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2:30 (금)
이배용 "감동을 주는 한국학, 세계를 흔들 수 있을 것"
상태바
이배용 "감동을 주는 한국학, 세계를 흔들 수 있을 것"
  • 김학형 기자
  • 승인 2013.12.16 15: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인터뷰]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역사를 잊은 민초에게는 미래가 없다"

[KNS뉴스통신=김학형 기자] 이배용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파워여성’ 가운데 한 명이다.

남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인물 대부분이 각자의 분야에서 지도자 또는 임원이란 직함 아닌 직함으로 포장돼 있다면, 이배용은 이미 그런 차원을 넘어 이름 석 자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여성 관련 각종 포럼 등에 초빙 1순위인 이유이다.

최근 다시 학자라는 근원으로 돌아가 한국학중앙연구원 신임 원장에 취임한 그를 만나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 영토 분쟁 등으로 시끄러운 시대에 한국학으로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들어봤다.

▲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 먼저 한국학중앙연구원이란 어떤 곳인지 소개를 해달라.

☞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지난 1978년에 한국정신문화연구원으로 설립됐다. 35년된 국책연구기관이다.

당시에는 물질문화가 풍족해 질수록 공허해 질 수 있는 정신문화의 근간을 구축할 취지로, 민족문화의 창달과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좌표를 설정하는 연구기관이자 교육기관이다.

2005년에 지금의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이름이 바꿨다. 큰 흐름은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우리의 고유한 문화, 역사 등을 우리 스스로 찾아서 발굴하고 알리고 세계에도 보급하는 다각도의 사업을 하고 있다.

▣ 한국학이란 무엇인가?

▲ 한국학중앙연구원 제16대 이배용 원장 취임 인사.
☞ 한국학이라면 한국인들은 당연히 알아야할 뿌리, 영혼, 한국인들이 삶의 가치를 찾아낼 수 있는 가장 근본이 한국학이다. 여기에는 학문으로 육성된 컨텐츠, 자원, 정신 등이 있는데 이것은 지나간 과거에 생산된 과거의 집적뿐만 아니라 미래의 가치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이 우리 한국학의 가장 본연의 열쇠말이다.

연구와 교육 기능이 함께 있어서 석사, 박사 과정도 마련돼 있다. 지금까지 1000여명의 인재를 배출했고, 현재 재학생은 외국인이 114명(29개국), 한국인이 115명이다. 세계에서 한국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인재들이 많이 모여들고 있고, 또 경쟁력도 매우 높다. 한국인의 경우 대학은 다 다르겠지만 한국학을 연구하는 미래 인재들이 모여 공부하고 있다.

한국의 역사, 철학, 문학을 기본으로 인류학,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그리고 음악과 미술에 이르기까지 연구하고 공부하는 한국학의 허브(HUB)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 학생들은 이곳에서 공부하는 동안 한국의 성취의 역사를 보고 느끼고 영감을 얻어 돌아가는 덕분에 자국에서 지도자급으로 성장하고 있다.

▣ ‘성취의 역사’라는 게 정확히 무엇을 말한 건가? 또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치, 위상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성장한 역사를 말한 것이다. 세계 유일의 성취의 나라 아닌가? 최빈국에서 개발도상국을 지나 지금에 이르렀다. 그동안은 사회경제적으로 성장한 나라에서, 또 산업화와 민주화가 잘 이뤄진 나라에서 이제 문화 리더 국가로써의 위상을 확보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명실 공히 한국은 국제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그 자원은 결국 우리의 창의성, 시대정신의 도전정신, 평화를 아우르는 정신에서 세계 문화리더 국가로 진입했는데,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은 평가지표로만 봐도 하드파워 10위권, 소프트파워는 그 보다 조금 낮은 15위권이다. 사실 문화도 우리가 조금 더 관리하고 다듬어서 내보내면 더욱 발전하고 알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 최근 우리의 대중문화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한국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흐름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분석하나?

☞ 한류가 힘을 얻으면서 한국을 많이 알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한국학 발전의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생각한다.

한류는 초기 1.0시대에는 드라마가 많이 알려졌고, 그 다음 2.0시대로 진입하면서는 케이팝(K-POP)이 굉장한 호응을 얻고 있다. 대체로 대중문화가 알려진 건데 이는 유행을 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세계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는 한류가 되기 위해서는 전통이라는 차별성이 중요한 단계다.

