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08:24 (일)
[칼럼] 보람 있는 진짜 여름휴가
상태바
[칼럼] 보람 있는 진짜 여름휴가
  • 윤재홍 논설위원(정치학 박사)
  • 승인 2013.07.05 1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휴가철이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무더위가 계속 되고 있다. 7월초인데도 벌써부터 34도까지 오르내리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또한 축대가 무너지고 집들이 침수되는 등 이른 장마철의 막대한 홍수피해로 TV뉴스를 꽉 차게 한다. 그러나 휴가는 가야한다. 여름휴가는 1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직장인들의 축제라고 할 수 있다.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유명휴양지 비행기 표는 이미 동이 났다. 해변, 산골짜기 등 명승지의 콘도나 펜션, 민박 등 숙소의 예약이 이미 끝났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 수준이 올라가면서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휴가 문화는 점점 고급화되고, 다양화되는 등 질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휴가는 일상적으로 해오던 업무나 생업을 잠시 접고 쉬는 것이다. 푹 잘 쉬고 돌아와 새로운 기분으로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활력을 불어넣는 보너스 기간으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휴가를 마친 후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더 정신과 육체가 모두 건강해진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어야 휴가의 목적이 달성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 대부분의 휴가는 순수한 목적에서 빗나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휴가의 목적은 쉼, 재충전에 목적이 있다. 남보다 더 멋진 휴양지에 갔다 와서 사진으로 남겨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한다. 또 여행경비와 옷차림에 먼저 신경을 쓴다. 무엇을 맛있게 먹고, 무엇을 하며 즐겨야할지 걱정하는 휴가라면 진짜 휴가가 아니라 단순한 나들이일 뿐이다. 진짜 휴가는 평상시 업무에 쪼들리고 쌓였던 스트레스를 푸는 즉 정신과 육체적으로 안정을 되찾는 아주 편안하고 즐겁고 보람된 휴식이 진짜 휴가라고 할 수 있다.

요즘 휴가 개념은 잘 쉬는 것보다 잘 놀아야 하는 것으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곳을 찾아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신나게 즐기면 휴가를 잘 보냈다고 흐뭇해한다. 이런 휴가는 휴가기간 중 반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파김치가 된다. 휴가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이제야 진짜 쉬고 싶은 생각이 든다. “휴가증후군”이란 별명도 있을 정도이다.

그러면 어떻게 휴가를 잘 보내야 재충전의 보람이 있을까? 필자는 25년 전 가족들과 함께 강원도 속초의 한 변두리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 근처의 민박집에서 보냈던 휴가가 생각난다. 친절했던 민박집 주인 할머니가 고추장과 된장 등을 그냥 주면서 근처 개울가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그물과 고기잡이 도구를 빌려주었다. 우리 가족은 서툰 고기잡이로 개울 속의 갈대 사이를 더듬어 붕어와 피라미, 민물새우, 가재 등을 제법 많이 잡았다. 아들과 조카들에게 잡은 물고기 이름을 알려주기도 했다.

이 개울가에서 우리는 잡은 물고기로 즉석매운탕을 끓여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밤이 되면서 시냇물 소리와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반딧불을 보고, 모기에 시달리긴 했지만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빛을 바라보는 것이 더 즐거웠다. 낮에는 재미있는 소설책을 읽었고, 아들형제와 조카들은 동화책을 읽었다. 온가족이 공해를 입지 않은 자연과 어울려 여름휴가를 즐겼던 강원도 속초의 아름답고 흐뭇했던 추억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요즈음 여름휴가는 돈이 많이 들고, 유명한 피서지에서 비싼 음식에 술 마시고 흥청망청 즐기는 휴가가 마치 최고의 휴가처럼 유행하고 있다. 이런 휴가에 비하면 필자의 ‘강원도 속초’ 휴가는 정말 자연과 함께 어울려 적은 돈을 들여 보람을 찾는 휴가였다. 또 가족들의 화합을 다지는 즐거운 자리였고, 어린이들에게도 자연의 순수함을 보여주는 알뜰한 진짜 휴가라고 자부할 수 있다.

요즈음 대학생들의 농촌 일손 돕기, 농사일 체험 봉사 활동을 여름휴가로 대신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대학생들은 우리의 식단에 올라오는 쌀 등 농산물 재배의 어려움을 알고, 농민들이 피땀으로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고 농촌의 애환을 체험하며 구슬땀 속에 휴가의 보람을 찾는다. 또 홍수피해를 입은 지역을 찾아가 물에 잠긴 주택에 가구를 옮기고, 집안에 있는 물을 퍼내며 흘러내린 흙더미를 정리하는 등 홍수피해 지역의 자원봉사 활동에서도 값진 여름휴가를 대신하는데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몇 년 전부터 여름이 오면 항상 내 고향 영암이 생각난다. 전국의 유명 관광지로 만들어 지역경제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월출산 기찬랜드’, 그리고 최근 만들어진 ‘금정 뱅뱅이골 기찬랜드’에 가고 싶다. 전국에서 유명한 국립공원 월출산 기슭에 만들어진 ‘월출산 기찬랜드’에서 월출산에서 내려온 맑고 시원한 계곡물에 온몸을 담구며 가벼운 개구리헤엄이라도 치면서 더위를 식히고 싶다. 그리고 영암의 유명한 매력한우와 녹색한우 고기, 세발낙지, 짱뚱어탕, 토하젓 등 고향 향토음식에 술 한 잔을 멋지게 하고 싶다.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찾아,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등 향수를 달래며 더위를 식히는 보람 있는 휴가가 진짜 여름휴가가 될 것이다.
 

윤재홍 논설위원(정치학 박사)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HOT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