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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월왕 구천의 완벽한 변신과 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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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월왕 구천의 완벽한 변신과 민주통합당
  • 강준완 편집국장
  • 승인 2013.03.25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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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준완 편집국장] 중국 춘추시대 최대의 라이벌 국가는 오나라와 월나라였다. 한마디로 같은 하늘 아래서 함께 살 수 없는 ‘불구대천 원수지간’이다.

복수를 준비하는 시간은 10년도 길지 않다는 중국인들 문화에서 종종 인용되는 '오월동주' '와신상담'이란 성어가 쏟아진 것도 오월의 시대다.

오나라 왕 합려는 월나라를 공격했지만, 월나라의 장군 범려의 책략에 말려들어 다리에 상처를 입고 사망하게 된다. 죽어가는 합려는 아들 부차에게 자신의 죽음을 잊지 말라며 복수를 다짐받는다.

오나라 왕이 된 부차는 부친의 유언을 받들어 월나라 구천에게 한 방 먹이기 위해 섶나무 위에서 자며 복수심을 불태웠다. (이른바 ‘와신 臥薪’ 이다)

2년 뒤에 부차는 오월 전쟁을 통해 아버지의 원수 ‘구천’을 사로잡아 자신의 궁으로 끌고 와 노비로 삼아버린다. 오나라의 국가전략기획 책임자인 오자서는 훗날을 염려해서 구천을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부차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월왕 구천은 부차의 노비가 되어 온갖 설움을 겪고 고향으로 돌아가 오나라에 재도전하기 위해 군비증강에 박차를 가한다. 구천은 이 때 오나라와 한판 승부에서 지고 난 후 닥친 고통과 치욕을 잊지 않기 위해 쓸개를 핥으며 부국강병에 힘썼다. (이른바 ‘상담 嘗膽’이다.)

그런데 오왕 부차는 왜 월왕 구천의 복수심을 눈치채지 못했을까.  왜 그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었을까. 역사적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이 당시를 표현한 일부 자료에선 구천이 아예 노비로 변신했다는 대목들이 나온다.

도광양회(韜光養晦)처럼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그 조차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게 아예 노비가 되버리는, 철저한 자기변신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구천의 오나라 노비생활 당시는 생각과 행동이 노비 그 자체였다. 구천이 컨디션 안좋은 부차의 건강을 알아본다면서 그의 대변까지 맛보는 장면이 중국 역사극에서 종종 재연됐다. 이 드라마를 보면 구천이 진짜 부차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의 대변을 맛본다. 무서운 변신이다.

결국 부차와 신하들은 구천의 부활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정하고 구천을 월나라로 보내버린다.

재도전에 성공하기 위해선 철저한 자기분석과 반성 그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는 의지가 필수임을 알 수 있다. 그래야만 대상(상대측)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며, 그것은 곧 나의 무기가 된다.

최근 모 일간지 여론조사에서 민주통합당이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한다는 인식이 무려 65%가 넘었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가 40%를 넘었으며, “미래비전이 없다”고 지적한 수치도 20%가 넘었다.

민주통합당에선 대선패배 후 원인분석, 책임론, 참회의 시간 등 나름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도전하려는 움직임이 연일 계속되었다. 하지만 정권탈환을 위한 당의 신선한 정체성 수립, 리더를 중심으로 달려나가는 역동성 등 체계적인 움직임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이에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불만들은 쏟아지고 있으며, 최근엔 안철수 신당론과 맞물려 당의 정체성과 자리매김이 어떻게 정리될 지 안갯속 같다.

민주통합당은 절대 승리를 위해 변신하는 월왕 구천의 자세를 깊이 새겨볼 만 하다.

새누리당의 정책과 지지자들의 정서 등을 비판의 잣대로만 들이대면 결코 재도전에 성공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건국과정과 60~80년대를 관통해온 역사를 균형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형상화된 비민주적인 역사의 흐름도 끄집어내면서 제대로 된 시각교정도 필요하지만, 긍정적인 결과물들에 대한 인정과 그 조차 자랑스런 우리 역사란 인식도 필요하다.

보수-우파적 사고와 행동에 대한 단순한 견제와 비판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판세를 유리하게 이끌어가려면 보수와 우파의 사고와 이해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싸움의 형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으며, 재탄생할 수 있다.

게다가 20~30대는 80년대 민주화 운동시대를 온 몸으로 부딪혀 온 40~50대와 달리 글로벌 경제와 문화에 익숙한 세대들이다. 이들은 민주통합당에 대한 심정적 옹호론과 동지의식 대신 상식의 잣대로 세상과 정치를 바라본다.

자신들이 태어나기도 한참 전인 60~70년대 이야기를 다시 꺼내 들어 대선 이슈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아리송함, 특정 지역의 몰표현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이 이들에겐 존재한다.

이들은 보수-진보의 논리보다 생활정치적 접근을 선호한다. 특정지역에서 90%의 몰표가 나올 수밖에 없는 역사적 사실엔 관심이 없다는 의미다.

민주통합당이 다시 정권을 잡기 위해서 어떻게 변신해야 하는 지 눈여겨 봐야 할 변화의 흐름이다.

새누리당이 그 동안 줄기차게 달려왔던 성장 위주의 우방향 정책에서 숨고르기 하고 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정책 등이 바로 그것이다.

민주통합당도 이제 좌클릭 일변도 정책이 튼튼한 지지세력 확보에 필수부가결한 마지노선인양 인식하는 단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민주통합당이 “5년 후 다시 해보자”는 결의만 가지고 정권을 다시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한 착오다.

우파-중도우파적 사고와 정책, 우성향 일변도의 입장, 보수의 논리를 이해해야 한다. 일부 논쟁점에 대해선 이해하는 차원이 넘어서 그들과 진짜 보수세력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등 돌렸던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만약 민주통합당이 이런 변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정권창출보다는 여당과 대척점에 서서 견제와 비판 기능만 열심히 해대는 야당으로만 존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강준완 편집국장 jeffkang@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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