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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관리’가 아니라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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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관리’가 아니라 ‘지원’이 필요하다
  • 신호준 부장(GS건설)
  • 승인 2014.08.0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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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관리제도란 ‘재개발, 재건축 사업에 대한 공공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도입된 제도로 자치단체장이 정비사업의 계획 수립단계에서부터 사업 완료시까지 사업진행 및 관리를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공공관리제도 하에서는 자치단체장이 공공관리자가 되며, 추진위원회 구성과 조합 임원선출, 시공자나 설계자와 같은 주요 용역업체의 선정 등 정비사업의 주요 결정을 관리감독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공공관리제도는 지난 2009년 7월 성수지구와 한남지구의 5개 사업장에 시범 적용되면서 도입됐지만, 본격적으로는 1년 뒤인 2010년 7월16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관련 조항이 만들어진 후에야 시행됐다.

서울시는 공공관리제도를 도입하면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구청장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면서 ‘설계자․시공자 등 협력업체 선정에 필요한 기준을 제시하여 공정하게 선정하도록 하고, 공공의 자금융자 확대와 정확한 정보공개 관리 등 업무지원을 통해 주민의 자율적 사업추진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소송 등 주민갈등에 따른 불필요한 비용낭비를 방지하고, 사업기간 단축과 사업비 절감을 통해 주민 재정착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본격 시행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공공관리제도 도입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론, ‘투명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다소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지만, ‘정비사업 추진절차의 합리적 개선과 비용절감’이라는 당초 취지를 만족시키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 이처럼 공공관리제도가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전문가들마다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지원’보다는 ‘관리’에 치우쳤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정비사업 관련 법제는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법제만 따왔을 뿐, 실제 사업 추진과정은 확연하게 다르다. 특히, 공공의 역할에 있어서 그렇다. 일본의 경우 도시재생사업에 있어서 공공의 역할이 사업추진 단계에서부터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일본 도시재생사업은 사업에 대한 계획수립과 제안된 사업에 대한 이해관계자와 권리자간의 합의, 사업시행의 순서로 추진되는데, 이 과정에서 공공은 도시재생사업 관련 이해관계자들 간에 파트너십을 형성시켜 사업추진시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행정적․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즉, 공공이 도시재생사업의 초기단계에서부터 개입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관리’가 아니라 사업의 원활하고 효율적인 추진을 위한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는 공공관리제도라는 명칭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지원’이 아니라 ‘관리’에 치중하고 있다. 제도를 도입할 때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구청장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했지만, 지원은 온 데 간 데 없고 조합 위의 ‘옥상옥(屋上屋)’으로서 ‘관리’ 권한만 행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유일한 지원이라면 공공관리를 선택한 추진위원회나 조합에 대한 ‘금전적 지원’인데, 사실상 이 지원을 선택하는 현장은 극히 드물다. 공공에서의 비용 지원 역시 일종의 ‘대출’인데, 이 대출에 대해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 개인이 보증을 서야 하는 구조이니, 임기제일 뿐만 아니라 반대 주민 등에 의해 수시로 바뀌기 일쑤인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이 보증이라는 무리수를 둘 리 만무이다. 결국 공공의 비용지원은 그림의 떡인 셈이다.

공공관리제도 도입이 논의될 당시,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그 실효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정비사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부득이하게 공공관리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면, 주거환경개선이 필요함에도 사업성이 극히 열악해 주민들이 자력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지역에 우선적으로 공공관리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지적했었다.

하지만, 실제 공공관리제도는 한남이나 성수와 같은, 사업성이 양호한 곳에 우선적으로 시범 도입됐다. 성수나 한남은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개발호재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 추세를 보이던 지역이었다. 주택가격 억제에 골몰하던 공공으로서는 이 지역에 대한 ‘관리’가 시급했고, 법제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공공관리 시범적용지역으로 묶어버렸다. 애초부터 공공이 정비사업에 개입함에 있어 ‘지원’보다 ‘관리’가 목적이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문제는 이렇게 공공이 관리하는 곳임에도 민간 자율에 의하던 때와 사업추진 과정에 있어 별반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추진위원장 선출 과정에서의 불협화음도 그렇고, 주민간의 갈등 역시 마찬가지이며, 업체선정과정에서도 잡음이 있었다.

정비사업에 있어 공공의 역할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공이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는가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공공관리제도 도입 이전에도 공공이 얼마든지 정비사업을 관리감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민원’이 두려워 적극적인 행정지도를 펼치지 않았다. 사업추진과정에서의 인․허가 때 역시 마찬가지다. 각 단계마다 인․허가를 위해 제출해야 할 서류와 밟아야 할 절차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게 정비사업이다. 그런데, 애써 제출한 서류에 대해 사소한 것 하나만 눈에 띄어도 보완 처분을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인․허가를 내줬다가 반대하는 주민 등으로부터 민원이 발생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러니 대관업무(代官業務) 때문에 사업이 지연된다는 볼 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정비사업은 도시 전체의 재생과 맞물린,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공익적 성격의 사업이다. 그것을 인정했기에 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았는가. 어차피 해야만 하는 사업이라면 사사건건 관리 감독하기보다는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라도 정비사업을 대하는 공공의 자세에 변화가 있기를 희망해 본다.

덧붙이자면, 최근의 어려운 경제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정비사업과 관련된 모든 주체들이 각자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공공이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현재 각 추진주체들은 소형평형 설계변경, 적정분양가 산정, 이주철거의 조기완료, 각종 소송의 빠른 해결, 원가절감 추진 등 시대적인 여건에 맞는 상황으로 사업을 추진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상황에 맞는 가격을 책정하고, 최대한 공사비나 사업비를 절감해서 조합원 부담금을 줄여주어야만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명제 하에 각자 주어진 여건 내에서 최대한의 개선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들에 발맞추어서 공공에서도 정비사업의 많은 걸림돌에 대하여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도움이 되어줘야 할 것이다. 특히나 서민 주거권에 대한 문제이므로 갈등과 대립을 줄이고 대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사업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관의 인허가 과정상의 과도한 요구는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공유지 무상양도, 사업승인조건 완화, 용적률 최대 확보, 신속한 인허가처리 등 공공이 주도적으로 큰 역할을 해준다면 정비사업이 좀 더 지출은 줄이고 일정은 빨리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또한 주민들 간의 반목과 대립을 줄이는데 있어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는 등 대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주민들의 민의를 모아주는 역할까지 해준다면 공공의 바람직한 모습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신호준 부장(GS건설) pjp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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