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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KBS 인기프로 ‘1박2일’의 나영석 PD, ‘여행에 관하여’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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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KBS 인기프로 ‘1박2일’의 나영석 PD, ‘여행에 관하여’ 말하다
  • 박세호 기자
  • 승인 2011.06.13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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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전북 무주 덕유산리조트에서 한국관광총회 조찬세미나 강연 (내용 요약)

 (편집자주 : 아래 원고는 강연메모와 기억으로 기자가 강연내용을 복원한 것으로,  원고내용 전체가 아니라 요약본임을 밝힙니다. )

공중파 TV방송에 종사하며 예능프로를 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불문율이 되고 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은 항상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새로워야한다. 재미가 있어야한다. 그러면서도 의미가 있어야한다.’의 세 가지입니다.

▲ KBS '1박2일' 프로의 나영석PD가  전국에서 운집한  관광전문가들에게 강연을 하고있다

 

현실적으로는 이 세 가지 중 두 가지만이라도 충족되면 괜찮은 프로입니다. 한 가지만 충족되었다? 그래도 ‘볼만한 프로’가 됩니다.

그만큼 시청자를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프로제작을 위해서 늘 여행 인프라를 접하고 받은 느낌이라면. 여행 혹은 여행업도 역시 방송과 똑같은 맥락에서 이해하고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프로를 제작하면서 다룬 그 많은 여행들 중에서도 충족된 관광 체험의 기억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은 1박2일 프로 촬영지를 무슨 기준으로 선정하는가? 라고 꽤 많이 묻습니다. 실제로 전국 각 지역 여러분들에게서 꼭 와달라고 부탁이 쇄도합니다.

다 갈수는 없으니까 대답은 그렇게 합니다.
“어차피 언젠가는 갑니다.”

▲  행사장인 덕유산리조트 (구 무주리조트)

 

우리 프로에서 다루는 여행은 ‘일반여행’의 기준으로 보아야하는데, 그것이 곧 시청자의 눈이기도 합니다. 어떤 콘텐츠를 시청자를 위해 어떻게 선정하는가, 그 프로를 위해서 먹는 것은 무엇을 먹을 것인지도 선택해야 하고, 종합적으로 구성을 검토해야 합니다.

군청이나 주변농가 혹은 이장님의 도움을 받아 프로 제작 예정지들을 답사합니다. 가끔은 잘 꾸며진 공원 같은 곳을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곳에서는 아무 감흥이 나지를 않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이 방송 프로를 제작하면서 비로소 대한민국을 돌아보게 되고 눈을 뜨게 되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국토를 구석구석 돌아보며 그 숨겨진 아름다움에 놀란 적도 많았고, 반대로 기대와 달리 실망한 적도 물론 있었습니다.

이제는 인공적이 아닌 곳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전라북도 전주가 저의 처가인데 처음에는 포부가 컸습니다.  먹을 것도 많고, 볼 것도 많겠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인사드리러 ‘올 때’마다 고기만 구워주셨던 것 같습니다.

갈비가 좋고 맛있게는 먹었지만, 이것만은 아닐 텐데 하고 생각했으나 감히 말은 꺼내지 못했었습니다. (요즘에 와서는 그런 말씀도 드리곤 합니다.)

최소한 홍어회라도, 아니면 뭐 예를 들면 유명하지는 않다 해도 하다못해 순대국 같은 것이라도 뭐가 있지 않을까.

잘 알려진 유명한 메뉴들은 서울에서도 잘하는 집들이 여기 저기 있는데, 다시 내가 여기 와서 그것을 먹은들 무슨 큰 의의가 있을까?

그 지방의 독자적인 것을 가장 잘 살린 곳이 좋습니다. 로컬(Local)이라는 말이 그것입니다.

Are you local? 하면 이 동네사람이냐? 그런 말입니다.

외지 방문객들은 ‘로컬’들이 하는 것을 경험해보고 싶어 합니다. 나도 그렇게 느끼고, 아마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전주 OO, 혹은 한옥마을 무엇 무엇이라든가, 비빔밥-- 등등 맛있다는 음식은 서울에서도 웬만한 것은 다 갖춰놓고 있는 이름난 남도음식점들에 가면 맛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어느 때 한 번 나를 수퍼마켓에 데리고 가서 맥주와 OO골을 사주는데 이것이 아주 괞찮았습니다. 자기들에게는 늘 있었던 거니까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나에게는 신기하고 즐거웠습니다.

