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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고 능력 있는 취약계층은 사회적기업 할 자격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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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고 능력 있는 취약계층은 사회적기업 할 자격 있습니다”
  • 최치선 기자
  • 승인 2013.02.16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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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회적기업학회 회장 심경섭 교수

학회사무실 겸 연구실로 사용하고 있는 서울의 한 오피스텔을 찾아갔다. 바로 심경섭 회장 (단국대 교수)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하는 인터뷰라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심 회장은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손수 커피까지 내려주면서 다소 딱딱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어 주기까지 했다.

심 회장을 통해 한국사회적기업의 현주소와 학회의 역할은 무엇인지 듣는 동안 머잖아 개천에서 사라진 용들이 다시 나타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지난 2010년 1월 22일 대한민국에서 사회적기업이란 말이 생소할 때 심 회장과 의기투합한 전국의 기업체 대표와 경제학과 교수 등 100여명이 모여 사회적기업학회를 만들었다. 여기서 사회적기업이란 어떤 기업을 말하는 것일까?

 

▲ 심경섭 사회적기업학회장 <사진촬영=박형진 기자>

사회적기업이란 사회적기업육성법 제2조에 의하면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 ·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주주나 소유자를 위한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우선적으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이를 위해 이윤을 사업 또는 지역공동체에 다시 투자하는 기업으로 정의한다.

“한마디로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심경섭 회장은 경제학자로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3년전 뜻있는 사람들을 모아 사회적기업학회를 창립했다.

“학회는 사회적기업 분야 연구의 활성화와 학문적 정립이 필요하다고 보고 2009년 5월부터 준비위원회를 꾸려 창립을 추진한 것입니다.”

사회적기업 10개 중 8개는 5년 내 사라져

언제부터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제가 런던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사회적기업에 대해 알았고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기업이 있지만 활성화가 안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국을 비롯해 유럽은 이미 사회적기업이 정착되었다고 봐야합니다.”

학문적으로 관심을 갖던 심 회장은 MB정부에서 사회적기업을 만들어서 일자리 창출에 공헌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창구역할을 할 사회적기업진흥원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당시 임태희 비서실장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직접 사회적기업설립을 추진하다시피 했고 관심도 많이 가졌어요. 그런데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아서 안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심 회장은 계속해서 “이명박 정부에서 사회적기업을 만든 일은 정말 잘했다고 봐요. 홍보도 어느 정도 된 것 같고 다만 꼭 필요한 사람들이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아서 결과가 그렇게 나온 듯 싶어요.”

심 회장은 정부가 계획한 사회적기업 활성화 방안은 자력으로는 창업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지원을 통해 소규모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해 주고 정착할 때까지 여러 가지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 회장은 “모든 것을 의지만하고 노력을 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정부와 대기업의 다양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기업의 수명은 평균 2년에서 3년에 불과합니다. 10개 중 8개는 5년안에 사라지는 실정입니다.”

본인 자본 30% 투자하고 정부는 70%지원과 판로 도와야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사회적기업을 해야 할까?

“우선 경영마인드가 있어야 합니다. 최소의 자본 투자는 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인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100%지원받기를 희망하는 것 같아요. 그것은 지원이 아니라 1에서 100까지 거저먹으려는 것입니다. 그렇게되면 누가 일을 하고 싶겠습니까? 저는 30%의 자본금은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 70%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것도 현찰보다는 인건비나 사무실 공간 등에 국한되어야 합니다.”

국내의 사회적기업 역사는 아주 미미하다. 이제 겨우 3년밖에 안되었으니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포기하지말고 계속해서 끌고가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 위주의 부의 편재가 아래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똑똑하고 능력있는 취약계층들이 사회적기업을 하면 틀림없이 성공할 것입니다. 망하는 이유는 자본력이 없고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적고 판로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심 회장은 대학에서도 사회적기업에 조금씩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단국대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교양과목을 개설했고 올해부터는 천안과 용인캠퍼스에도 학과가 개설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성공회대와 경원대에서 추진 중이다.

대통령이 직접 대기업 총수 만나 지원요청 바람직

심 회장에게 국민들이 사회적기업에 좀 더 관심을 갖고 기업의 지원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 제안을 드리고 싶은 게 있었어요. 직접 대통령이 기업을 찾아가서 단독으로 회장과 만나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을 부탁한다면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좀 황당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이 아니거든요. 한 나라의 대통령이 기업총수를 찾아가는 게 이상할 수도 있지만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민생을 회복한다는 대의를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국민의 대표로서 당연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회적기업이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취약계층을 위해서도 사회적기업은 꼭 필요합니다. 지금보다 좀 더 기간을 늘려서 5년 정도 지원하면 약 50%까지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일자리도 창출되고 안정을 찾는 사회적기업이 늘어나게 됩니다.”

 

▲ 심경섭 회장의 저서 <사진촬영=박형진 기자>

사회적기업 대상자 검증과 상담업무 및 학술연구

사회적기업학회는 사회적기업 창업을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했다.

“우선 사회적기업에 대한 학술연구와 논문발표를 하고 일반인들의 사회적기업 상담업무도 병행합니다. 사회적기업 자격심사도 의뢰가 오면 정확하고 꼼꼼하게 검증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심 회장은 사회적기업에 특혜는 많이 주되 검증은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년전부터 전국 주요 기업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심 회장은 “기업이 살아야 개인도 살고 가정도 살 수 있다”고 역설하면서 "그동안 재산이라면 사람을 키운 것"이라고 답한다.

“제자 중 경제학 박사가 50명에 앞으로 20명이 더 배출될 예정입니다. 현직교수만 10명이니까 저는 부자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제자를 키웠어요. 그들이 모두 훌륭하게 성장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사람을 키운 것 보람느껴 박사만 50명 배출

심 회장은 가난 때문에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나왔고 대학교도 전액장학금을 받았다. 그후 미국과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기까지 그는 장학생으로 학업을 마쳤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나이에 저는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가출을 했어요. 올라와서 구두도 닦고 온갖 허드렛일을 하다가 양복점에 취직이 되었어요. 그곳에서 일을 배웠고 차츰 인정을 받으면서 돈도 벌었어요. 하지만 공부에 대한 열망은 한 번도 놓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걸 사장님께서 아셨어요. 한번은 나에게 공부를 하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렇게 해서 대학에 진학했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부단한 노력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한 심 회장은 올해부터 길림성 길림대학 석좌교수도 맡아 출강을 하게 된다.

 

최치선 기자 kns@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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