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백현동주민자치위원회 "우리 마을은 우리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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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백현동주민자치위원회 "우리 마을은 우리가 지킨다"
  • 박동웅 기자
  • 승인 2023.11.02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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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프로그램를 활성화하겠습니다"
백현동주민자치위원회 정우삼 위원장
백현동주민자치위원회 정우삼 위원장

[KNS뉴스통신=박동웅 기자] 풀을 뽑아보면 잔뿌리가 무수히 많다. 이 뿌리들은 물과 양분을 흡수해서 식물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필수 요소다. 주민자치위원회를 풀뿌리에 비유하는 것은 아주 작은 지역의 문제와 주민 생활 등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뜻을 내포한다. 주민자치가 지역사회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면서 밑바탕에서 민주 정치를 실현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처럼 민주주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체 국가를 운영하는 중앙 정치가 발전할 수 있기에 결국 ‘풀뿌리 민주주의’로 향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새주민, 외지인 화합 이뤄낸 백현동 주민자치위원회 

경기도 체육대회

올해 설립 13주년을 맞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정우삼)는 전국에서도 주민간 소통과 화합이 잘 되기로 유명하다. 한번 선정이 된 주민자치위원들은 중도 이탈 없이 대부분 임기를 마쳐 순조롭게 위원회가 운영된다. 백현동 주민자치센터는 총 39가지 여가·취미활동 프로그램을 즐기기 위해 백현동 뿐 아니라 이웃 동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어느 마을이나 성장통을 겪으면서 주민 간 대립이 발생하기 마련이나 백현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세 번째 위원장을 연임 중인 정우삼 위원장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소통과 화합을 일궈내면서 순항 중이다.

“2010년 처음 주민자치위원회가 생길 당시 말 그대로 백지상태에서 뭣 모르고 시작했습니다. 초창기에 10명 정도 소수 인원으로 컨테이너에 조촐하게 사무실을 마련하고 시작했는데 어려웠습니다. 백현동은 인근 삼평동이나 판교동에 비해 원주민 비율이 높은 편으로 새로 유입된 분들과의 화합에 중점을 두고, 마을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지키면서 더불어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백현동 주민자치위원회 설립 초기 가장 먼저 시작한 사업은 주민 스스로 실천하는 ‘집 주변 청소로 일과 시작하기’였다고 한다. 판교신도시가 한창 들어서던 시기라 공사하는 곳이 많고, 동네가 어수선한 편이어서 마을대청소를 실시해 화합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고 단독 주택지와 공사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마을 순찰과 방범 활동을 강화해 우범지역이 생기지 않도록 초기부터 고려했다.

2010년 백현동이 만들어질 당시 세대수는 도합 4,042세대로 그중 원주민은 40세대에 불과했다. 정 위원장은 이들과 함께 백현동 향우회를 만들어 체육대회를 열었다. 타지로 나간 백현동 주민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그리운 고향을 찾아올 수 있는 구심점을 마련한 것이다.

“백현동을 신도시로 개발하는 공사기간 동안 다른 곳으로 이전한 주민들한테 상사(喪事)가 많이 생겼습니다. 건강했던 60대가 갑자기 돌아가시기도 했죠. 다시 입주한 뒤에 토박이 어른들을 모시고 느티나무 고사부터 지냈습니다. 다들 미신이라고는 하지만, 저는 효험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에 ‘백현동 때문에 분당이 발전을 못한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조상님들 때문에 차마 이곳을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정우삼 위원장은 이처럼 16대째 조상 대대로 백현동에 터를 잡고 살아온 토박이다. 어린 시절부터 지역의 변천사를 지켜본 산 증인이다.

“백현동은 기록에 의하면 뒤 고개에 큰 잣나무가 있고 그 아래에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해서 잣나무 백(柏)에 고개 현(峴)자를 붙여 백현이라 지었답니다. 저 어릴 땐 잣나무는 다 없어지고 산자락에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만 있었습니다. 그 인근으로 조상님과 그 후손의 묘소가 60기쯤 있었는데요. 지금은 타 지역으로 이장했고, 여름마다 운중동, 판교동 친구들과 어울려 멱 감던 탄천은 홍수가 나면 드럼통과 돼지가 둥둥 떠다니기 일쑤. 눈부신 탄천의 변모가 더러는 실감 나지 않습니다.” 

우수 주민자치센터 견학

16대 백현동 토박이 종손 정우삼 위원장, 남은 임기 최선 

백현동에는 수령 3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다. 이 느티나무를 기억하는 유일한 원주민 중 한 사람이 바로 정우삼 위원장이다. 이 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좋은 그늘이자 어린이들의 놀이터였으나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가 옮겨 심게 되어 현재는 본래 있던 곳에서 10m쯤 아래로 옮겨졌다.

“느티나무를 이전할 당시 가지가 잘리고, 6m정도 올린 지반에 이식되어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좋아져서 이제는 다시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 300년 수령의 느티나무는 이제 마을의 보호수 같은 존재가 됐습니다. 마을에서 제를 지낼 때도 여기서 지내곤 합니다.”

인간 보호수가 되길 바라는 정우삼 위원장은 선친이 동정 자문위원회 활동을 오랫동안 해오는 모습을 지켜보며 성장해 그 족적을 따라 걷게 됐다. 백현동 주민자치위원회 외에도 판교낙생농협 이사, 성남문화원 부원장, 성남시청소년지도협의회 감사, 백현동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백현동주민참여예산지역회의장, 성남중앙로타리클럽 2018-19년도 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지역 발전과 지역민 간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로타리클럽 활동은 다른 회원들과 십시일반 기부금을 보태서 조금씩 쌓아가는 즐거움과 성취감이 남다르다.

기념식수 식재를 하고 있는 정우삼 위원장

지금까지 관명장학문화재단을 통해 3,000만 원 이상을 기부했고, 직접 장학생을 추천하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모친께서는 명절 즈음 주변 이웃에 쌀이나 음식을 나눠주시면서 ‘너무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지 말고, 여유가 있으면 나눠야 한다’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곳 백현동은 제가 나고 자란 지역이기 때문에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참여하고, 좋은 게 생기면 나누고, 이웃을 돕는 일은 당연히 해야 할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우삼 위원장은 “백현동 주민자치센터는 도심 속 공원과 인접해 쾌적하고 편리한 장소에서 다양하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며 “다양한 여가와 취미활동을 즐기고 살기 좋은 백현동을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여러분의 열린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은 임기동안 주민자치 프로그램 활성화”를 약속했다.

현재 백현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회로 넘어서는 과도기에 서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동 행정업무에 대한 단순한 심의, 자문역할을 맡았던 것과는 달리 주민자치회는 주민생활과 관련된 업무를 주민들이 모여 협의·결정하는 곳으로, 주민총회에서 마을계획을 수립하는 등 주민생활과 관련된 업무를 순수 주민들이 함께 모여 처리한다. 보통의 주민자치위원회는 지역 저명인사들로 구성된 반면, 주민자치회는 공개모집과 추천을 거친 주민들이 주민자치 교육 과정을 이수한 후 임명된다. 그만큼 대표성과 다양성은 물론 위원들의 책임감 역시 높을 수밖에 없다.

“아직은 충분한 이해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백현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자치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차기 위원장님께서 잘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남은 임기동안 자치위원장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제 고향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돕겠습니다.”

박동웅 기자 v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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