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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도 현대건설이 하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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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도 현대건설이 하면 다르다?
  • 정훈 기자
  • 승인 2014.04.2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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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정주영 회장 창업정신 훼손 비난에도 곳곳서 들러리 수주 정황 포착

 
[KNS뉴스통신=정훈 기자] 최근 ‘담합 1위’ 오명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현대건설이 도시정비시장에서도 들러리 수주에 나선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광주 염주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에 대림산업 등과 함께 사실상 ‘무혈입성’한 상태다. 현대건설이 중심이 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들러리로 내세울 건설사를 물색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현재 염주주공 재건축사업에 관심을 나타낸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을 비롯해 SK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한화건설, 태영건설, 금호건설 등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문대로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이 손을 잡았다면 이에 맞서 수주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곳은 없다시피 한 상태다. 양 사를 제외하고 이른바 ‘5대 메이저(2013년 시공능력 평가순위 기준, ①현대건설 ②삼성물산 ③대우건설 ④대림산업 ⑤포스코건설)’ 건설사라고는 포스코건설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염주주공 재건축은 ‘현대건설+대림산업+α(알파)’ 컨소시엄과 ‘들러리’인 모 컨소시엄 간 대결 구도가 형성돼 이미 현대건설 등이 시공권을 가져갔다는 얘기가 기정사실처럼 퍼지고 있다.

이곳뿐만 아니다. 현대건설의 들러리 수주 ‘야욕’이 광명 재건축에까지 뻗치고 있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 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철산주공7단지와 철산주공8ㆍ9단지에도 현대건설이 삼성물산 등과 함께 수주를 위한 ‘판짜기’에 돌입했다고 제보해 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공자 선정에 나선 강남 재건축 단지들에서 경쟁 과열 양상이 나타나자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발을 뺀 뒤 수도권 알짜 사업을 경쟁 없이 수주하려 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다”며 “대표적인 곳이 철산주공7단지이며, 최근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철산주공8ㆍ9단지에서도 비슷한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미 시공자가 정해졌거나 입찰을 진행 중인 곳에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행보는 과거에 비해 소극적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국제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기득권을 갖고 있던 삼성물산이 이를 포기하면서 SK건설이 시공권을 가져갔다. 응찰한 코오롱글로벌과 한진중공업에 ‘퇴짜’를 놓은 뒤 재입찰에 나선 서울 서초구 방배3구역도 지난 22일 2차 현장설명회(이하 현설) 때 1차 때와 달리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불참해 해당 조합 측을 당혹스럽게 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2월 유찰로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 입찰마감 때도 현설 때 참가했던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비록 지난달 28일 2차 현설에 두 건설사가 모습을 드러냈으나 오는 5월 13일로 예정된 2차 입찰마감에 양 사가 응찰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9일 입찰마감이 예정된 서울 서초구 삼호가든4차와 서울 동작구 사당2구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업계는 우수한 사업성에도 불구하고 현설에 참가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사업 참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연이은 담합 적발에 관급 공사 입찰 제한까지

오는 6월 4년 맞는 정수현 ‘내실경영’ 시험대에 

이 같은 이유에서 현대건설의 이중적인 행보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창업주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강조했던 ‘도전정신’을 훼손하는 행태라는 비판이 높다.

건설업계 관계자 A씨는 “최근 연이어 적발된 건설사 담합 소식에 현대건설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도 모자라 도시정비시장에서도 들러리 수주에 나선 행태는 고 정주영 회장의 경영 정신에 명백히 위배되는 것임을 현대건설 경영진은 물론 나아가 현대건설의 최대 주주인 현대자동차(지분율 20.9%)와 실질적인 오너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 현대건설은 최근 알려진 건설사 담합 명단에 거의 매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3호선 건설공사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경인 아라뱃길 조성사업 ▲부산지하철 1호선(다대구간) 연장 공사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인천도시철도 2호선 입찰 담합 혐의로 현대건설은 삼성물산 등 20개 건설사와 함께 오는 5월 2일부터 2년 동안 정부가 발주하는 관급 공사 입찰에 제한을 받게 됐다. 이들은 이 같은 행정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 및 취소 소송 제기 등을 계획하고 있으나 담합 적발과 그에 따른 행정처분만으로도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건설업계 관계자 B씨는 “현대건설은 2000년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 이후 계열 분리 및 워크아웃 등으로 한동안 업계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굴욕의 시간을 보내다가 2009년 도급순위 1위 탈환, 이후 (2013까지) 5년 연속 수위 자리를 지키는 등 옛 영광을 회복하기는 했으나 이는 최근 ‘담합 1위’ 오명에서도 엿볼 수 있듯 빗나간 ‘실적주의’가 낳은 ‘상처뿐인 영광’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처럼 불법행위를 통한 양적 성장에 골몰하는 경영 방식은 ‘불도저’란 별명으로 과감하게 도전에 나서 양적ㆍ질적 성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창업주의 경영 이념은 물론 오는 6월 취임 4주년을 맞는 40년 ‘현대맨’ 정수현 사장의 ‘내실경영’에도 들어맞지 않는 것인 만큼 과감한 궤도 수정이 요구된다”고 꼬집었다.

