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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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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희영 기자
  • 승인 2015.12.1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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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최희영 기자]  '유종의 미'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끝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끝이 있어서 아름답다'이다. 그렇다. 이 스산한 겨울도 끝이 있어서 좋지 않은가? 눈 덮힌 들판은 황홀하다. 그러나 설원이 황홀한 것은 그것이 한시적이기 때문이다. 꽃이 아름답지만 사시사철 피어 있으면 과연 아름다울까? 청춘이 가슴 설레는 것은 세월이 덧없기 때문이 아닐까?

끝이 있다는 것은 변한다는 뜻이다. 세월은 흐르고 흐르기 때문에 변한다. 세월이 바뀌면 만물이 바뀌고 만사도 변한다. 세월이 변하고 세상만사가 변하는데 사람 마음인들 철석 같으랴! 주역은 두루 바뀌는 이치다. 그런데 바뀔 역자가 쉬울 이자로도 쓰인다. 바뀐다는' 이'자가 같이 쓰인다는데 묘미가 있다. 세상은 바뀌고 바뀌는 것은 쉽다. 그런데 그 바뀌는 것이 마구잡이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법칙이 있다.

주역은 그 법칙을 제시하고 거기에 순응하면 흥하고 어긋나면 망한다고 말해준다. 주역의 의미는 두루 '주' 자에도 또 다른 의미심장함이 있다. '두루'는 여기저기, 즉 무소부재의 뜻과 함께 언제나의 뜻이 함축돼 있다. 그래서 '시종'이라고 하지 않고 '종시'라고 한다. 시종은 끝으로 끝나는 직선인 반면 종시는 순환반복의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

을미년의 끝자락이다. 싫든 좋든 을미년은 간다. 그리고 병신년 새해가 온다. '닭 모가지를 비튼지 오래다. 이처럼 모든 것은 흘러가는 과정일 뿐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일진의 새벽 천시의 사계절은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멀지 않고 혹한이 극에 달하면 봄이 멀지어도 새벽은 온다'던 사람도 가고 그가 풍미했던 한 시대도 간지 오래다.

이처럼 모든 것은 흘러 간지 오래다. 이처럼 모든 것은 흘러가는 과정일 뿐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일진의 새벽 천시의 사계절은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멀지 않고 혹한이 극에 달하면 봄이 멀지 않지만 역사의 봄 인간사의 새벽은 그처럼 규칙적으로 오지 않는다. 일어나 밭 갈지 않은 농부에게 봄은 없고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민족에게 새벽은 없다. 계속 여름이라도 내 의식이 토굴에서 동면하고 있으면 겨울이요, 설한풍 몰아치는 겨울이라도 내 가슴이 열정으로 타오르고 있으면 나는 지금 작렬하는 태양 볕과 씨름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가는 세월을 서글퍼 하는가? 해가 중천에 있을 때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낸 사람이 지는 해를 야속해 한들 무슨 소용이랴. 누가 오는 세월을 막연하게 기다리는가? 오는 세월을 설레는 가슴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태양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떳다가 지고 또 다시 뜬다. 그 의미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병신년을 벅찬 가슴으로 맞이하려거든 지금 이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그 120년 전 을미년, 남도 농민들의 함성이 이제야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 것인가? 앉아서 기다리는 민족에게 역사의 봄은 오지 않는다. 누워서 꿈만 꾸는 자에게 꿈이 현실이 되지는 않는다. 일어나라. 깨어라. 그리하여 찬란한 새해 새아침, 눈부신 태양을 맞이하자.

최희영 기자 jangun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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