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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금’인 재개발ㆍ재건축, ‘교육환경평가’에 급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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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금’인 재개발ㆍ재건축, ‘교육환경평가’에 급제동
  • 민수진 기자
  • 승인 2017.07.1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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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민수진 기자] 속도를 생명으로 여기는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현재 상황을 반영하면 특히 재건축사업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내년에 부활을 앞두고 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난 2월 4일 시행된 ‘교육환경평가’가 뜻밖의 복병으로 등장해 재건축사업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학교 인근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따라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을 진행할 때 지상 최고 21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 이상의 건축물일 경우 시ㆍ도 교육청 내 교육환경 보호 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체계가 잡히지 않아 법적으로 심의만 45일, 약 2달이 소요되는 이 과정은 도시정비사업 절차에 도입되자마자 사업에 속도를 높이던 사업장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정비업계 일부 전문가들은 교육환경평가 도입으로 인해 속도가 더딘 재건축 사업장들의 실낱같은 희망과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며 혹평을 내놓기도 했다.

평가 대상 ‘사업시행인가 전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은 날벼락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피할 가능성 ↓ 심의 지연에 우려 ↑

‘교육환경평가’는 「교육환경보호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라 학교를 설립하려는 자, 도시관리계획의 입안자, 개발사업시행자, 학교 또는 교육환경보호구역이 도시정비법에 따른 정비구역으로 지정ㆍ고시돼 해당 구역에서 도시정비사업을 시행하려는 자, 교육환경보호구역에서 「건축법」 제11조제1항 단서에 따른 규모의 건축을 하려는 자를 대상으로 한다.

평가 대상에 해당되는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은 도시정비법 제30조제7호의2에 따라 사업시행계획(안)에 교육시설의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계획(정비구역으로부터 200m 이내에 교육시설이 설치돼 있는 경우에 한함)을 추가해야 한다. 이 규정은 법 시행 이후 최초로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분부터 적용한다고 부칙에 명시돼 있다.

느닷없이 평가 적용 대상이 정해지자 재건축 사업장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인 조합의 경우 교육환경평가가 추가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이하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진단이다.

과거 참여정부시절 도입했던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이 가구당 평균 3000만 원이 넘으면 초과이익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올 연말까지 시행을 유예한 상태인 가운데 집값 상승을 주도한 서울 강남권과 경기 과천시 등 수도권 재건축 단지 9만여 가구가 이 제도의 부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육환경평가 도입 소식을 접한 일부 재건축 조합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내년부터 시행이 유력한 초과이익환수제로 인한 타격을 받지 않기 위해 조합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교육환경평가 도입으로 인해 쥐어짜내던 사기(士氣)마저 바닥을 칠 기세다”면서 “현재 재건축 현장에서 두 달의 시간은 사실상 금보다 소중하다. 그런데 이 시간을 교육영향평가에 투자해야 한다고 하니,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지금껏 달려온 과정이 허무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업을 진행 중인 재건축 단지 중 연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유예 혜택을 받으려면 지난달(6월) 말까지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안정권에 드는데 교육환경평가 때문에 발목을 잡힌 사업장이 많다”고 덧붙였다.

재개발 조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교육환경평가 도입 이후 처음으로 통과한 서울 노량진7구역은 11번의 교육환경 보호 위원회 심의를 거쳤다고 한다. 평가 심의는 한 달에 1번만 실시하도록 돼 있고,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아 정확한 평가서 작성 기준을 모르는 조합들에 대해 교육청의 보완 요구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색13구역(서울)의 경우 지난해 12월 사업시행인가를 예상했던 조합의 계획과는 달리 교육영향평가가 추가되면서 7개월이 훌쩍 흘렀다. 한 조합 관계자는 “심의가 꽤 오래 걸렸기 때문에 사업 지연에 따른 조합원들의 피해가 상당할 거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생각이다”면서 “체계가 바로 잡히지 않은 초기 교육영향평가를 치른 조합들은 추가 부담금이 늘어나도 정부 및 지자체에선 별다른 대책 마련 없을 것으로 예상돼 결국 피해는 모두 조합원들의 몫으로 돌아올 것을 알고 있어 가슴이 먹먹하다”고 호소했다.

