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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멋/곳] 남한산성 오복순두부 - 병자호란 때 인조대왕 들던 손두부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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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멋/곳] 남한산성 오복순두부 - 병자호란 때 인조대왕 들던 손두부 재현
  • 이은구 기자
  • 승인 2020.02.11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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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전통방식 고수, 식도락가 문전성시

 

[KNS뉴스통신=이은구기자] 진정한 재래식 전통두부란 무얼까. 우리가 생각하는 두부는 일반 마트나 공장에서 사온 식품에 익숙하다. 찌개에 넣어 먹기도 하고 두부를 부쳐 먹기도 하는 반찬 역할이나 서브음식쯤으로 여긴다. “두부가 메인 요리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두부가 메인”이라고 확신하는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에 위치한 오복 손두부 곽충환 대표를 찾았다.

곽 대표는 할머니 때부터 시작, 13년 전에 돌아가시자 부모님을 거쳐 3대째 물려받아 90년째 손두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전에는 가정집이나 음식점에 유통을 하였으나 지금은 유통을 하지 않고 가게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손두부는 조선시대 남한산성에서 시작했다. 시중에 나오는 두부는 끓여서 목판에다 누르는 방식이면 남한산성 두부는 면포에다 두부를 종자기에 받쳐서 싸는 방법이다. 콩을 불려 갈아 콩비지를 분리하고 남은 물을 끓일 때 생기는 거품을 제거한 뒤 두부를 굳히는 과정에서 바닷물 간수(소금결정이 녹아내린 물)를 사용한다.

일반 두부는 많은 양을 만들다 보니 약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전통부두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간수는 안면도에 직접 공수한 염도 25도~30도의 바닷물을 사용한다. 콩물도 커다란 무쇠 가마솥에 장작불로 끓인다. 곽 대표는 “이러한 옛날방식을 체계적이라 여겨 절대 고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절기 품절식품 ‘오복순두부’

오복 손두부는 겨울ㆍ여름 비수기에는 하루에 한번, 그리고 봄ㆍ가을 하루에 두 번 정도 만든다. 새벽 2시에 일어나서 아침 9시반이면 두부가 완성된다. 빠르면 오후 4시에 매진될 때도 있는데 이처럼 손두부는 그날 다 팔리면 하루장사가 끝난다.

곽 대표는 “평일에는 150~200명, 주말 500명 가량의 사람들이 가게를 찾으며, 여유있게 만들 때는 600명이 한계라면서 오직 전통방식을 고수하다 보니 두부 만드는 수량이 한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여기 두부가 메인 요리가 되는 이유는 영양소를 최대한 많이 살려 만들기 때문입니다. 두부를 가마솥에 넣어 장작불을 짚여서 만드는 동안 누룽지가 생기는데 이 때 조심해야 되는 것은 타버리면 영양소가 다 날라가므로 타이밍을 잘 맞추는 데에 공을 들입니다. 작업과정에 누룽지가 생기면서 고소한 향이 퍼져 영양가 높은 두부가 만들어지죠. 그래서 이곳을 찾은 손님들도‘두부가 달다’‘두부도 메인 요리가 될 수 있구나’라면서 호평을 쏟아냅니다.”

수입산도 있지만 고객들에게 최상의 맛을 선보이기 위해 국산만을 고집한다는 곽 대표는 국산이 하얗고 노르스름한 빛이 나는데 이에 더해 오복 손부두는 참나무 장작만을 사용하여 향이 더해지기에 오복 손두부는 식탁에서 메인의 자격이 된다고 했다.

 

할머니 ‘문화재 지정’ 기회 놓쳐 아쉬워

“1대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가업으로 이어받았습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댁에 가면 새벽에 멧돌로 두부를 만들어 주시곤 했어요. 할머니가 전통 손두부룰 이어가길 원해 장남인 아버지를 거쳐 3대째 이어가고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했던 곽 대표는 손부두 가게를 가업으로 이어받을 것을 생각도 못했지만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한다. 하지만 남한산성이 유원지여서 사람이 많아 음식업이 너무 힘들고 시간도 부족해 4대째 이어질지는 모르겠다며 씁쓸한 미소를 짓기도 한다.

한편, 30년 전 광주시청에서 할머니와 어머니에 대한 문화재 지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문화재로 지정되면 시간을 내어 강연과 설명을 해야했다. 두부 만들기에도 너부 바빠 문화재 신청도 못했고, 만약 문화재로 지정되어도 시간이 없어 어려웠을 것이라 했다.

임금님 밥상에 올라간 손두부

남한산성은 병자호란때에 조선시대 인조대왕이 청의 공격을 피해 많은 신하와 병사를 데리들어온 곳 비극의 역사 현장이다. 당시 임금에게 음식을 올리기 위해 목판에다 누르는 수월한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 수 없어 신하들이 직접 정성껏 손두부를 만들었다는 일화가 있다. 임금님도 드셨다는 손두부. 이처럼 아픈 역사의 흔적을 품은 정성어린 재래식 손두부가 식탁의 메인 자리를 차지한다고 누가 이의를 제기할 것인가. 선조의 오래 지혜가 베어있는 전통은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전통이 없으면 미래도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남한산성 웰빙음식을 찾는 이들은 옛 것을 잊지 않고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집으로 오복 순두부를 기억할 것이다. 요즘에는 새로운 트렌드로 콩고기가 부상하고 있다. 이를 두고 외국인들은 ‘식감과 맛이 떨어진다’고 평하는 가운데서도 ‘한국의 제조기술이 최고’라고 말한다. 이에 곽 대표는 “신메뉴인 콩고기에 도전하고 싶지만 전통의 맛이 훼손될까봐 고민이다. 전통의 고소한 두부 맛이 있는데 고유의 맛이 사라질까봐 걱정되어 당분간 전통 제조 방식을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은구 기자 v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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