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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음주의 기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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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음주의 기호학
  • 조성진 기자
  • 승인 2014.09.0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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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할래요”라며 접근하는 행위는 ‘기표’, 그 의도는 ‘기의’
사건사고 많은 추석 연휴가 아닌 사랑과 훈훈함의 기호학 기대

[KNS뉴스통신=조성진 편집국장] 인간은 문자를 포함한 상징(symbol)과 도상(icon), 지표(index)로써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타인의 생각을 읽으며, 서로 의사 소통한다. 여기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행위를 ‘의미 작용(signification)’이라 하고, 의미 작용과 기호를 통해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 행위를 ‘커뮤니케이션’이라 한다. 그리고 양자를 합쳐 ‘기호 작용(semiosis)’이라 한다.

기호학은 바로 이 기호 작용에 관한 학문이다, 소쉬르에 의하면, 기호는 기표(signifiant)와 기의(signifie) 그리고 기호 자체로 구성된다. 즉 기표는 의미를 표현하고자 사용한 수단이고, 기의는 그 수단에 담긴 실제 의미다.

좀 늦은 저녁, 어느 술집에서 낮선 남자가 여자에게 “한잔할래요”라며 접근하는 것(기표)은 ‘원나잇스탠드’ 또는 그 이상을 함축(기의)한다.

영화 <로맨틱 할리데이>에서 기네스 펠트로는 처음 만난 남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술이 깨면 당신도 날 기억못할테니 우리 섹스나 할래요? 다신 못 만날 상대니까 더 짜릿할 거예요.”

술자리는 또한 자칫 오해를 불러일수도 있다. 폴 맥기건 감독의 영화 <갱스터 넘버원>에 등장하는 “남자 둘이 함께 와인을 마신다면 좀 의심스럽지”라는 대사는 ‘기표’보다 ‘기의’에 대한 우려를 잘 나타낸다.

“한잔합시다”라며 회사근처에서 직장동료끼리 습관적으로 마시는 술자리도 있다. 언뜻 보면 동료애 또는 유대감의 발로이지만 스트레스 배설이라는 의미가 더 클 수 있다.

술은 또한 적당히 마신다면 외로움을 위로해주는 좋은 벗이다.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문제작 <누가 버지니아울프를 두려워하랴>에서 지식인계층(교수)을 상징하는 주인공 리처드 버튼은 “나이가 들수록 술이 필요하지”라며 술잔을 비워댄다. 그의 계속되는 술잔은 “나 너무 외로워”라는 기의의 연속인 것이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 <꽁치의 맛>에 자주 등장하는 술자리는 우정과 인생말년의 쓸쓸함이 교차한다.

반면 술은 각종 사고의 단초를 제공하다. 카메론 디아즈 주연의 <마이 시스터즈 키퍼>에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대사 하나.
“대부분의 아기는 술에 취한 밤과 피임실패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아기는 돌발사고 같은 것”

명절 연휴는 헤어져 있던 온 가족과 함께 사랑을 키우며 조상을 기리는 뜻 깊은 시간인 반면 사건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이번 추석연휴에도 곳곳에서 술자리가 벌어질 것이다. 그런데 술이 과다한 곳에선 항상 ‘트러블’이 생기게 마련이다. 부디 이번 연휴엔 ‘막가파식’ 술판이 아니라 아름답고 발전적인 기표와 기의가 만개하는 공존과 상생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달콤한 휴식과 사랑, 그리고 상생이 깃든 명절 연휴의 기호학 말이다.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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