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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비 내리는 날의 많은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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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비 내리는 날의 많은 생각들
  • 이홍규 편집위원
  • 승인 2015.06.10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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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규 편집위원
농촌의 이야기를 글을 통해 나눕니다.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 봄 가뭄이 계속되어 밭에 있는 작물들이 생기를 잃고 애타게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하늘엔 먹구름이 서서히 하늘을 덮고, 사방이 흐려지기 시작한 후,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메마른 밭에 떨어지는 빗줄기는 금세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오늘 비가 오지 않으면, 양수기로 물을 끌어와 밭에 뿌려 주려고, 단단히 마음을 결단을 했는데, 정말 다행이다.

밭에는 고추, 참깨, 배추, 고구마의 푸른 잎에 내린 빗방울이 쌓인 흙먼지를 씻어 내리고 있다. 하늘과 기운이 통하고, 땅과 기운이 통해야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

밭을 둘러본 후 논으로 나가니, 어린 벼가 비와 바람에 몸을 흔들며 맞이한다. 논에도 물이 고이니 활력 있는 생명의 기운이 느껴졌다. 볍씨를 바로 물 없는 논에 뿌린 후, 싹이 나면 물을 대는 ‘무논직파’를 했기에, 무척 걱정이 되었는데, 다른 논처럼 잘 성장하고 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농작물을 기르는 것은, 참 많은 손길과 보살피는 정성이 있어야 한다. 공산품은 공장에서 기계라인에서 똑같은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어 낸다. 하지만 농작물은 토지, 기후, 기상, 병충해 등 수많은 위험요인을 극복해야 수확이 가능하다.

자식을 기르는 것처럼 사랑과 정성을 다해야 하므로, 자녀양육을 자식농사에 비유한다. 그리고 하나님과 동업 이므로, 적당한 비와, 바람과 햇볕이 때에 맞게 필요하다. 올해도 강한 태풍이 지나갈 것이고, 장마가 있을 것이고, 기쁨과 슬픔이 있을 것이다.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공급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으므로, 늘 조심스런 마음으로 논과 밭에 나간다. 단순하게 생산한 농산물을 화폐와 교환한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돈의 가치로 평가 되겠지만, 돈보다는 농산물을 구입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농사를 지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지만, 소비자의 건강과 행복을 유지하도록 하는 책임감을 느낀다. 푸른 들판을 적시는 빗줄기를 우산을 바쳐 들고 맞고 서있다. 삽으로 논둑을 툭툭 치면서, 마음의 기운을 전하며, 논물을 잘 가둬둘 것을 부탁한다.

우리의 주권을 빼앗긴 암울한 시대에, 어느 시인은 빼앗긴 들에서, 자기 땅을 발이 시리도록 밝고 싶다고 눈물겨운 시를 썼다. 여기 이 땅은 분명히 내 땅인데, 여기서 수확한 양곡이 외면 받고, 저 식량대국에서 태평양 건너온 쌀이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고, 농촌을 지키는 것은 생명산업에 종사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 때문 일 것이다. 들판을 지나서 큰 개울가에 이르러, 흐르는 물에 삽을 씻으니, 흐린 흙탕물이 세찬 물결에 흘러간다.

집에 들어와 처마 밑에 앉아 빗 방을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니, 돌담의 담쟁이 넝쿨이 물방울을 튕긴다. 화단에는 활짝 핀 백합꽃이 우한 자태를 애써 감추며, 빗방울을 피하고 있다.

농촌에서의 생활은 어떤 때는 자연경관과 함께해서, 몸과 마음의 평온함을 느낄 때가 있고, 어떤 때는 애써 가꾼 농산물이 폭락하여, 눈물을 흘리는 때가 교차하고 있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저 빗물과 함께 걱정과 근심을 흘러 보내고,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 하며, 농촌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이홍규 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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