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08:24 (일)
칼럼]탄소배출권 거래제, 규제일까? 기회일까?
상태바
칼럼]탄소배출권 거래제, 규제일까? 기회일까?
  • 박상도 기자
  • 승인 2013.07.16 12: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생활환경연구원 이승재원장
환경오염 및 지구 온난화와 관련해 전 세계가 온실가스(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이를 위해 고안된 제도인데, 최근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둘러싸고 각 계에서 찬반논쟁이 뜨겁다.

애초 예정했던 도입 시기가 2013년에서 2015년으로 연기됐지만, 논쟁이 식을 줄 모르며 여전히 이슈의 대상이 되고 있다.

탄소를 사고파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대체 왜?
 

녹색산업이 의무이자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비용 부담 때문에 반대하고, 한쪽에서는 오히려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찬반논쟁이 이어지자 정부에서는 입법 예고한 도입 시기를 연장한다는 강수를 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도대체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은 기업과 국가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탄소배출권리(공장 등에서 온실가스를 일정량 배출할 수 있는 권리) 를 사고 팔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도록 한 제도로 시장 기능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온실가스는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이산화질소, 메탄, 과불화탄소, 수소불환탄소, 육불화황 등이 있다.

이 중 이산화탄소가 온실 효과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어 온실가스 배출권을 일반적으로 탄소배출권이라고 부른다.

즉, 정부가 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할당한 뒤, 실제 배출량과 비교해 허용량보다 남거나 모자라는 양을 배출권거래소에서 현금으로 거래하는 것이다.

허용량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기업은 배출권을 사야 하고, 반대로 온실 가스 감축 설비나 생산 공정의 변화 등을 통해 허용량보다 온실가스를 덜 배출한 기업은 남는 배출권을 팔아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년 동안 2,000㎏의 탄소배출권을 가지고 있는 한 기업이 1년에 1,500㎏의 온실가스만 내보냈다면 500㎏에 대한 권리를 다른 회사에 팔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이를 산 기업은 원래 정해진 탄소배출권보다 500㎏을 더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량이 검증되기 때문에 국가가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 제도는 2008년 8월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에서 처음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후 정부는 2009년 9월, 통상적으로 경제활동을 이행했을 때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를 2020년까지 30% 줄이겠다는 국가온실가스 중기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마침내 지난해 11월 탄소배출권 거래제 입법안을 내고 2013년부터 거래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8개 경제단체가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 연기를 건의하는 등 산업계 반발에 부딪혀 올해 2월 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에 관한 법률 수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산업 경쟁력 저하시키는 녹색 규제 vs  새로운 성장 동력

새롭게 마련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에 관한 법률 수정안’은 산업계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

우선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거래제 도입 시기를 2015년 1월 1일로 당초 계획보다 2년 늦췄다. 거래제 적용 대상도 완화했다.

각 부문 및 업종별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보고·검증체계 등 준비 여건과 국제 경쟁력 등을 고려해 적용 부문과 업종을 결정할 계획이다.

배출권 무상 할당 비율도 기존 90% 이상에서 95% 이상으로 조정함으로써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했다.

종존에는 배출권 무상 할당 비율을 3단계로 나눠, 1차에서는 90% 이상을 무상 할당으로 2차에서는 대통령령에서 3차에서는 100% 유상할당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정안에서는 1차에서 95% 이상을 무상할당으로 하고,  2차 계획기간 이후에는 국제동향, 산업경쟁력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할당 비율을 정하게 된다.

예를 들면 정부로부터 100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기업이라면 95톤은 무상으로, 나머지 5톤은 유상으로 배출하게 되는 것이다.

종전 계획(무상 비율 90%)대로 하면 10톤을 현금으로 사들여야 하는 만큼 부담이 커진다.초과 배출량에 관한 과징금과 과태료도 줄였다.

톤당 100만 원 범위 내, 평균 가격 5배 이하이던 것을 100만 원 상한을 없애고 무조건 톤당 평균 가격 3배 이하로 변경했다.

보고의무 등 행정 위반시에 물어야 하는 과태료도 5,000만 원 이하에서 1,000만 원 이하로 크게 낮췄다.

잉여·초과 배출권은 거래소에서 유럽연합 배출권 거래가격인 톤당 2만원 정도에 거래될 전망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되면 운용의 핵심 사항인 할당 계획을 담당하는 배출권 할당위원회가 만들어지는데 위원회는 기획재정부가 이끌게 된다.

