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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노트]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Sirte)에서 불던 사막의 모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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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노트]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Sirte)에서 불던 사막의 모래바람”
  • 박세호 기자
  • 승인 2011.03.10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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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자가 오래 전 리비아의 수도인 트리폴리를 떠나 제2의 도시인 벵가지에서 일행들과 잠시 머문 뒤 국가지도자 카다피의 고향인 시르테에 도착하였다. 시르테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에 납품하는 한국인 생산업체 중소기업 사장을 따라갔는데, 트리폴리에 정착한 한국인 태권도 교관이 안내 겸 동행하였다.

시르테가 이번 리비아 사태에서 수시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인 근로자들이 이곳 건설 작업장을 철수하는 장면에서부터, 카다피의 고향인 만큼 이들 주민들은 친정부적이라는 뉴스에다가, 그동안 여기서 개최된 대형 국제행사들이 소개되기도 하였다. 국가지도자의 고향인 만큼 카다피와 권력자들이 머문 시간도 많았을 것이고, 정책적 배려의 대상이 되어 오늘과 같은 큰 도시로 발전해 온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그 당시만해도 마을 주변이 사막인데, 점식식사를 하는 곳으로 이동 중 우리차가 모래에 빠져 모두 내려 차를 밀었다. 도회지에서 일 년 열두 달 넥타이를 매고 다니던 우리들에게는 특이한 경험이 시작된 것이다.

▲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지도자. 시르테는 그의 고향이다.     AP통신 ⓒhttp://www.ap.org

 

 

 

 

 

 

 

 

 

 

 

오정 시간쯤에 햇빛은 화창하여 좋은 날씨였다. 바람이 거짓말처럼 점점 세어지기 시작하더니, 회오리바람까지 몰아쳐 얼굴로 모래바람이 불기 시작하였다. 그 모래바람은 그냥 평온한 우리들의 일상생활 가운데를 후비고 들어왔는데, 오랫 동안 사정없이 불어서 앞이 도무지 안보였다.
이것이 사막이로구나!  상상이나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닌 실제 산 경험으로 지금도 기억 속에 뚜렷이 남아있다.

그 이후 중동지역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다보니 사막을 배경으로 살았던 그들 조상들의 체취가 느껴지는 듯했다. 사막에서 유목을 하며 이동하는 ‘베드윈’들이 지금도 중동국가들 어디에나 있다. 도회지 문명생활에 동화된 상류 계층들에게서도 이러한 사막에서 생존하는 사람들의 생활감정이 많이 남아있다. 여기에 더하여 이슬람권에서 종교는 곧 생활이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는 외부사람보다 정서적으로 강한 유대감과 결속력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현 중동사태는 정치, 경제, 사회 등 서구사회와 외부인들의 분석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듯하다. 우선 정치적으로 독재권력 및 왕정의 오랜 통치가 국민의 원성을 샀다는 것이다. 또 경제적인 면에서 권력층 소수 세력들이 이권을 독점하고 국민은 고실업, 저성장, 빈곤의 악순환 가운데 있어왔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위가 전 국민사이로 순식간에 파급되고 민주화소식이 국경을 허물었으며, 누구도 정보를 차단할 수 없는 인터넷 민주화의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이겠지만 여기에 제4의 시각을 참가한다면 그것은 사막에 부는 모래바람이다.
자연환경의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생사를 가르는 험준한 사막의 환경에서 생존의 룰을 터득하고 서구 제국주의의 분할통치를 거쳐, 오일 모니를 통해 세계정치의 막강한 세력으로 부상한 오늘까지의 길고 긴 역사적 배경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우리나라도 향후 중동지역 전문가를 집중적으로 양성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아직도 사막의 바람은 어디로 불지 모른다. 국제정세를 예의 주시하며 이 지역에서의 민주화와 평화를 기원한다.

 

박세호 기자 bc4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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