로컬들은 외지인들과 가까워지고, 맨 마지막에 친해졌을 때 바로 자기들이 먹는 이런 만만한 수퍼같은 데에 데리고 갑니다.

그 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곳. 물론 찾아보아도 그런 곳이 많지는 않습니다.

 

▲  무주구천동으로  유명한 무주는  유럽풍 가족호텔로  더 많은 여행객들을 부른다 (새벽 동트기 전).

 

정부나 지자체에서 예상외로 많은 투자를 하여 친절하게 그 지역 농촌체험도 하게해주고 명소도 많이 만들어놓았지만,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런 건물이나 시설들이 오히려 자연경관을 해치거나 위화감을 주기 십상입니다.

정부지원 숙사 등에 이런 사례가 많습니다. 돈을 많이 들여 ‘이쁘게’는 해놓았습니다. 그러나 관광객과 여행팀들에게 감동을 주지는 못합니다.

분위기를 잘 드러낸 곳은 예를 들면 오래된 마을회관 같은 곳들인데, 우리도 방송을 촬영할 때 허름한 동네 가옥을 빌려서 묵곤 했습니다.

아직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의 각 지역에는 '무채색의 익명성 공간'이 많습니다.

1박2일 촬영으로 강호동과 홍천에 갔을 때였습니다.  이 프로를 진행하며 게임하는 대목에서 돼지고기 삼겹살을 먹었습니다. 강호동이 “역시 이런 곳에 와서 먹는 홍천 돼지고기가 최고야!”라고 해서 속으로 웃었습니다. 사실은 마트에서 사간 것이기 때문이었죠. (이 부분에서 청중들 웃음).

그러나 중요한 사실이 여기에 있습니다.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느껴지는 곳, 그런 곳에서는 가장 잘 보여주는 매력적인 요소들이 한두 가지만 있어도 이렇게 결과적으로는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여진다는 것입니다. 한번 감동을 받으면 그 다음 보는 것 먹는 것이 다 좋게 생각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릅니다.

최근의 특징은 올레길, 둘레길이 유행입니다. 요즘은 길이 거의 3배 이상 늘어난 것 같습니다. 지자체 관광 브로슈어를 보아도 제주나 전북이라든가 또 어디라든가해서 많은 길을 소개하고, 경북 영덕은 블루로드라고 하여 낭만적인 해안 길을 따라 갑니다.

올레길, 둘레길이 물론 그 당시로서는 새로운 혁신이었고, 또 앞으로도 더 좋은 길로 발전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뒤 생긴 길들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빛이 바래지는 것 같습니다. 방송에서는 늘 새로운 것을 보여줄 의무가 있습니다. 관광업계에서는 그대로 새롭고 좋겠지만 방송은 다릅니다.

새로운 것을 항상 추구해야 하는 방송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판단이 힘든 일입니다. (여행업계에도 참고가 될 것입니다. )

요즘 젊은이들은 여행을 가려고 할 때 단체관광보다는 인터넷을 쳐봅니다.

여행을 하려면 ‘가볼만한 곳’을 우선 파워 링크합니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 파워링크 부분에 그다지 역점을 두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엔 블로거들을 쭉 쳐봅니다. 블로거들도 다 순수하지만은 않은 듯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여행사에 전화하기보다 내 힘으로 해본다는 주의인 것 같습니다. ‘아무도 안 오는 조용한 길’이라고 해서 클릭해보지만 내가 벌써 와있지 않은가요?(청중들 웃음)

방송을 위한 제보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관광업으로서는 상대적으로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것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식사 때 먹는 생선만 하더라도 양식한 것인가, 이곳에서 잡은 자연산 고기인가를 따져보는 관광객들이 있습니다. 이런 것을 잘 살릴 수 있는 분들이 물론 여기 계신 업계 여러분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역은 그곳을 가장 잘 아는 지역전문가가 주도해야 합니다. 자기만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자산이 되고, 여행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 정보를 주어야 합니다.

제게는 젊은 날 훌쩍 떠나 친구와 경포대를 갔을 때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불과 하루 만에 바다를 떠나 물러나와 라면이나 끓여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에는 여행 그 자체에만 몰두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때에 젊음의 떨림과 설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여행의 추억이 강렬합니다.

개인적으로나 여행업자로서나, 혹은 방송인으로서나 우리는 우리의 인생에서 그러한 감동을 늘 존중하고, 또 훼손되지 않게 간직해야 할 것입니다.
 

박세호 기자 bc4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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