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팔거산성서 대구지역 최초 신라시대 목간 출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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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팔거산성서 대구지역 최초 신라시대 목간 출토
  • 장용수 기자
  • 승인 2021.04.28 2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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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토 목간. [사진=대구 북구]
팔거산성서 발견된 목간 출토 당시 모습. [사진=대구 북구]

[KNS뉴스통신=장용수 기자] 대구 북구청과 (재)화랑문화재연구원에서 발굴조사 중인 대구 팔거산성(대구시 기념물)에서 7세기 초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 목간이 대구 지역에서 최초로 출토됐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석축(石築) 7기, 추정 집수지(集水地) 2기, 수구(水口) 등의 유구가 발견됐다. 석축은 조사지역 북쪽 경사면에 조성됐으며, 일부 유구가 중복돼 있어 석축 사이에 축조 순서 또는 시기 차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집수지는 남반부 평탄면에 조성됐는데 추정 집수지 1호는 돌, 2호는 목재를 사용해 조성됐다.

특히 목간이 출토된 추정 집수지 2호는 길이 7.8m, 너비 4.5m, 높이 약 3m 이며, 면적은 35.1㎡이고 저수 용량은 약 10만 5300리터이다. 먼저 남북으로 경사지게 땅을 파고 목재 구조물을 설치한 후 돌과 점토를 사용해 뒤를 채웠다.

특히 목재구조물은 바닥에 기초목(基礎木)을 설치하고 그 위에 기둥을 세운 다음 기둥과 기둥 사이에는 옆으로 판재(板材)를 설치했다.

한편, 추정 집수지 2호에서는 대구 소재 유적으로는 최초로 신라 목간이 출토됐다. 신라의 지방 유적에서 목간이 출토된 사례는 인천의 계양산성(桂陽山城), 경기도 하남의 이성산성(二聖山城), 경남 함안의 성산산성(城山山城) 유적 등이 있다. 또한 지난 2019년 11월에는 대구 인근 지역인 경산 소월리에서도 6세기 신라 토지 관련 목간이 발견됐는데 대구 소재 유적에서 목간이 출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목간은 현재까지 11점이 발견됐으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재)화랑문화재연구원으로부터 목간을 인수받아 컬러 및 적외선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두 차례에 걸친 판독 자문회의를 통한 기초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8점의 목간에는 한쪽에 끈을 묶기 위해 나무를 잘라내었으며, 일부 목간에는 실제로 끈을 묶었던 흔적도 존재했다. 그리고 전체 11점 가운데 8점에서 글자 또는 글자의 흔적이 보이고 그 중에는 제작 시점을 추정할 수 있는 간지(干支)와 곡식 이름이 등장한다.

먼저 간지는 4점의 목간에서 발견되며, 임술년(壬戌年)과 병인년(丙寅年) 그리고 글자가 있는 부분이 파손돼 간지 중 두 번째 글자 일부와 세 번째 글자 ‘년(年)’만 보이는 사례 등 크게 3종류가 등장한다.

임술년과 병인년은 각각 602년과 606년으로 추정되며, 이는 목간을 작성한 시점으로 여겨진다. 또한 목간에는 보리(麦)와 벼(稻), 콩(大豆)이라는 곡식 이름이 등장해 당시 세금이나 물품을 징수한 것으로 보인다.

목간이 담고 있는 내용이 곡식과 관련된다는 점, 삼국시대 신라의 지방 거점이 대부분 산성이었다는 점, 그리고 기존 신라 목간이 출토된 곳이 대부분 군사 및 행정 거점이었다는 점에서 팔거산성도 다른 출토 지역과 마찬가지로 지방에서 군사적으로 중요하면서 물자가 집중되던 거점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따르면 목간이 제작될 무렵인 7세기 초반부터 백제는 본격적으로 신라를 침공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국제정세 속에서 신라의 서쪽지방 방어가 중요해졌고 낙동강과 금호강의 합류 지점 인근에 위치하면서 그 주변의 수로나 육로를 통제하던 팔거산성의 입지나 기능이 주목되었을 것이다.

또한 ‘삼국사기’ 지리지에는 대구에 있었던 지명으로 팔거리현(八居里縣)이 등장하는데 이곳은 그동안 현재 팔거산성이 위치한 대구 칠곡 지역을 가리킨다고 막연히 추정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새롭게 출토된 목간을 통해서 대구 칠곡 지역을 중심으로 하면서 금호강 하류지역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지역을 통제하던 곳이 팔거산성이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밖에 목간에는 경남 함안 성산산성 출토 목간에서 보이는 ‘왕송(王松)’과 ‘하맥(下麦)’이라는 현재로서는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는 표현도 등장한다. 또한 목간의 제작 시점을 추정할 수 있는 간지가 나오지만 날짜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에 출토된 목간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이러한 표현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한 해명은 추가 연구과제이다.

배광식 북구청장은 “이번 발굴조사를 계기로 사적 제544호 대구 구암동 고분군과 더불어 시 기념물 제6호인 팔거산성의 국가사적 승격을 위한 종합정비계획을 마련하고 구암동고분군 누리길, 고대역사문화체험 특구와 연계해 지역의 우수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우리 지역의 문화에 대한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지역민에게는 올바른 역사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용수 기자 suya@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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