▲ 서울 리더스홀리기도회 회원들과. 왼쪽부터 장헌일 총장, 최금숙 원장, 김태현 원장, 이민재 원장, 이배용 원장, 이봉화 원장, 문숙경 원장, 강현희 실장, 전용태 총재, 정장식 원장.
지금까지 우리는 역사라든가 우리의 근원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못했는데, 이런 것들을 많이 찾아내서 대중문화와 함께 고품격의 문화도 많이 알려야 하고, 전통을 현대화·세계화해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감동을 줄 수 있는 한국학이 된다면 세계를 흔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럼에도 교육 현장에서는 입시 위주의 교육 탓에 한국학 교육, 특히 역사 교육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많으며 학생들도 공부하려는 자세가 부족한 듯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큰 그림에서 우리나라가 이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힘은 교육이다. 우리의 높은 교육열이 20세기 한국의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결국 높은 교육의 열정이 우리를 성장시킨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우리의 교육열을 부러워했듯이 교육 강국으로써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고 잘 알려져 있다. 이것은 내가 이화대학교 총장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지내며 세계총장포럼 등에 참석하면서 들은 현장의 목소리다.

국민들 개개인이 모두 한국학의 홍보대사가 돼야 한다. 외국인들이 (전통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지적하는 것이 한국인들이 자기 문화에 너무 무심하고 소홀하다, 그래서 잘 설명해주지를 못한다는 부분이다. 우리 연구원에서는 좀 더 국민들에게 다가가 자긍심을 불어 넣어주는 역할을 많이 하려고 한다.

우리에게 보석(자원)은 많은 데 스스로도 그것을 몰라본다면 너무 슬픈 일이 아닌가. 그것을 제대로 꿰지 못하고 설명도 못하는 부분에 (우리 연구원이) 제대로 역할을 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그리고 외국의 교과서에 우리의 성장과 문화의 우수성이 많이 실려야 하는데, 아직은 중국과 일본의 비중 보다는 아직 균형이 이뤄지지 못한 부분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 외국인들이 전통과 역사를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지적한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 맞다. 그동안 공교육에서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는 평소 역사 교육을 비교적 등한시 하는 게 문제지만, 현실적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뭐라도 (문제가) 시험에 나와야 공부를 좀 더 할 것 아니겠나.

다행히도 최근 수능에 (역사 과목이) 필수과목으로 들어가게 되다보니까 이제 어떤 교과서로 가르치고 배울 것이냐가 논쟁이 되기도 했는데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자국의 역사라는 것은 차세대 인재들에게 온전한 국가관과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연구는 다양하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교과서는 그래도 자긍심을 가질 수 있고 , 창의성을 배울 수 있으며, 시대에 대한 도전과 극복의 의지를 가질 수 있는 역사를 담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또 역사에는 그늘과 양지가 있기 때문에 잘못된 점은 개선해야 된다는 분석도 필요하겠다. ‘역사를 잊은 민초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하듯이 역사를 통해서 미래 의식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청소년에게서 희망을 볼 수 있다. 결국 역사라는 것은 이어지고 좀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길을 밟아야 한다. 청소년들이 바르고 건강하게 성장해야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이를 위해 나는 청소년들에게 ‘주전자’ 정신을 가지라고 주문하고 싶다. 바로 주인의식과 전문성, 그리고 자긍심이 그것이다.

▣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우리 것을 먼저 알아야 남의 것도 포용하고 인정할 수 있지, 자기 것도 모르면서 남의 것부터 알며 사대주의나 종속주의로 갈 수도 있지 않겠는가. 세계적으로 나라마다 자국 고유의 문화, 자기가 걸어온 역사가 있다. 그것을 안 다음에는 세계를 품어야 된다. 가장 골자는 우리의 것을 알고 나야 정체성, 주체성이 흔들리지 않는 다는 점이다. 국가브랜드 측면에서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이라고 생각한다.

▣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 내가 한중연 원장이 됐다니까 주변에선 새로 연구소를 만든 줄 알더라. 과거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이름을 바꾼 것이라고 하면 그제야 고개를 끄덕거리더라. 그럼에도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두 명칭 모두 생소해 하는 이들도 많더라. 지난 35년간 한국의 정신을 연구해온 국책연구기관이 국민들에게 존재감이 없다는 것은 국가나 국민 모두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중연을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울림을 주는 연구기관으로 만들고 싶다. 또한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아카데미를 만들어 국민들과 접점을 늘려나갈 생각이다. 전국 9개 서원을 한중연의 분원으로 활용할 계획인데, 지역갈등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선시대 영남의 이황과 호남의 기대승이 서로 소통한 것처럼 서원을 거점 삼아 지역 간 소통을 이끌어내고 싶다.

김학형 기자 khh@kns.tv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HOT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