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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절묘한 신의 한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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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절묘한 신의 한수다
  • 최문 논설위원
  • 승인 2019.11.2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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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그동안 한미일 간 첨예한 대척점에 있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조건부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일본정부와 네티즌들은 자신들의 승리인양 의기양양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우리 정부의 절묘한 외교술이 담겼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대한민국의 외교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 각국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여 경제영토를 넓혀가고 있으며, 특히 신남방정책을 통해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는 FTA를 넘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했다.

세파(CEPA)는 FTA와 유사한 경제협정의 하나지만 양국 간 상품 인력의 이동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포괄적 교류 협력을 포함한 사실 상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최혜국협정이다. 한국은 그동안 동남아시아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누려오던 일본을 급격하게 대체해 나가고 있다.

사실 23일 0시에 한일군사보호협정을 종료할 경우 우리 정부에게 닥칠 가장 큰 난제는 한일관계가 아닌 한미관계다. 미국 상원이 협정 연장을 촉구하는 결의안까지 통과한 마당에 우리가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력을 무시한다면 앞으로 한미관계는 매우 껄끄러워질 수 밖에 없고 따라서 미국의 일본에 대한 편애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더구나 한국과 미국은 방위비협상을 앞두고 있는데 이미 미국은 5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방위비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금년에 부담한 방위비의 500%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미국은 주한미군 뿐만 아니라 미국의 아시아전략에 따른 방위비까지 부담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 아래서 한일군사보호협정의 중단은 결국 한일 갈등을 극단으로 치닫게 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양국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므로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양보하기 불가능하며, 결국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가 해체되는 시발점이 될 수 있고, 미국의 아시아전략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한일군사보호협정을 조건부 연장함으로써 미국의 공세를 차단할 명분이 생겼으며, 일본 역시 우리의 선택에 의해서 협정이 언제든 즉시 종료될 수 있으므로 상당히 불안한 입장에 처해 협상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미국은 한국을 압박할 명분을 잃었고 일본을 압박할 명분을 얻었다. 일본이 무역규제 등 성실하게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내일이라도 협정을 중단할 명분을 얻었다. 따라서 한일군사보호협정의 조건부 연장은 신의 한 수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전 정부와 달리 많은 외교적 성과를 얻었지만 지금처럼 매우 어렵고 곤란한 상황에서 절묘한 선택을 통해 수세를 공세로 전환하며 빠져나오는 외교술이 마치 강동육주를 외교로 찾은 서희를 보는 듯하여 참으로 믿음직하다.

최문 논설위원 vg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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