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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이길주 안무가 - 60년 외길 명무, ‘춤은 곧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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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이길주 안무가 - 60년 외길 명무, ‘춤은 곧 삶’
  • 박동웅 기자
  • 승인 2020.11.23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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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전북무형문화재 제47호 호남산조춤 보유자 金娥 이길주
우리시대 최고의 전통춤을 조명한다

 

이길주 안무가의 호남 산조춤

[KNS뉴스통신=박동웅 기자] 2020년 11월 18일 저녁 이길주 안무가의 60년 춤 인생을 조명한 무대가 열렸다. 60년이라는 오랜 세월, 피와 땀으로 이룩한 전통춤의 경지에 오른 이길주 안무가, 이날의 주제 ‘심향(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춤)’은 그 마음을 담은 속 깊은 호흡과 춤의 울림이 깃든 깊은 춤사위의 공력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자리였다.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개최되는 무대지만 이길주 안무가의 춤 60년 인생을 차분히 돌아보고자 마련된 무대로서 어린 나이 춤길에 들어선 이후, 춤과 함께 웃고 울며 보낸 아련한 세월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모든 기록이 고스란히 영상으로 간직됐다.

이길주 안무가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47호 호남산조무 보유자이자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5호 호남살풀이춤 최선 명인의 수제자이기도 하다. 아울러 살풀이춤(이매방) 이수자이기도 한 그는 (사)한국전통춤협회 제3대 이사장과 (사)호남춤연구회 이사장을 역임하면서 호남을 중심으로 산재해 있는 춤을 찾아 발굴하고 발전시킨 한국무용의 대가다.

또한 격동기를 거치면서도 전통춤을 후대에 전수해 많은 제자를 기러낸 훌륭한 춤꾼이자 교육자로서 한국무용계의 중추적 역할의 춤 외길인생으로 그 기량이 높게 평가되고 있으며, 지난 60년 동안 전통춤으로 한국인을 느끼고 한국인의 문화와 정신을 짐작하고 엿보게 하는 것은 물론, 춤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국의 전통과 정신문화를 알려왔다.

풍부한 예술성을 지닌 춤꾼으로 평생을 살아온 이길주 이사장은 “항상 춤은 내 인생이라고 생각해왔고 배움은 끝이 없다”며 “우리 전통춤은 우리의 한을 멋과 흥으로 표현하는 종합적인 예술로서 서민의 애환과 감정을 예술로 승화시켜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우리의 것을 소중히 여기고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전통춤을 조금 더 널리 알리고 활성화시켜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 것을 듣고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예술이 일반 대중에게 소외되고 있는 만큼 우리의 것, 우리 전통을 수호하려는는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뛰어난 재능 보여

호남산조춤은 이추월 선생, 최선 선생에 이어, 이길주 이사장으로 이어지는 전라도 지방의 기방계 전통춤으로 즉흥형식의 산조연주에 맞춰 최고의 춤사위를 발휘하는 한국 춤의 대표적 특성인 한과 신명을 한층 더 자유롭게 승화시킨 것이다. 특히 호남의 판소리와 시나위를 바탕으로 한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으로 몰아가는 산조음악에 맞추어 추는 맛깔스러운 입춤 형식으로 우리 춤의 특징인 한과 흥을 섬세하게 표현해 그 예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가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은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소녀 이길주는 언니의 손에 이끌려 처음 춤길에 들어섰다. 그는 남달리 “행운이 있었다”고 회고한다. 당시 스승인 최선 선생님은 기녀 이추월 선생에게 배웠던 어렵기로 소문나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호남산조춤을 이길주 이사장에게 전수해주었다. 이처럼 호남산조춤은 이추월에서 최선으로 이어진 춤이었다. 그렇게 춤에 매료되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일취월장하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한국전통춤협회 공연 무향심선
한국전통춤협회 공연 무향심선

“당연히 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행복했다”고 회고하는 그는 끊임없는 배움을 멈추지 않고 춤과 함께 했으며,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각종 콩쿠르에서 최고의 상을 휩쓸어 신문 방송에 오르내리면서 지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또한 이초월 스승의 호남산조춤에 매료돼 무대는 물론 학사와 석사 논문도 산조춤으로 마쳤고, 후진양성과 전통무용을 새롭게 무대화 시키는 작업을 거듭하면서 풍부한 예술성을 지닌 안무가로서 찬사도 많이 받았다.

