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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콩밭에 있는 교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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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콩밭에 있는 교수들
  • 이용운 논설위원
  • 승인 2013.07.0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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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수: 대구염색단지 환경기사로 재직하다 대학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후 그 지역 전문대 교수로 재직 중 대구시설관리공사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다. 중간에 사임하고 다시 대학교수로 복귀,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으로 활동하다 환경관리공단(현, 한국환경공단 전신) 이사장에 취임한 후 2년 넘게 근무, 한국자원재생공사와 통합으로 사임하다. 현 정부 출범 후 또 다시 환경공단 이사장 공모에 응모하였으나 실패하다.

B교수: 운하를 지지하고 4대강사업 적극 찬성론자로 이명박 정부 탄생에 기여하다. 규정까지 고쳐 개방직으로 바뀐 국립환경과학원장에 응모해 원장이 됐으나 임기 6개월을 남기고 자진 사퇴하다. C교수: 모 전직 유력 정치인의 사위, 대학교수 재직 중 한국환경공단(환경관리공단 포함) 이사장에 3차례나 응모하여 3수 끝에 이사장에 보임되다.

D교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이명박 정부를 공격하는데 앞장서다. 박근혜 정부 탄생에 상당히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다. 2012년 총선과 대선 후 학교로 복귀하자마자 교수로서 학생지도에 소홀히 했다는 자괴심에 정년 4년을 남기고 자진 퇴임하다.

요즘 환경계에서 회자되는 4인 교수들의 이력이다. 교수란 모름지기 자신이 지닌 전문성을 바탕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후학을 양성하는 게 본업이다. 그 본업을 뒷전으로 하고 관변을 기웃거리는 교수들에 대한 환경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 교수로 재직 중에 정치권과 교분을 위해, 고위공직에 대한 정보와 응모를 위해, 고위공직의 쟁취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투자됐을까. 그 이면에 학생들은 얼마나 불성실한 학습을 받았을까, 석·박사 학위를 준비하는 제자들은 어떨까, 자못 궁금해진다.

고위공직에 진입한 교수들에 대한 업무평가 점수도 그리 후한 편은 아니다. 대학에서도 공직에서도 기억할 만한 족적을 남기지 못하는데 무엇 때문에 관변에 기웃 거리냐고 힐난한다면 잔인한 일인가. 공직은 우리 국민들이 위임한 존귀한 자리다. 주어진 일을 감당해 내야 그 만큼 국가발전이 담보된다는 뜻이다. 모든 걸 버리고 전념해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자리다. 시도 때도 없이 학교와 공직을 오가면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소신으로 공직이나 정치를 한다면 책임도 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D교수의 결단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소신껏 정치를 했으나 학자적 소임을 못했다며 물러나는 그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3.1운동 선언문의 ‘학자는 강단에서...’ 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자기소임을 다하는 자세가 절실한 때다.

 

이용운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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