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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단감을 수확하는 날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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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단감을 수확하는 날의 행복
  • 이홍규 편집위원
  • 승인 2015.10.16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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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규 편집위원
푸른 하늘에서 햇살이 살포시 이슬 맺힌 풀잎위에 영농하게 빛나는 아침에 온 가족이 단감 농장으로 향했다.

거친 비람과 폭염을 견디고 주렁주렁 열린 단감이 어른 주먹만 하여, 따서 입안에 넣고 씹으니 은은하게 단맛이 혀를 통해 온몸에 전달되었다.

십년 전에 단감나무 이십 구루를 사다가 밭에 심었는데, 이렇게 열매를 맺게 되니 감개무량(感慨無量)함에 눈시울이 적셔졌다. 어린나무 때부터 퇴비를 주고, 가지치기를 하고 나름대로 정성을 들여 보살핀 보람을 오늘에 느끼게 되었다.

아이들이 단감을 따는 재미에 폭 빠져서 연신 미소를 머금고 바구니에 가득 담아 가져오면, 박스에 담았다.

올해는 일조량이 많이 당도가 높고 맛이 좋아, 소비자들이 무척 기뻐할 것으로 예상되니 마냥 즐거웠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단감을 따는 두 딸의 손놀림이 제법 능숙하게 움직이고, 수확의 기쁨을 누리며,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과 거친 비바람을 모두 이기고, 주황색의 열매를 주인에게 선하고, 차분히 가을바람에 흔들리며 침묵을 지키는 단감나무를 어루만졌다. 수확은 기쁨과 동시에 한해를 마무리하는 차분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농사를 지으면서 땅과 나무에게 충분하게 정성을 쏟아야 하고, 하늘의 순리에 순응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욕심을 부린다고 해서 더 많은 수확을 얻는 것이 아니고, 오직 자연의 법칙에 맞게 농사를 짓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온 가족이 수확한 단감을 박스에 다 담으니 오십 박스나 되었다. 올해는 큰 자연재해가 없어서 수확이 많이 나왔다. 이 기쁨은 일 년에 단 한번만 누릴 수 있는 선택된 자들에게 주어진 것이다. 한해의 농사를 관리해 주신 하나님께 하늘 향해 감사를 드렸다.

수확한 단감박스를 트럭에 싣고 농장을 내려오니, 하늘에 뭉게구름이 푸른 하늘을 지나가고 있고, 들판의 잘 익은 벼들이 바람에 물결을 일으켰다.

농협의 공판장에 들려 수확한 단감을 넘기고 빈 트럭으로 돌아오는 길은 허탈한 마음이 가득했다. 일 년 동안 정들여 키워 정이 많이 들었는데, 참 아쉬웠다. 농사짓는 농부의 마음은 다 이렇게 자식을 키우는 심정으로 농산물을 키운다.

다음 주에 벼를 수확해야 하니, 논에 가서 논둑의 물꼬를 터서 물을 흘러 보냈다. 물이 도랑을 향해 흘러가는데, 석양에 노을빛이 서산마루로 서서히 사라졌다. 어둠을 등 뒤로 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풀숲에서 풀벌레 노래 소리가 들렸다.

이홍규 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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