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반도체 인재 키울 곳 없는 호남…신정훈 "광주 미니팹, 더 늦으면 청년 일자리 놓친다"
폴리텍 반도체 특화 훈련시설 5곳 수도권·충청 집중…호남은 단 한 곳도 없어 아산 296억 원 투입·2028년 완공 추진…광주 미니팹은 사업계획·예산조차 미확정 청년 10만 8천 명 수도권 순유출…235억 투입 나주 전력기술교육원장도 장기 공석
[KNS뉴스통신=한동훈 기자]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지역 청년들이 반도체 공정을 배우고 실습할 수 있는 전문 교육시설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폴리텍대학이 광주에 반도체 공정 실습시설인 '미니팹(Mini Fab)' 구축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예산조차 확정되지 않아 정부 차원의 선제적 투자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도권과 충청권에는 이미 반도체 전문 훈련시설이 집중적으로 조성되고 있는 반면, 호남은 관련 산업 육성 계획에 비해 인력양성 기반 구축이 뒤처지고 있어 지역 간 산업·교육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전남광주 나주·화순)이 한국폴리텍대학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 5개 반도체 특화 훈련시설은 안성·성남·아산·청주·이천에 위치해 있다.
모두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돼 있으며, 호남권에는 단 한 곳도 설치되지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 교육시설 수도권·충청 집중…호남은 '0곳'
한국폴리텍대학은 반도체 산업의 전문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부터 3년간 반도체 관련 학과 23개를 신설하는 등 교육 기반 확충에 나서고 있다.
특히 충남 아산캠퍼스에는 총사업비 296억 원을 투입해 반도체 전 공정을 실습할 수 있는 파운드리 종합실습관, 이른바 미니팹을 건립하고 있으며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추진되는 광주는 반도체종합교육센터 구축 구상이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난 7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업훈련 자원의 '전폭 지원'을 약속했고, 9월에는 한국폴리텍대학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간 공식 협의도 진행됐지만 구체적인 투자계획과 소요 예산은 여전히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더라도 지역에서 필요한 전문인력을 제때 공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청년 10만 8천 명 수도권으로…반도체 일자리도 놓치나
호남의 청년 인구 유출 문제도 반도체 인력양성 기반 확충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된 청년 인구는 약 10만 8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청년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 육성을 통해 지역 내 취업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과 별개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시설 투자가 지연된다면, 산업단지가 조성되더라도 지역 청년들의 취업 기회로 연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정훈 의원은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신 의원은 "미니팹이 꼭 필요하다면 타당성 용역이라도 발주하든지, 투자 계획을 세워 이사회에서 다뤄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한국폴리텍대학의 구체적인 투자 결정과 사업 추진을 촉구했다.
이어 광주 미니팹 구축계획과 소요 예산, 2028년도 정부예산안 반영 여부 등을 따져 물으며 조속한 사업 구체화를 요구했다.
"반도체 공장 가동될 때 인재 없으면 늦는다"
신 의원은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시설의 특성상 장기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훈련센터는 설계와 건축 후에 클린룸을 깔고 장비를 들이는 데 3~4년이 걸립니다. 반도체 클러스터 팹이 가동될 때 지역 청년이 그 일자리에 들어가려면 지금 결정해야 시간이 맞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생산시설이 완공된 이후 인력양성에 착수해서는 지역 청년들의 산업현장 진입 시기를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광주 미니팹 구축을 단순한 교육시설 확충 사업이 아닌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쟁력과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할 핵심 기반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35억 투입한 나주 전력기술교육원…원장 1년 5개월째 공석
한국폴리텍대학의 호남권 교육기관 운영 문제도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폴리텍대학은 광주·김제·목포·익산·순천 등에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8월에는 나주에 전력기술교육원을 새롭게 개원했다.
나주 전력기술교육원은 총 235억 원이 투입된 교육시설로, 230명 정원 규모의 전력설비·전기·소방 분야 전문교육 기반을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교육생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추가로 162억 원을 투입하는 기숙사 건립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교육기관 운영을 총괄해야 할 원장 자리는 약 1년 5개월째 공석인 것으로 확인됐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교육시설을 확충하면서도 기관장을 장기간 임명하지 않는 것은 교육기관의 안정적 운영과 책임행정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 의원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아무리 협약하고 발표한들, 실행을 뒷받침할 기관장도 없는 교육기관이라면 무의미한 선언일 뿐"이라며 조속한 원장 임명을 촉구했다.
신정훈 "광주 미니팹, 검토 넘어 실행해야"…연내 확정 촉구
신 의원은 광주 미니팹 구축 구상이 확인된 만큼 정부와 한국폴리텍대학이 더 이상 사업 추진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광주 미니팹 구축 구상이 확인된 만큼 이제는 검토를 넘어 실행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와 폴리텍대학은 연내 구축 방침을 확정하고,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연차별 예산을 담은 '호남권 반도체 인력양성 종합계획'을 의원실에 제출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번 국정감사를 계기로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과 전문인력 양성체계를 연계하는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투자 로드맵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특히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된 반도체 교육 인프라의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호남 청년들이 지역에서 교육받아 첨단산업 일자리로 진출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사업 추진과 예산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