하지만 이같은 수정안에도 불구하고 산업계는 도입 시기 연기가 아니라 검토 자체를 2015년 이후로 미뤄야한다는 등 반대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어 논란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산업계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반대하는 이유로 ‘비용 부담으로 인한 기업 경쟁력 약화’를 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철강, 기계, 화학 등 국내 9개 업종의 매출이 최대 12조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로 인한 비용이 증가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란다. 이는 결국 수출 경쟁력을 포함해 산업 경쟁력까지 저하시키는 녹색 규제가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세계 최다 배출국인 미국이나 중국도 실시하지 않는데, 전 세계의 1.7% 배출국인 우리나라가 산업계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왜 도입하냐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구제나 부담으로 생각하면, 지금까지 매년 2배씩 성장해온 탄소시장 및 녹색산업 발전의 기회를 잃게 된다며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중 60% 이상을 산업부문이 차지하는데도 뚜렷한 감축 수단이 없는 상태여서 배출권 거래제가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로 인해 기업들의 비용이 증가하고 이것이 경쟁력을 약하게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것이 녹색 기술과 에너지효율을 향상시켜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한 몫할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2020년 온실가스 배출 30% 감축이라는 국가 감축 목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도입이 늦어지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양을 감축해야 하므로 기업 부담이 더 커지고 오류가 생길 확률이 많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지금부터 서서히 탄소배출권이라는 신호를 줘, 변화에 몸을 단련시키다 보면 탄소 감축 기술과 재생 가능 에너지 시장을 키울 수 있는 근간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 해외에서는 어떻게?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궁극적인 목적은 환경보호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기업으로부터 돈을 내고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게 함으로써 기업 스스로 탄소배출 절감 노력을 하게 하려는 의도다.

환경을 해치는 주요 원인이 탄소배출이기 때문에 이런 노력을 하는 것은 기업의 당연한 책임이며, 강제적인 수단을 통해서라도 기업이 자발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필요성을 찾을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유럽연합(EU) 27개국과 뉴질랜드 등이다. 2002년 영국에 세계 최초로 탄소배출권 시장이 개설된 이래 서유럽 대부분 지역에서는 탄소배출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암스테르담에 개설되어 있는 유럽기후거래소(ECX)가 현재 가장 큰 규모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이다.

EU의 경우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율이 2005년에는 12%인데 비해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 이후인 2008년에는 16.5%로 증가했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대형 금융그룹들의 경우 모두 탄소배출권 전문 트레이더나 전문 펀드매니저 등 탄소배출권 관련 전문 인력을 고용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가 2012년부터 의무적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할 예정이며 일본, 칠레, 호주, 대만 등은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한편 중국은 향후 10년 동안 풍력, 수력, 원자력에 780조원을 투자하며, 전기자동차에도 17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모두 장기적으로 탄소배출 문제가 일종의 무역 장벽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계산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덴마크는 수년 전부터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탄소배출을 감축시키는가 하면 자국에서 생산 가능한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1980년대와 비교해 GDP는 약 70% 증가했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오히려 줄었다고 한다.

기업은 물론 개인적인 실천도 중요ⅰ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과는 별개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제도 및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곳도 많다.

LG전자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고효율 냉장고를 개발ㆍ판매함으로써 전력사용량을 낮춘 만큼 이를 탄소배출권으로 되돌려 받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에 대한 인도 정부의 허가를 취득했다.

이로써, 인도로부터 2019년까지 총 150억원 가량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전력은 녹색기술 확보에 2020년까지 모두 2조8000억원을 투자하고, 청정개발체제(CDM)사업을 통해 900만 톤의 탄소감축 대응 시스템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편 충청남도 환경녹지국 전 직원들은 지난 3월부터 자율적으로 ‘환경녹지국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실시하고 있다.

가정에서 사용한 전기사용량에 대해 작년 사용량 대비 올해 전기사용 절감량을 비교해 분기별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포인트로 산정하고 직원끼리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방식이다.

또 원주시는 청사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절감 대책’을 수립, 실천한 결과 지난해 한 해 동안 576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해 지역단위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도 시범사업에서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원주시는 목표치인 2%보다 훨씬 많은 19.4%를 감축하였는데, 이는 소나무 약 11만5천 그루를 심은 효과와 같다고 한다.

이같은 기업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도 탄소배출 감축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생활을 통해 실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온실가스는 기업에서만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도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조명을 켜거나 컴퓨터, 휴대폰, 더운 물 등을 사용할 때도 탄소를 내보내고, 과자를 만드는 데에도 생산 및 수송 과정에서 많은 탄소가 나오니 과자 한 봉지를 먹는 것도 탄소를 배출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박상도 기자 psd112@paran.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HOT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