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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중구 공무원의 남다른 숭례문 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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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중구 공무원의 남다른 숭례문 준공
  • 이수미 기자
  • 승인 2013.02.06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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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이수미 기자] 오는 4월 숭례문 복원 공사 준공을 남다르게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중구청 직원인 유충열씨다. 지난 2006년 3월 숭례문이 100년만에 개방됐을 때 숭례문 관리자로 있었다. 그리고 숭례문의 문을 활짝 연 주인공이기도 하다.

30대 중반이던 89년 공직에 들어와 주로 현장에서 근무했다.

숭례문 관리를 맡은 것은 2005년 7월부터. 당시 관리초소는 숭례문지하도에 있었고, 4명이 2인 1조로 24시간 관리했다.

지금과는 달리 당시 숭례문 주위가 차도라 사람들이 무단횡단해 숭례문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남대문시장을 찾는 관광객들중 특히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날씨가 좋을때는 야간에 술이 취해 숭례문 담장을 뛰어 넘으려는 자들도 부지기수였다.

그리고 중구문화재탐방교실 등 단체로 숭례문을 찾는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지기도 하고, 때로는 가이드 대신 숭례문에 대해 안내하기도 하였다.

숭례문을 자유자재로 들락거릴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한명이라 인근을 오가는 버스나 택시에 타고 있는 승객들의 눈길을 한 몸에 받았다.

그에게 2006년 3월 3일은 아주 뜻깊은 날이다. 100년만에 숭례문을 개방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날 당시 이명박 시장 등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숭례문 입구인 홍예문을 그가 처음으로 열었다. 그때의 가슴벅찬 것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문을 개방한 후 그는 2층 누각쪽으로 이동해 출입 통제를 맡았다. 개방식 끝 무렵 당일만 2층까지 개방이 결정되자 사람들을 안내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런 그의 모습이 사진에 찍혀 언론에 보도되며 수많은 친구들한테서 연락이 왔다. 아이들도 그런 아빠의 모습을 자랑스러워 했다. 일부 관광객들은 2층에 올라가 보자고 떼쓰는 등 한동안 숭례문 개방 여파로 몸살을 앓았다.

2007년 9월까지 2년 넘게 숭례문 관리를 담당한 그는 건설관리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5개월 후 설 연휴가 끝나는 날, 숭례문이 화재로 소실되고 있다는 소식을 뒤늦게 집에서 뉴스속보로 들었다. 2년 동안 피붙이보다 더 가까이 했던 곳이라 안타까웠다. 지붕이 우르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눈물이 났다. 마치 자신의 일부가 타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다음날 현장에 가보고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이후 3~4번 다시 찾았으나 마음만 아파 더 이상 그 근처에 가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는 2011년 3월 다시 숭례문과 간접적인 인연을 맺는다. 숭례문 인근 건물의 문화재관리 초소에서 일하게 된 것. 서울성곽, 환구단 등 중구내 38개 문화재를 순찰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래서 하루에도 수차례 숭례문을 보게 되었다.

공사 차양막이 쳐져 있어 복원 공사 모습을 볼 수 없지만 상량식이 열렸을 때 그 안에 들어가 봤다. 점점 제 모습을 찾아가는 숭례문을 보며 마치 잃어버린 자식을 되찾은 기분이었다.

지난 해 10월까지 다시 1년 7개월간 근무 후 그는 건설관리과로 발령나 지금까지 가로정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숭례문이 준공되도 더 이상 중구에서 관리하지 않는다. 국보 1호란 상징성으로 문화재청에서 직접 관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년까지 1년 반 남은 그의 소망은 뭘까.

“숭례문에 애착이 많이 갑니다. 그래서 정년 후에 다시 한번 숭례문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이수미 기자 09nun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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