부실시공 논란에 추가부담금 분쟁도 ‘발목’

업계 “정몽구 현대車 회장의 결단에 달렸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현 경영 방식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의견에 무게가 실리면서 ‘건설명가’가 진정한 의미에서 옛 영광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담합뿐만 아니라 이미 준공한 아파트에서 입주자들과 겪는 하자 관련 분쟁, 도시정비시장에서 진행 중인 조합(원)과의 대립 등이 정수현 체제에서도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

부실시공 논란으로 명성에 흠집이 났던 사례도 여럿 눈에 띈다. ▲‘광교 자연앤힐스테이트(수원 영통구)’의 누수로 인한 입주민과의 분쟁 ▲4대강 다기능 보 부실시공 적발 ▲통영~거제 도시가스 주배관 부실시공 ▲성남시의 신청사 부실시공 주장으로 빚어진 민관 갈등 등이 대표적인 예다.

2011년 11월 준공한 서울 은평구 ‘백련산 힐스테이트(옛 응암8구역)’와 부산 ‘해운대 힐스테이트위브(옛 해운대 AID주공아파트)’ 등에서 벌어진 추가부담금 관련 분쟁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특히 ‘해운대 힐스테이트위브’의 경우 현대건설이 작년 10월 공사비 4700여억원을 받지 못했다며 ‘유치권’을 행사, 입주민의 입주가 지연되면서 현재까지 갈등이 진행 중이다.

더욱이 이곳에서는 사업 방식을 놓고 조합과 시공자 측의 주장이 엇갈려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게 최대 문제로 꼽힌다. 현대건설 측은 분양 책임은 없고 공사비만 받으면 되는 ‘도급제’라 주장하고 있고, 조합 측은 분양 책임이 있어 미분양에 따른 추가부담금 지급 의무가 없는 ‘지분제’라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업계 시선은 곱지 않다. 유사 분쟁 가능성이 도처에 산재해 있는 데다 입주를 볼모로 입주자들의 피해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주된 이유로 꼽힌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현대건설이 시공자로 선정됐던 곳에서 추가부담금 문제가 불거졌던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2011년 여름 광주 화정주공 재건축 조합원 분양신청 당시 발생했던 갈등도 그렇고 2012년 부산 구포2ㆍ4ㆍ6구역, 당감3ㆍ8구역, 동래1구역 등에서 현대건설이 사업시행자에 일방적인 사업 연기를 통보해 사업 포기를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는데 구포2구역만 하더라도 결국 최근 새 시공자 찾기에 나서면서 당시의 의혹이 현실화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과거 분양시장이 호시절일 때 (확정)지분제 방식으로 조합원들을 현혹해 시공권을 따낸 뒤 시장이 어려워지자 건설사에 유리한 도급제로 바꾸는 행태도 해당 재건축사업을 망치는 원인으로 꼽히는데 현대건설이 시공자로 있는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3단지가 이 같은 일이 벌어진 대표적인 단지로 손꼽힌다”며 “또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3구역(재개발)에서는 공사비 증액과 미분양 대책비 등을 요구하며 착공을 연기해 물의를 빚는 등 도급순위 1위에 걸맞지 않은 이제까지의 잘못된 경영 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현대건설의 실질적인 오너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 B씨는 “현대건설을 둘러싼 잡음은 비단 정수현호(號) 4년의 문제가 아닌 만큼 현 체제에서 변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최근 현대건설이 정주영 회장의 얼이 깃든 충남 서산시의 ‘서산농원’ 농지 일부를 매각하면서 업계 한편에서는 ‘현대건설이 창업주의 정신을 저버렸다’는 얘기마저 흘러나오고 있는데 정주영 회장이 생전 남다른 애착을 보였던 현대건설의 진정한 성장을 위해서는 범 현대가(家)의 ‘맏형’이자 현대건설의 실(實) 소유주나 다름없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결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훈 기자 pjp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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