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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붙어있는 한 '소(牛)' 사진을 계속 찍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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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붙어있는 한 '소(牛)' 사진을 계속 찍을 겁니다”
  • 박봉민 기자
  • 승인 2012.12.04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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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버트 박 재미 사진작가...우직한 소에 푹 빠진 사진작가 이야기

[KNS뉴스통신=박봉민 기자]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상징물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흰옷-아리랑-김치-역동적인 문화 등등. 그 중 하나가 우직한 소(牛)다.

소는 우직함과 성실함의 대명사로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정신을 상징하는 존재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래서 예술가들에게 ‘소’는 아주 좋은 소재가 되곤 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화가 이중섭(李仲燮)이다.

▲ 사진작가 '로버트 박' ⓒ박봉민 기자
여기 이중섭 화가에 이어 소에 푹 빠진 인물이 있다. 사진계의 이중섭을 꿈꾸는 주인공은 한국계 미국인 사진작가 로버트 박(한국명 박태부)이다.

그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학과를 다녔던 미술학도. 광고미술에 관심이 높아 디자인과로 전과해 졸업한 로버트 박은, 그래서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에 두루 정통한 인물이다.

그가 사진을 시작한 건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일제카메라 한 대를 구입한 박 작가는 이야기가 숨쉬는 장면만 있으면 카메라 렌즈를 돌렸다. 사진이 무엇인지 몰랐고 의욕만 앞섰던 당시 그가 주로 찍었던 작품은 전통시장 상인들의 애환 장면들. 그러던 그가 본격적인 ‘전문사진쟁이’의 길로 들어선 건 한국 사진계의 거목 故 임응식 작가를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임응식 선생으로부터 사진에 대해 배운 박 작가는 미국으로 건너가 TV광고감독과 아트디렉터로 활동했다. 미국에서 활동한 탓인지 그의 초기 사진 작품은 그랜드캐년, 요새미티국립공원, 데스밸리, 옐로스톤국립공원 등 미국의 대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이 주를 이루었다. 자연은 인간의 처음을 품은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아니던가.

자연에 푹 빠진 박 작가는 어느날 어머니 같은 자연을 뒤로 하고 다른 사진의 세계를 택한다. 계기는 미국 LA 유명 화랑 큐레이터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당신은 안셀 애덤스가 아니지 않느냐”

아무리 당신이 사진을 잘 찍어도 미국의 유명한 사진작가 안셀 애덤스를 뛰어 넘을 수 없다는 그 한마디는, 그로 하여금 또 다른 세계에 도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결국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고 다른 사진 분야의 길에 도전하게 된다. 그가 지금까지 사용했던 사진 기법과는 다르게, 몸과 손-카메라를 흔들면서 찍는 ‘쉐이크 기법’으로 전환한 것. 그 대상이 바로 韓민족의 정신을 담은 ‘소(牛)’였다.

박 작가는 '자연'에서 '소'로 주제를 바꾸며 “이중섭을 능가하는 작품, 사진계의 이중섭이 되리라”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 소였을까. 역동성의 동물을 이야기하자면 '말(馬)이 더 적합하지 않았을까. 그가 자신의 사진 주제로 소를 선택한 이유는 의외로 故 박정희 전 대통령 때문. 박 전 대통령은 1963년 대선 유세 당시 “나를 뽑아 소처럼 부리시오”라는 말을 했다.

▲ 사진작가 '로버트 박'이 故 박정희 前 대통령의 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증정한 '소(牛)' 사진 ⓒ로버트 박
소는 평생 인간과 농촌마을 위해 묵묵히 일만 하다가, 죽어서도 인간들의 먹거리로 아낌없이 자신을 희생한다. 그는 이 같은 의미를 가진 박정희의 한마디 말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박 작가는  "새마을운동과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박 전 대통령이 보여준 황소 같은 우직한 모습을 보며 언젠가는 저 분처럼 우직한 소를 내 카메라에 담으리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박 작가는 소를 주제로 한 예술작품 창조를 위해 무려 7년간이나 기획을 한다. 결국 2012년 진주 소싸움 현장을 방문, 3개월간에 걸쳐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소싸움과 싸움소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7시 30분 버스를 타면 11시경 진주에 도착한다. 12시쯤 사진을 찍기 시작해 3~4시간가량 촬영 후 서울에 다시 올라오면 밤 10시. 3개월 간 지속된 이 작업에 그는 왼손 엄지손가락 인대가 절단되는 부상을 입기도 한다.

이렇게 찍은 작품으로 그는 지난 10월 신당동 도로교통공단 빌딩에서 보름 간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박 작가는 "소 사진을 시작하며 자신에게 영감을 준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자신의 작품을 증정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이미 망자가 된 이에게 줄 수 없어 고심하던 끝에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자신의 사진을 증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박 작가는 안거낙업(安居樂業, 편안한 마음을 살며, 즐겁게 일한다)이란 사자성어를 직접 써서 지난 9월 박근혜 후보에게 자신이 찍은 소 사진과 함께 증정했다.

“제게 생명이 붙어있는 한 소(牛) 사진을 계속 찍을 겁니다.”

고국을 떠나 있던 예술가에게 소(牛)란 바로 조국이고 어머니이고 스스로였는지도 모르겠다.

▲ 로버트 박은 자신의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소(牛)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박봉민 기자

박봉민 기자 kns@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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