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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슈마허 사망, 그리고 2막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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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슈마허 사망, 그리고 2막 인생
  • 조성진 기자
  • 승인 2014.07.06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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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사고로 평생 지체장애를 안고 살아야
‘속도 지존’에서 이젠 최대한 느리게 살아가는 방식 적응이 관건

[KNS뉴스통신=조성진 편집국장] 지난해 12월 스키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6개월 만에 깨어난 F1의 황제 미하엘 슈마허(45·독일)가 평생 지체장애를 안고 살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스위스의 저명 신경과 전문의인 에리히 리더러 박사는 최근 슈마허의 상태에 대해 “평생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로 살아야 할 것이며, 항상 누군가의 도움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까지 F1 공식 주치의를 맡은 개리 하트슈타인 박사도 비슷하게 진단하며 우려를 표시했다.

의학계에선 장기간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뒤 신체·정신을 온전히 회복하는 경우는 10명 중 1명꼴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슈마허는 F1 역사에 길이 남을 천재 카레이서다. 각 나라 스피드의 지존들이 모여 경연을 벌이는 F1을 무려 7차례 이상 제패한 것만 봐도 그의 능력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40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역 F1 레이서로 핸들을 잡았다는 것이다. 신체나이 30대로 들어서며 하향곡선을 그리는 게 F1 레이서들의 현실인 것을 감안한다면 슈마허의 현역생활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적이다.

전성기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지만 그럼에도 F1에서 그의 상징성은 대단하다. 놀라운 테크닉과 담력, 빠른 판단력 등등. 이 분야 지망생이나 후배 레이서들에겐 여전히 믿음직한 ‘아이디얼 타입’인 것이다.

슈마허는 전 세계의 스포츠스타 소득 랭킹 1위를 지킬 정도의 고소득자였다. 천문학적인 수입만큼이나 사회적 기부도 많이 해왔다. 몇 년 전의 동남아시아 지진해일 때엔 복구를 위해 써달라고 100만 달러를 기부했고, 유네스코 대사로 활동하며 제3세계 어린이들 구호를 위해 100만 파운드가 넘는 자선기금을 냈으며, 지난 2002년 동유럽 물난리 사태 때에도 100만 유로를 기부했다.

슈마허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인생관은 ‘팀워크’다. 스포츠는 천재 하나의 능력보다는 조직적인 단합 즉 팀워크의 예술이다. 슈마허는 “스포츠가 그렇듯 사회에서도 좀 더 가진 사람이 남을 돕는 팀워크 정신이 필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F1은 세계 최고 레이서들의 경연이지만 한 번의 시합을 위해선 메카닉을 비롯한 최소 100여명 이상의 스텝이 필요하다. 경기장을 한번 주행할 때에도 타이어 교체 팀을 위시해 여타 스텝들이 0.1초를 10으로 쪼개 사용할 만큼 초긴장 대기상태다. F1레이싱이야말로 진정한 팀워크의 예술인 것이다. 슈마허의 롱런은 이처럼 팀워크를 삶의 가치관으로 여길 만큼 소중히 생각하는 그의 마인드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슈마허의 사고는 너무 극적이라 몇 개월 내내 빅이슈가 되기도 했다.
테니스나 축구‧야구 등에 의한 부상이 아니었다. 카레이싱을 연상케 하는 또다른 속도 스릴이 강렬한 스키로 질주하다가 경로를 벗어나 균형을 잃고 바위에 부딪힌 것이니, 이 역시 타고난 스피드체이서다운 사고랄까.

초고속 스피드의 지존이라는 빠르고 역동적인 삶에서 이제 평생을 지체장애를 안고 매우 느리게 정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슈마허. 과연 이 ‘속도 지존’이 느림의 형벌을 감내할 수 있을까. 있다면 어떤 식으로 보여줄지 지존 스피드체이서의 2막 인생에 쏠리는 세계의 관심은 끝이 없다.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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