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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중국과 미국은 신냉전으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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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중국과 미국은 신냉전으로 가는가
  • 강병환 논설위원
  • 승인 2019.08.2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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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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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제관계의 화두는 중미 관계다. 과연 미국은 중국과 신냉전을 치르고 있는가? 물론 트럼프의 참모진들은 과거 소련처럼 중국을 수정주의(현상변경 세력) 국가로 규정했다. 하지만 미소(美蘇) 냉전 관계와 현재의 중미 양국관계를 비교해보면 다른 점이 두드러져 보인다.

첫째,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국은 세계 패권을 차지할 생각이 없다. 덩샤오핑이 말한 바와 같이 미국과의 불충돌(不衝突)·불대항(不對抗)은 시진핑의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의 핵심이다. 중국의 국내외적인 상황을 고려해볼 때, 중국은 미국과 대항할 형편이 못 된다.

둘째, 냉전 기간, 미소의 군사력은 균형을 이루었지만, 오늘날 중미 관계는 이와 같지 않다. 미국의 일방적 우세다.

셋째, 과거 소련이 수출한 이데올로기는 지고무상의 체제였다. 자본주의보다 나으며, 민주보다 더 좋다는 것이었다. 현재 중국은 소련을 따른다고는 볼 수 없다.

넷째, 경제 분야에서 중미 양국의 상호 의존도는 매우 높다. 냉전 기간 미국과 소련 간에 무역·투자에 대한 왕래는 거의 없었다. 현재 중국과 미국은 무역전을 하는 과정에도 그 규모는 6,000억 달러다. 더구나 미국이 무역전을 개시한 지 1년이 넘었지만, 미국의 무역적자 폭을 줄이지는 못했다. 산업사슬망, 공급사슬망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또 하루아침에 파멸시킬 수도 없다. 상호의존 관계는 점차 심화하고 있고, 무역전에 의한 피해는 중국경제뿐만 아니라 미국의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섯째, 소련과 중국의 경제발전은 달랐다. 중국은 1978년 중공 11기 삼중 전회에서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한 후 30년간 평균9.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전무후무한 기록이며, 세계적인 시각에서 보더라도 거대한 성공이다.

중국은 2010년 일본을 초월한 이후, 명실상부한 세계 제2위의 경제체가 되었다. 구매력 평가지수에서는 미국을 이미 앞섰다. 하지만 아직도 중국인의 일 인당 소득은 세계 71위다. 세계 10대 기업 중 대부분이 미국기업이며 텅쉰(腾讯)이 유일하다. 물론 냉전 기간 소련 기업들은 순위권에 들지도 못했다. 소련의 경제발전은 미국보다 한참 뒤에 있었으며 그 차이도 매우 컸다.

여섯째, 냉전(冷戰)은 절대 냉하지 않았다. 여러 대리전쟁이 있었다. 한국전, 월남전, 아프가니스탄, 앙골라,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여러 지역에서 충돌과 이데올로기적 분쟁이 있었다. 현재까지 중국과 미국은 이런 종류의 대리전쟁을 일으킨 적이 없다.

일곱째, 냉전 기간, 미국의 과학기술은 소련보다 앞섰다. 미국이 냉전에서 승리한 원인이다. 하지만 현재 과학기술에서 중미의 거리는 미소의 거리만큼 크지 않다. 미래 2∼30년 동안 이 차이는 더 축소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궁극적으로 양국을 안정시킬지, 혹은 파괴에 기여하는 지는 더 두고 볼 여지가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 중국의 우세가 당시의 소련보다 우월한 것은 명확하다. AI, 드론, 로봇 산업은 이미 세계적이다.

중미 간에는 분명 이념적인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양국의 정치체제로 볼 때도, 미국은 자유민주를 우선하고, 중국은 중국 실정에 맞는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와 미국의 인·태전략은 대척점에 있고, 향후 군사충돌의 위험성도 없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과거 소련처럼 전면적인 양극 대항으로 가기는 불가능하다. 현재의 중미는 과거 냉전과 같이 신냉전이 발생할 조건을 갖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소 냉전은 경계선이 분명했다. 세계의 모든 국가가 어느 한쪽 편에 서야 했다. 미국에 줄을 서든지 소련에 줄을 서든지 둘 중의 하나였고, 회색지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중·소국들의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절대적인 두 개의 진영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의 여러 국가도 어느 한 편에 서기를 원하지 않으며, 한 편에 설 필요도 없다. 오히려 양쪽에 다 비위를 맞추고 자국의 이익을 구하고자 한다.

물론 신냉전이 자명하다면 우리는 분명 어느 한 편에 서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국제체제는 절대적인 양극 진영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 유럽연합도 일종의 극이다. 현재 세계는 근본적으로 양극체제가 아니라 다극 체제로 가고 있다.

중소국가는 다극 체제에서 매우 큰 운신의 폭을 가질 수 있다.

향후 중미 간 협력보다는 경쟁이 더 심할 것은 분명하지만, 양국의 경제는 이미 중합(重合)적이고 중첩(重疊)적이다. 이는 백년의 마라톤으로 이어질 것이다. 매일 매일 싸우는 부부라고 해서 다 이혼하는 것은 아니다.

강병환 논설위원 sonamoo3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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