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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설악산 ‘봉정암’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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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설악산 ‘봉정암’을 품다.
  • 조민철 기자
  • 승인 2014.09.24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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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 삼방동 화엄사 신도 60여명과 성지순례 따라나서다

[KNS뉴스통신=조민철 기자] "손에 잡힐 듯 기암괴석들이 하얀 살결을 드러내고 기묘한 자태를 거침없이 품어내고 있어 불자들의 심심에 따라 삼라만상의 멋이 영걸어진 봉정암은 아! 하는 외마디 그 자체였다."

경남 김해시 삼방동에 위치한 화엄사(주지 법륜스님) 신도 60여명이 지난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1박 3일간 설악산 봉정암 성지순례길에 나섰다.

이번 순례길은 김해에서 강원도 설악산까지 아주 먼 길인지라, 화엄사 성지순례단 집행부는 분주했다. 주먹밥 싸고,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마치 잔치집 분위기였다.

이번 성지순례는 백담사에서 출발 영시암과 오세암을 거쳐 봉정암으로 드는 길과 백담사에서 영시암에서 봉정암으로 바로 향하는 코스를 각자의 선택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영시암은 일종의 간이역 역할을 하는 셈이다.

화엄사 신도들은 대부분 오세암을 거쳐 봉정암을 향하는 길을 잡았다. 그것이 곧 고통과 고행의 길이 시작될 줄을 알면서도 힘든 길을 택한것이다. 왜냐고? 동참하는 불자 모두가 ‘설화속의 오세동자’을 친견하기 위해서였다.

20일 새벽 동털 무렵인 6시쯤 설악산 매표소에 도착했다.

느낌부터 확 달랐다. 날씨도 남쪽보다 확연히 달랐다. 쌀쌀했다. 불자들은 옷부터 챙겨 입기 바빴다. 따근한 씨래기 국밥으로 허기를 채웠으나, 오늘의 부처님 친견하는 설래임과 함께 고달픈 산행을 예고한 듯 했다.

오전 9시 30분쯤 영시암에 도착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울긋불긋한 옷 맵시는 단풍으로 물들인것 처럼 화려했다. 불자와 등산객이 얼켜설켜 많은 인파에 놀란 마음이, 서서히 '고행 시작'을 알리는 시각같아 긴장감이 감돌았다.

고되고 힘든 산행길을 여기서부터 시작되나? 하는 생각에 걱정과 설레임도 뒤섞였다. 십년여전 대청봉 정상 산행이 생각나서이다. 그때도 많은 고생을 했었다.

9시 50여분쯤 영시암에서 출발 오세암 9부능선인 ‘깔딱고개’에서 힘이 부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첫 시험대라고 해석해야만 했다. 10분쯤 정상에 올라서니 은은한 풍경소리가 귓속을 때렸다.

아! 오세암이다. 한마디 내뱉고 말았다. 휘휭~ 눈보라 휘날리는 ‘오세암 동자승’의 모습이 떠올리게 하는 설화의 잔영이 아련거렸기 때문이다.

잠시 동안이나마 다섯 살 동자의 한없는 세월의 기다림에 깊숙이 빨려들어 가기도 했다.

오세암의 미역국의 맛은 일품이었다. 삶은 계란도 두 개나 먹었다. 등산객이 놓고 간 것일까? 보시일까?

이제부터는 최종 목표인 봉정암으로 향했다.

오세암에서 속을 든든히 채운 뒤부터는 발걸음을 봉정암으로 재촉했다. 오후 3시쯤이다. 한없이 깊은 수령으로 빠지는 계곡으로 치닫고 있었다. 겁이 덜컹 날 정도로 철제계단은 급경사로 아찔했지만, 아름다움은 여전했다.

앞선 불자 하나가 “어이쿠”를 연발하고 있었다. 힘들기는 다들 마찬가지인 듯 하다. 끝없는 고행에 나선 일행의 푸념이 연거푸 터져 나온것이다. 어떤 불자는 “관세음보살” 연이어 외치며 다리 아픔을 달래기도 했다.

어떤이가 말했던가? 가혹하게 산행하는 것도 ‘깨우침’ 일부라는 것을, 온갖 상념이 주마등 같이 스쳐갔다.

이런 고통도 자신이 자초한일, 천근만근 무거운 몸으로 도착한 봉정암 정상에 도착하자 억겁의 세월동안 깎여 내린 화강암의 위용에 온 몸이 위축되는 듯 했다.

어깨가 내려 앉아 팔은 날아간 듯 했고, 다리 근육은 마비되어 한발작국도 움직을 수 없는 지경이지만, 대청봉 정상을 바라보며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됐다.

저녁 무렵인 오후 5시쯤 5층석탑에는 어느듯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대청봉의 산그림자가 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해질녁의 부처님사리탑 주위에는 봉정암의 북쩍거림과 대조적으로 고요하고 엄숙했다. 기도하는 불자들 뿐이었다.

천시만고 끝에 오른 봉정암 숙소는 고향집 사랑채 처럼 포근하기가 그지없다.

이렇듯 하루해가 지면서, 설악의 깊은 골짝기 풍경을 가슴 깊은 곳에 담은채, 종일 걷고 오르고 하루의 피곤함이 사르르 녹아들면서 초저녁 밤이 그렇게 달고 깊은 줄 몰랐다.

조민철 기자 cman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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