 구호를 빌어 노동자의 입김을 단속한다.

이로서 국가와 일부기업들과의 정경유착과 각종 인허가를 둘러싸고 기업과 공무원들간의 부정부패의 고리가 연결된다. 정치적 안정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특히 2년 후 다가올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불안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훈센(Hun Sen)은 비록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부이지만 개발, 건설이라는 이름아래 노동을 탄압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전형적인 개발독재 정권을 2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선거를 통해 합법성과 정당성을 인정받았다고 하겠지만 불법과 탈법과 결과 조작은 일상사며, 2013년 7월 총선에서 반대당인 캄보디아구국당은 승패에 불복했다.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도 매우 심각하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2015년 부패인식지수(CPI,Corruption Perceptions Index)는 167개국 중 150위다. CPI는 공공 부문에서의 부패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부패를 "사적 이익을 위한 공적 직위의 남용"으로 정의한다. 이는 대륙동남아 국가인 태국 76위, 베트남 112위, 라오스139위, 미얀마 147위인데 비해 캄보디아는 가장 낮은 지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만큼 캄보디아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는 심각하다. 무엇보다도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적 갈등은 시한폭탄이다. 특히 프놈펜을 중심으로 수년 사이 부동산가격이 너무 빠르게 올라 한 평에 1000만원까지 가는 아파트도 등장했다. 만약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경우 그만큼 리스크도 크게 존재한다. 더군다나 개발과 건설의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 아동, 여성, 노인, 장애인들의 복지는 전무하다.

정치학에서 “정치란 무엇인가” 하고 정치의 정의를 이야기할 때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정의는 아마도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이 내린 "가치의 권위적 배분(authoritative allocation of values)"일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치란 ‘희소가치를 배분하는 행위’다.

희소가치란 돈, 권력, 명예, 지위 같은 것을 의미한다. 돈과 권력과 명예와 지위를 독점하고 모두 가진다는 것은 절대왕정의 왕이 되겠다는 것이다. 국가의 예산 역시 우선순위의 배분이다. 무엇이 우선순위에 있는지는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캄보디아에는 21세기와 19세기가 공존하고 있다. 최신형 스마트폰으로 무장하고 고급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유치원에 가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야 할 꼬마 아이가 조그만 기념품을 내밀면서 ‘원달러’를 외치고 있다. 과연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의 토끼는 같이 잡을 수 없는 것인가. 요즘 들어 한국 아이들을 볼 때면 캄보디아의 원달러 보이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강병환 논설위원 sonamoo3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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