사실상 법적으로 교육환경평가 심의는 공휴일을 제외하고 45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지켜지지 않는 심의 기간에 대해 현장에서는 볼멘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적용 관련 질의회신 사례 일부. <제공=서울시교육청>

교육청 “틀 잡고 있는 초기 단계” 현장 반응은 ‘싸늘’
서울 9곳ㆍ부산 0곳 통과… 평가 지침서 마련 및 홍보 착수

교육환경평가와 관련해 업계 한쪽에서는 이른바 ‘규제를 위한 규제’라고 지적하고 나선 형국이다. 이는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에 일방적인 피해를 입힌 주원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서울시교육청 측은 올해 처음 시작한 제도이기 때문에 미비한 점이 있고, 현재는 틀을 만들어가는 초기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6월 말부터 이달 말까지 1.5회 수준으로 심의 횟수를 늘였다. 이는 확정된 것이 아닌 일시적인 확대이며, 다만 휴가철인 이달 말부터 다음 달(8월) 중순까지는 심의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그달 말부터는 다시 바빠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서울은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이 활발한 지역이고, 교육환경평가가 올해 처음 도입되다보니 심의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위원회에서 심의를 열기 위해선 각 분야 전문가들과 각 사업의 장(長)들을 모아야하며, 이들과 함께 최소 4~5시간의 검토ㆍ논의를 거친다”며 “밀려드는 심의 요청에 한 달에 6~9건을 검토하다보니 무리가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교육환경평가 심의 기간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교육청의 입장을 접하고도 재개발ㆍ재건축 현장의 불만은 그치지 않고 있다. 뚜렷한 평가 기준이 제시돼 있지 않아 심의 과정에서 ‘보완 딱지’를 맞기 일쑤이며,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한 재건축 조합들이 같은 시기에 심의를 신청하면서 일정을 잡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서울의 경우 교육환경평가 대상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 중 이를 통과한 곳은 9개 구역, 도시정비사업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부산은 한 곳도 통과된 사업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돼 충격을 낳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초기 단계인 교육환경평가의 홍보 효과가 부족해, 전국의 모든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들이 깊이 인지를 못하고 있거나 혹여 인지를 하더라도 확고한 가이드라인이 나와 있지 않아 대부분 ‘보완 사항’으로 넘겨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환경평가에 대한 홍보가 부족함을 인정하며 “이 때문에 사업시행인가 절차에 들어선 뒤 교육환경평가의 필요성을 깨닫고 평가를 신청하는 조합들이 많다”며 “이에 교육청은 평가 홍보 자료와 표준화 지침서를 준비 중에 있으며,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은 이번 주 중으로 논의한다는 구상”이라고 밝혔다.

같은 맥락으로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평가 심의를 신청한 곳은 많았으나 기준이 미비해 모두 보완 사항이 지정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교육환경평가는 정착 과정에 있어 완전히 정비하는 데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합 “빠른 평가 원해” vs 교육청 “느슨한 평가 용납 못해”
업계, 초기 제도인 만큼 교육청-조합 간 ‘합의점’ 마련 시급

최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환경평가를 실시하는 가장 큰 이유로 쾌적한 교육환경 조성을 꼽았다. 세부적으로는 교육환경을 보다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학교 주변의 유해시설과 위험환경 사전 차단 ▲소음ㆍ진동ㆍ일조권 등 교육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 검토 ▲학교 위치ㆍ통학거리ㆍ교지면적 적정성 검토 등이 실시된다.

이처럼 학생들의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느슨한 심의를 용납할 수 없다는 교육청 측의 입장과 사업 지연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조합원들을 위해서라도 신속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조합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최근에는 법 절차상 조합에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심의가 정체돼 오랜 기간 진행이 되지 않을 경우 법적 분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부산의 한 조합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사업 진행이 어려운 상황에 교육환경평가까지 추가돼 복잡한 도시정비사업을 더욱 꼬아놓은 기분”이라며 “학교 일조권 등에 영향을 미칠 경우 설계부터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 피해가 클 경우 조합 측에서도 법적으로 강경 대응해야 할 판국이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기존에는 서로 간 협의로 교육환경평가를 대체할 수 있었으나, 갑자기 올해부터 평가라는 새 절차를 추가한다는 소식에 혼란을 겪었을 사업장들도 이해한다. 하지만 교육청은 학생 보호의 의무가 있고, 재개발ㆍ재건축사업 등으로 유입 인구가 늘면서 아동 수가 몰리는 ‘학급 과밀 문제’ 등을 바로잡기 위해선 꼼꼼한 심의가 필요하다”면서 “교육청에서 교육환경평가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가 있고 난 뒤 조합은 건축심의 이후 평가에 대한 준비를 마치고 사업시행인가 절차에 들어가기 전 평가 심의를 신청해준다면 조금 더 빠르게 절차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2월부터 7개월가량 시행돼 온 교육환경평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도시정비사업으로 인한 학급 과밀 문제 등의 해결책으로는 안성맞춤인 셈이나, 사업시행자인 조합 측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반쪽짜리 결과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제도 시행 초기인 교육환경평가로 인해 당분간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들이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빠른 시일 안에 각 시ㆍ도 교육청과 조합 간 의견 수렴 및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두 곳 모두 충족할 수 있는 ‘합의점’을 도출해내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일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민수진 기자 vkdnejekd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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