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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추풍낙윤(秋風落尹), 검찰 수뇌부 대폭 물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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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추풍낙윤(秋風落尹), 검찰 수뇌부 대폭 물갈이
  • 최문 논설위원
  • 승인 2020.01.0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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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 논설위원 / "윤석열 검찰총장은 입장을 신속히 밝혀야"
최문 논설위원
최문 논설위원

예상했던 대로 검찰인사를 통해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들을 모두 잘라냈다. 취임 후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휘두르던 윤 총장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사실상 임명권자로부터 불신임을 받은 셈이니 사퇴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검찰인사는 한 마디로 윤 총장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불신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윤 총장의 측근들이 줄줄이 지방으로 전보됐기 때문이다. 대검 강남일 차장이 대전고검장으로, 한동훈 반부패 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갔다. 또한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이들은 모두 오른팔과 왼팔이라 불리던 명실상부한 윤석열의 사람들이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 하명수사와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해 온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이 고검장급인 법무연수원장으로 좌천성 영전을 했으며,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총괄했던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이동하는 등 검찰 내의 윤석열 물빼기가 이번 인사의 핵심이었다.

윤 총장은 내정자 시절 청문회에서 검찰개혁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처럼 말했지만 임명되자 조직비호자로 나서 검찰개혁 저지의 선봉에 섰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내정되자 특수부 검사를 총동원해 조국 흔들기에 나섰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대표로 있을 때부터 함께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연구해온 인물이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정확하게 알 뿐 아니라 개혁의 방향도 분명하게 설정할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했다.

그러나 윤석열은 달랐다. 그가 검찰총장에 내정 당시 인물을 검증한 사람이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었지만 검찰총장에 임명되자마자 안면을 싹 바꿨다. 한때 조국-윤석열이 호흡을 맞춰 검찰개혁을 이뤄나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백 여명의 특수부 검사와 수사관들이 마치 아마존밀림의 강에 빠진 짐승을 물어뜯는 피라니아처럼 몰려들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물어뜯었지만 결과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인 동양대 정경심 교수의 상장 위조와 사모펀드 기소 뿐이었다.

그러나 그 혐의 또한 의혹의 수준으로 명백하게 밝히지 못해 공소장조차 제대로 기록하지 못한 채 법원과 변경을 다투는 지경에 이르렀다. 날고 긴다는 대한민국 특수부 검사들의 체면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러자 윤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을 동원해 울산시장 하명수사와 선거개입수사에 발 벗고 나서는 등 임명권자에게 정면으로 도전하기 시작했다. 반면에 여당에서 고발한 패스트 트랙 저지를 위한 자유한국당의 국회선진화법 위반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에서 8번에 걸쳐 고소한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아들 딸 입학부정에 대해서도 전혀 조사하지 않고 있으며,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아들 음주운전 수사도 전혀 진전이 없다.

이런 사실을 볼 때 윤 총장이 후보자 청문회에서 밝혔던 검찰개혁에 대한 소신은 임명을 위한 거짓 진술이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취임 후 자유한국당의 지원을 얻어 검찰개혁을 저지하려는 의도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는 명백한 임명권자에 대한 도전일 뿐 아니라 배신이다.

이제 윤 총장의 선택만 남았다. 사퇴할 것인지, 아니면 그 자리에 머물며 고분고분 협조할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끝까지 저항하면서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구차하게 지낼 것인지. 상황이 그렇다면 그가 검찰총장에 더 머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를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추풍낙윤(秋風落尹)이다.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다는 우리 속담처럼 조국을 피하려던 윤 총장이 더 강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만났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학자로 관직에 올랐기 때문에 사실 문약하고 타협적이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5선 국회의원으로 여당 대표까지 지낸 인물로 철의 여인이라는 평가 받는 강골이다. 그가 법무부장관에 임명되자 검찰에 피바람이 불리라는 것을 모두 알았다. 그는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인사에 대해 윤석열 총장과 협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법률상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것이라고 대답해 협의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내친 것은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강하면 부러지는 법이다. 무소불위의 힘을 지닌 조직을 비호하려다가 임명권자의 칼날에 수족이 잘려나갔다. 윤 총장은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검찰의 검찰이 아닌 국민의 검찰로 돌아와 개혁에 앞장을 서던지 아니면 사퇴하던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최문 논설위원 vg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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