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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가을이 위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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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가을이 위대한 이유
  • 조성진 편집국장
  • 승인 2014.10.3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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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다해 ‘떨어지는’ 계절임과 동시에 새로운 풍요(성장)를 위한 계절
이율배반적 속성이야말로 가을만의 매력

[KNS뉴스통신=조성진 편집국장] “봄은 좀 애매한 날씨, 여름은 너무 덥고, 가을은 일교차가 심하고, 겨울은 너무 추워서 싫어.”

예전에 읽은 한 소설의 글귀다.

계절 하나 하나만을 본다면 각자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각 계절이 지닌 특장점이야말로 ‘예술보다 위대할 수 있는’ 4계절의 진정한 가치다.

4계절이야말로 지구가 매년 마음대로 베푸는 하나의 경이다. 처음 잎이 자라 만개하고 계절이 지나 쓸쓸이 한줌의 낙엽으로 화해 없어지는, 그래서 결국은 먼지로 돌아가는.

그러나 이런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하나의 아름다운 상태에서 다른 아름다운 상태로 승화되는 현상이다. 잎은 푸르른 인생을 잃지만 그것은 다음 해에 다시 선정적인 색상으로 꽃핀다. 이 계절의 오묘함!

가을은 영어로 ‘Fall’인데, 이것은 ‘떨어지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의미적으로 볼 때 인도 및 유럽어와 그 맥을 같이 한다.

에덴동산 시절의 무화과 잎은 시들어 ‘떨어지는’ 법이 없었다. 영원불멸! 그래서 인간은 에덴동산과 같은 실현 불가능한 파라다이스를 꿈꾸는지도 모른다.

유럽권 언어에서 가을이란 개념은 농작물의 추수와 연관성이 깊다. 많은 문화권에서도 다른 계절과 마찬가지로 식량 생산의 시기로서 가을의 중요성을 기리기 위한 종교적인 의식과 축제가 행해진다. 동물들은 다가오는 겨울에 대비하기 위해 가을에 먹이를 저장하기도 한다.

미국의 중부‧동부와 유럽의 가을에는 ‘인디언 여름(Indian summer)’이라는 것이 있다. 10월말에서 11월 사이에 때때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늦더위 기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예술 전반에서도 이 테마를 즐겨 다루곤 한다. 그만큼 가을이 내포한 기후적 정서적 의미는 매우 다양하다.

나는, 가을 낙엽이 떨어질 때의 그 춤추는 듯한 흔들거림을 지켜보는 걸 좋아한다. 거기엔 생을 마감하는 비극이 있고 허무의 스산함이 감돈다. 그것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 1악장 첫 번째 크레센도의 텐션 강한 고음역이나 또는 3번 1악장 ‘알레그로 마논 트로포’의 스산함에 비할 수 있다.

떨어지는 잎을 보고 있으면, 또한, 사라진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생생하고 정교하게 약동하는 것인지를 상기시켜준다. 따라서 가을은 생명이 다해 ‘떨어지는’ 계절임과 동시에 새로운 풍요(성장)를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선 브람스의 따뜻한 질감의 풍요로운 실내악과도 어울린다.

(삶이 다하는)비극이자 그 (새로운 탄생을 위한)풍요의 준비이기도 하다는 점, 이 이율배반적 속성 때문에 가을은 ‘매력’의 차원을 넘어 위대하기까지하다. 그래서 가을은 모두를 시인으로 만든다고 하지 않았나.

이 좋은 계절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스마트폰 중독’에서 잠시 벗어나 종이의 향기를 맡아가며 독서삼매경에 빠져보거나 또는 오래 기억될 추억거리 하나쯤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조성진 편집국장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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