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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스타벅스 코리아가 ‘세계 최고’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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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스타벅스 코리아가 ‘세계 최고’인 이유
  • 조성진 편집국장
  • 승인 2015.07.30 0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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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조성진 편집국장] 만일 수중에 단돈 5000원만 있다면 한 끼 식사 대신 커피를 선택할 만큼 나는 골수 커피매니아다. 커피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취재차 국내외를 다닐 때면 항상 현지의 커피 맛을 반드시 체크하는 버릇이 있다.

장인정신이 느껴질 만큼 빼어난 풍미의 커피하우스도 가끔 접할 수 있지만, 일에 치여 도시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인근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체인점 위주로 커피를 소비하게 되고 그렇게 해서 ‘그나마 최고’라 여긴 곳이 스타벅스다. 일단 묵직하고 진한 커피를 추구하는 스타벅스 스타일이 내 취향과 맞다는게 큰 이유다.

20여 년 전 취재차 뉴욕에 갔을 때 스타벅스를 처음 접한 뒤 그 맛에 반해, 귀국 후 스타벅스 본사에 ‘한국 론칭’을 원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여러 차례 보낼 정도였다. 이후 LA와 시카고 등등 미국 출장을 갈 때마다 일정이 없는 시간엔 스타벅스 매장에 틀어박혀 커피를 음미하곤 했다.

결국 “간절함은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1999년에 드디어 스타벅스가 서울 이화여대 쪽에 1호점을 열며 국내 진출했다. 나는 론칭 첫날부터 단골이 됐다. 차로 20여분은 운전해야 하는 거리임에도 회사 점심시간쯤 이곳으로와 매일 커피를 주문했다. 국내 대부분의 스타벅스 매장들이 그렇듯 이 1호점의 경우도 주차시설이 없어 차를 인근에 파킹하고 4~5분 이상을 매장까지 걸어오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후 강남점, 대학로점 등으로 매장이 늘어났고 하나씩 오픈할 때마다 새 매장으로 가서 그곳 커피 맛은 또 어떤지 맛보곤 했다. 여의도 매장이 생겼을 즈음엔 일하던 매체가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서 아주 가끔씩 직원(기자)수만큼 120잔을 한꺼번에 주문해 매장 전체를 비상에 걸리게 한 적도 있다.

어느덧 스타벅스는 국내에 매장 수가 가장 많은 커피체인점 중의 하나로까지 발전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런 성공이 반드시 커피맛 때문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뼛속까지 잘 트레이닝된 직원들의 ‘친절’이라는 덕목도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최근 1년7개월 동안 몇 차례의 사고로 수술을 3번이나 받으며 목발로 이동해야 했던 나는 건강했을 땐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느끼는 중이다. 커피를 마시러 갈 때도 그중 하나다.

이동이 불편해 근처 일반 커피숍을 찾으면 출입문을 열 때부터 난관에 봉착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발전체를 감싸는 깁스를 하고 목발에 의지한 채 낑낑거리며 출입문을 열어야 하는데, 이때까지 매장 점원은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한다. 카운터에서 커피 주문을 한 후 자리에 앉아 있어도 점원은 “커피 나왔으니 가져가세요”라고 사무적으로 차갑게 말한다. 손님이 거의 없는 데에도 말이다. 두 팔로 목발을 잡은 상태에서 쟁반위에 놓여 있는 커피를 온전하게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까지 가져오긴 불가능에 가깝다. 또 다른 체인점을 찾을 때에도 직원이 친절하긴 했지만 역시 몸이 불편한 사람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

반면 스타벅스는 얘기가 다르다.

목발을 짚고 출입문을 열려고 낑낑대는 그 순간 카운터에 있던 점원 중 하나는 쏜살같이 달려와 문을 열어준다. 커피 주문 후 자리에 앉아 있으면 얼마 후 커피를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가져다주는 서비스까지 해준다. 커피를 손님 자리에 갖다 주는 건 ‘다방’ 시대 때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커피 소비가 급격히 늘어 이젠 기호품 그 이상이 돼버린 지금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1년7개월 동안 불편한 몸으로 스타벅스 여러 매장에 갈 때마다 이런 서비스를 체험했다. 스타벅스에겐 이미 ‘친절’도 커피와 동반된 상품인 셈이다.

이렇다보니 가까운 커피 체인점보다 목발로 4~5분 더 걸어가는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스타벅스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색다른 점은 이런 ‘친절’이 한국내 스타벅스가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미국의 스타벅스는 물론 파리, 런던, 프랑크푸르트, 신주쿠와 록본기 등등 세계 여러 나라의 스타벅스 매장을 가도 한국에서의 이런 친절을 접하긴 힘들다. 그나마 일본 스타벅스가 한국적 친절에 근접한 정도랄까.

시애틀에서 출발한 스타벅스의 CEO 하워드 슐츠는 미국인에게 ‘진짜 커피’를 맛보게 한 장본인이다. 하지만 슐츠의 성공은 단지 커피 맛에 있는 게 아니다. 그 속에 감춰진 또 다른 것, 즉 미국인들에게 문화적 교양을 커피와 함께 주입하려 시도했던 것이다. 1980년대 후반 미국사회에 출현한 문화자본집단은 기존 제품보다 더 우아하고 세련된 무엇을 원했고 스타벅스는 이 점에 주목해 커피에다 접근하기 쉬운 세련된 교양이란 이념을 불어 넣었다. 매장에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릿저널’ 등을 비치해 두는 게 좋은 예다. 고급 원두를 사용하고 좀 더 묵직한 피니시와 향, 그리고 기존 커피보다 높은 가격 설정 등 몇 가지 전략적 차별화를 통해 ‘킹 오브 커피’의 이미지를 연출하려 했던 것이다.

독보적 브랜드로서의 이런 성공 요인은 한발 더 나아가 코리아 런칭을 통해 한국과 한국인이란 특수성에 집중, ‘친절’이란 덕목을 가일층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다. 1인당 커피를 음미하는 공간 확보를 매우 크게 설정하고 좌석마다 인터넷 사용을 가능케 설계한 것도 한국적 특수성을 가장 잘 공략한 마케팅이었다. 전 세계 어느 곳의 스타벅스 매장을 가더라도 한국만큼 대형매장을 갖춘 곳을 발견하는 게 쉽지 않다. 뉴욕 매장의 상당수는 겨우 몇 사람만 들어가도 꽉 차보일 만큼 매장 규모가 크지 않다.

커피 소비자 기호가 변하고 있다 해도 스타벅스가 지닌 ‘친절’이란 무기는 여전히 강력하다. 그리고 이 ‘친절’은 국내 사업장들이 반드시 참고하고 배워야 할 마케팅(?)이기도 하다. 이러한 마케팅은 단지 ‘스킬’이 아닌, 마음속에서 우러나온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로 ‘체화’된 ‘친절’ 수준을 말한다.

조성진 편집국장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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