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S뉴스통신 조창용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 사진)가 재벌들의 지주회사 지분 규제를 강화하면서 앞으로 생기는 지주 회사에만 적용하고 기존 회사는 적용하지 않기로 해서 재벌개혁 후퇴 논란이 일고있다.
공정위는 그 이유로 "실제 적용할 기존 지주회사가 두 곳뿐이라서"라고 했는데 MBC확인 결과 55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9일 MBC 보도에 따르면 공정위가 최근 내놓은 재벌개혁안은 지주회사가 상장된 자회사를 가질 경우, 최소한 지분을 30% 이상 갖고 있도록 의무화했다. 대기업들이 적은 주식만 갖고도 자회사를 통제하면서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걸 막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규제의 대상을 '앞으로 생기는 지주회사'로 한정하고 '기존 지주회사'는 제외시켰다. 기존 지주회사 중에는 실제 규제대상이 두 곳밖에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공정위가 실제로 파악한 건 달랐다. 기존 지주회사 중에도 새 규제의 적용을 받는 기업은 대기업만 11곳, 모두 55곳이었다.
SK, 한진칼, 코오롱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그룹들도 포함됐다. 자회사가 많은 지주회사 SK의 경우, 규제 대상에서 빠지면서 약 7조원을 아낄 수 있게 됐다.
대신 공정위는 새 규제에서 빠진 기존 지주회사에 세제혜택을 줘서 자율적으로 지분율을 높이도록 유도하겠다고 했는데, 이 대안도 엉터리였다. 기획재정부에 확인한 결과 깎아 줄 수 있는 세금은 20억원. 기업 한 곳당 3600만원 정도 깎아주고, 최대 수조원을 더 부담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공약사항이고, 국민적 관심사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재벌개혁이라고 하는 중요한 과제에 있어서 자율이라는 명분하에 하나 마나 한 일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김상조 위원장이 현황을 잘못 알고 말실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공정위의 재벌 개혁이 후퇴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조창용 기자 creator2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