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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안가도 성공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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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안가도 성공하는 세상
  • 편집인 사장 최 충 웅
  • 승인 2012.06.1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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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대학진학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사회적 인식으로 고졸자 80%가 대학진학에 매달리는 현실이다. 대학진학으로 미래 소득보장과 더 나은 결혼조건과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투자행위로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치부돼 왔다. 그동안 고졸 전문기능인들은 학력인플레가 심화되면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전국기능대회에서 우수 고교생들의 입상경력은 취업의 발판이 아니라 대학진학 스펙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졸 학력으론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입사하더라도 급여·승진 등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아 온 것이 우리 산업현장의 현실이었다. 그러다 보니 빚을 내서 대학가고, 정작 공부보다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에 매달리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고졸생 임금은 대졸자의 78% 수준으로 고착돼 왔고, 직종도 주로 저부가가치 산업을 비롯해 판매 및 서비스직, 기능공, 단순노무직에 머물고 상용직 비중도 전문대 이상 72%에 비해 47%에 불과한 실정이었다.

그런데 고졸자가 그토록 매달리는 대학교육이 국민경제 기여도에는 감소하고 있다. 과잉진학으로 인한 기회비용이 연간 최대 19조원에 달한다. 높은 진학률임에도 2003년 이후 인적자본 성장세가 본격적으로 둔화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대학진학이 국가의 이익자본 축적에 기여하는 정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진학률은 1977년 21.4%에서 2008년 83.8%까지 상승했으나, 세계최고 수준의 대학진학률임에도 불구하고 인적자본 성장률은 1991년 0.96%를 정점으로 2011년 0.86%까지 하락하고 있다. 대졸 과잉학력으로 인해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진 결과 2009년 이후 노동투입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로 반전되고 있다.

그동안 대졸자는 청년 실업으로 고통받고, 가계는 비싼 등록금으로 쪼들리고, 산업 현장은 구직자와 채용 기업간의 인식 차이로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에 서로 주인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호간 시달렸다. 대졸 과잉학력자 42%가 대학진학 대신 취업해 생산활동을 할 경우 GDP 성장률은 1.01%p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1980년대 30%에서 2008년 83.8%까지 높아졌다가 지난해 72.5%로 3년째 하락했다. 4년제 대학을 나와 취업을 위해 다시 전문대 입학을 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대학 안가도 성공하는 세상이 보인다. 삼성은 올해 총 9,100명의 고졸 사원을 뽑을 계획이다. 삼성의 올해 대학졸업자 채용 규모인 9,000명보다 100명이 더 많다. LG그룹은 5,700명, CJ그룹은 2,000여명의 고졸 출신을 채용한다. 한화는 고3년생 대상으로 500명을 선발했고, KT는 올해 채용인원 4,000명 중 35%인 1,400명을 고졸 출신으로 뽑을 계획이다. 23개 공공기관은 정규직과 인턴 등으로 고졸자 4,800여명을 뽑는다. 은행·공공기관도 고졸자 채용을 늘리는 추세다. 지난해부터 대기업과 공기업, 은행 등에서 고졸자 채용을 늘리면서 2월 기준 신규 고졸 청년고용률은 31.8%로 지난해 27.9%보다 높아졌다. 대기업의 고졸 채용 확대는 우리사회의 해묵은 과제인 학력 인플레를 바로잡을 좋은 기회로 보인다.

고졸 출신으로 명예박사(금오공대) 학위를 받아 성공의 신화를 쓴 명장과 CEO도 있다. 최우각(57) 대성하이텍 대표와 에스엠테크놀로지 대표 심일섭(54) 명장(名匠)이 그 주인공들이다.

최 대표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충주고 2학년 때 중퇴하고 상경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실업고 야간반에 다니며, '기계제작기술'에 매달렸다. '전국기능올림픽대회'에서 정밀기계제작 분야 1등을 했다. 독립 후 오로지 기술하나로 시작한 회사는 현재 190여명 규모의 중소기업으로 정착했다. 지난해 11월 제48회 무역의 날 '삼천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고 12월에는 '한국을 빛낸 무역인 상'을 받았다.

심 대표는 구미공고 졸업 후 취업, 2000년 대우전자 과장 시절 생산성·품질 향상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아 전자기기 부문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됐다. 심 대표는 2008년부터 전국 초·중·고교를 돌며 진로 교육의 멘토 활동을 하고 있다. 매년 20여개 학교를 다녀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만 1만여명이 넘는다.

이처럼 우리사회가 대학을 가지 않아도 성공하는 세상을 열어가야 한다. 학력에만 치중하는 풍토가 개선돼야 한다. 고졸자의 성공사례를 발굴해서 경력개발 모델로 제시하고, 고졸학력 인력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불어넣어야 한다. 학력(學歷)보다 학력(學力)에 적합한 직무개발을 통해서 능력만 있으면 언제든지 성장할 수 있도록 직무범위와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고졸자를 실무에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수요자인 산업과 교육프로그램이 상호 유기적 협력으로 활성화 돼야한다. 고졸자의 능력 성과중심의 승진과 역량개발에 공정한 인사제도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기업이 앞장서는 고졸 채용 흐름이 뿌리 깊은 학력차별을 개선하고 학력 인플레를 개선하는 동력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편집인 사장 최 충 웅 choongw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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