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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고(忍苦)과정 거쳐 ‘경기도 명품 산조가야금’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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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고(忍苦)과정 거쳐 ‘경기도 명품 산조가야금’ 탄생
  • 오성환 기자
  • 승인 2023.03.04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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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를 연주할 줄 알기에 소리에 더욱 예민해집니다

CULTURE/국악기 율목(산조가야금 전문제작공방) 악기장 이기복

인고(忍苦)과정 거쳐 ‘경기도 명품 산조가야금’ 탄생

“악기를 연주할 줄 알기에 소리에 더욱 예민해집니다”

태권도장을 경영하고 있었지만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았던 음악에 대한 미련은 떠나지 않았다. 경기도 국악기 공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악기 만드는 일과 인연을 맺었다. 그러면서 국악연주까지 배우기 시작했다. 율목 이기복 악기장은 ‘우리 음악에 대한 정서없이 우리악기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사명감에서 지난 2013년 직접 공방을 열었다.

서양의 재즈와도 비슷하면서도 깊이 있는 산조음악

산조음악이 주는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울림에 빠져 산조가야금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산조는 서양의 재즈와 약간의 유사성을 가지면서도 가야금에 특화된 음악이다.

“산조음악의 깊이에 빠져들었습니다. 이 깊이 있는 음악을 알아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2019년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율목(栗木) 즉 밤나무는 가야금을 만드는 중요한 재료다. 율목은 이 악기장의 호이기도 하다.

“대부분 악기제조 공장에서 윗판은 오동나무로 아랫판은 수입목으로 악기를 만드는 통에 소리가 밖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먹힌 듯한 답답한 소리를 냅니다. 아래의 나무가 마치 스펀지처럼 소리를 흡수하기 때문이죠.”

나무선정과 다듬기는 악기제조의 핵심...건조에만 5~10년 소요

나무의 상태가 소리의 80%를 결정한다는 것이 이 악기장의 말이다. 좋은 나무를 선정하면 이후 나무를 말려야 하는데 5년~10년 동안을 말려야 한다. 나무가 자란 환경에 따라 나이테의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나이테의 굵기에 따라 나무를 다루는 것은 장인의 감각에 속하는 일이라고 이 악기장은 설명했다.

우리 악기를 만드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악기의 선이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라는 부분이다. 1.5미터에 달하는 악기가 휘어져 있는 것이다. 인공적으로 휘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휘어져야 한다. 인공적으로 휘게 만들면 악기의 몸체 자체가 틀어진다는 것이 이 악기장의 설명이다.

제대로 된 가야금 무려 10년, 반면 판로는 협소

“가야금 하나 만드는 과정은 건조부터 시작하면 10년 정도 걸린다고 보아야 합니다. 소비자는 주로 연주자들이지만 일반인들도 있습니다. 한번 구매하면 평생 쓰게 됩니다. 가격은 그래서 1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만드는 과정과 그에 따른 정성을 안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서양음악 일변도인 음악 세계에서 전통악기의 판로를 개척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대학교에 국악과는 점점 사라지고, 국악과를 나와도 크게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성들여 만든 명품 산조가야금은 그나마 1년에 한 대 팔리면 고마을 따름이다. 나무 선정부터 제작까지 고단하고 긴 여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은 생각도 할 수 없다.

훌륭한 국악기 탄생을 위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나무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관심이다. 하나의 개체로서의 나무가 모두 생긴 것이 다르기 때문에 이 악기장이 만드는 악기들은 똑같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 악기장의 가야금은 명품으로 취급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 악기장의 가야금은 명품으로 취급된다.

“수십년 경력을 가진 사람이 수천개의 악기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짧은 경력이지만 하나의 악기에 쏟아붓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이기복 악기장의 말 속에서 자신의 분야에 대한 강한 프라이드를 느끼게 한다. 또한 악기를 만드는 사람 가운데 직접 연주하는 수업을 받은 사람으로 이 악기장이 유일하다. 악기를 연주할 줄 알기에 소리에 더 예민해진다는 것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차별적인 부분이라고 이 악기장은 설명했다.

인간문화재ㆍ사회적 기업 염원

이기복 악기장은 기회가 된다면 경기도 인간문화재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한다. 단기적으로는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아 악기 만드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특히 젊은 사람들을 채용해서 국악을 알리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직은 예비 사회적 기업이지만 사회적 기업 승인을 올해 추진하겠다고 다짐한다. 악기는 만드는 재료에 장인이 혼이 녹아 들어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그는 다시금 강조했다. 그러기에 자신이 만든 악기가 명품악기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란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악기가 아닌 우리 정서, 혼이 녹아 들어간 악기, 언제부턴가 서양음악에 묻혀 점점 잊혀지는 전통음악을 되살리는 일이 새삼 중요하게 느껴졌다. 그의 악기는 이미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더 많이 알려지면서서 더불어 국악이 더욱 보편화되는 시대를 그려본다.

                                                                [KNS뉴스통신=오성환 기자]

오성환 기자 v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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