국민훈장석류장, 황조근정훈장 등 굵직한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모든 상을 휩쓴, 그가 원광대 교수로 재직할 때 터키 골든가라고즈 국제포크댄스 페스티발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나서의 일이다. “터키에서 6·25참전용사들과 연결되어 상금으로 받은 5천불 전액을 기부하게 됐는데 ‘정부에서 못한 것을 해줬다’면서 전쟁의 상흔으로 팔이나 다리를 잃은 분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다”고 전하는 이길주 이사장은 “그때 정말 많은 보람을 느꼈다”고 회상한다.

어린 나이부터 그렇게 전통춤과 인연을 맺은지 60년, 이제는 세계적인 명무로 성장했지만,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전통춤이 인정받고 있는 것에 비해 정작 국내에서는 외면받고 있음”을 안타까워한다.

특히, 지난 1월부터 전통춤협회 이사장을 맡은 그는 전통춤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온몸으로 짊어져 무거운 마음이다.

“전통춤이 올곧게 전승되도록 인지도가 높으신 채상묵 선생님이 (사)한국전통춤협회 제 1, 2대 이사장을 맡아 전국 19개 지부(문체부인가 13곳, 비인가 6곳)를 만드는 등 큰 기틀을 마련하셨고, 제가 제3대 이사장을 맡았다”고 전하는 그는 “전통춤이 사장되어가고 있어서 어떻게 하면 발전시키느냐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고, 또 매년 3월이면 정기공연을 해왔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꽁꽁 묶여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잎으로 그는 “미래 인재 교육기관도 만들어야 할 것 같고, 방대한 춤 언어를 재정리해 후손에게 남기고자 한다”며 “그래야 제대로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본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행복하다

이길주 이사장은 춤과 연출, 교육자로서 건져내도 끝이 없는 바다처럼, 드넓고 고귀한 자료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40년 동안 원광대학교 강단에서 수많은 제자를 가르쳤던 그는 제자의 몸짓에서 손동작 하나만 틀려도 바로 불호령이 떨어졌다. 배울 때만큼은 정확히 표현해야 된다는 교육자로서 소신에서다. 춤을 자신의 것으로 완벽히 소화했을 때 진정한 작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전통춤의 당위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전통춤의 맛과 멋을 제대로 알고 누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더욱 아쉬운 점이 많다고 했다. “70년대 국립무용단을 시작으로 수많은 해외순회공연을 하면서 보고 느낀 점은 동남아만 해도 초등학생들에게 전통음악과 춤을 가르치지만, 우리는 음악시간에 서양음악만 교육하고, 종합예술인 무용마저 체육으로 통합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우리의 전통무용도 어려서부터 가르쳐야 아는 만큼 보이고, 본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행복하다”며 “음악이 힐링하게 만들듯이 무용도 음악과 겹치는 종합예술로서 자주 접하는 동안 사회성을 기르고 인성과 감성, 지성을 일깨우는 등 수많은 효과를 주는 교육임에도 사장시키고 있으니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수를 시키려고 해도 배우려는 학생이 없어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전통계승을 위해서 젊은 사람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수회

이어 지부회원들에게 “회원들 모두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는데 코로나로 인해 창단공연은 물론 학술세미나도 못하고 있어서 미안한 마음”이라며 “아직은 봉사정신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의 전통춤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길게 내다보고 협력하자는 말 밖에는 할 수 없다. 힘내서 함께 노력하자”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문화예술은 사회를 풍성하게 하며 개인의 삶에서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 자선적 후원이 아닌 사회적 책임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또한 문화 없는 나라는 없듯이 예술은 지역사회의 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전통춤대상 시상식
대한민국 전통춤대상 시상식

우리 문화예술에 대해 인색했던 분위기에서 현대에 접어들수록 조금씩 우리 것에 대한 가치를 알아보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의 트로트 열풍처럼 우리 고유의 전통예술 역시 활성화되기를 기원해본다.

 

박동웅 기자 v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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