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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인권 한국한센복지협회장 "한센병은 치료 가능, 완치될 수 있는 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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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인권 한국한센복지협회장 "한센병은 치료 가능, 완치될 수 있는 질병"
  • 박동웅 기자
  • 승인 2022.12.19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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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FARE / 한국한센복지협회 김인권 회장,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꾸준한 연구지원 절실

 

[KNS뉴스통신=박동웅 기자] 전라남도 고흥반도에 서남쪽 끝에 위치한 작은 섬, 아름다운 소록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의 가장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섬이다. 한 때 이 섬은 한센병 환자들을 모아 격리했던 비운의 장소로 사용되었다. 과거, 사회적 편견으로 인권유린 논란의 중심에 섰던 한센병은 당시, 접촉에 의해 쉽게 감염한다고 생각했으나 한센병에 대한 연구 및 치료약이 개발되어 치료가 가능케 된 이후, 우리에겐 점점 잊혀지고 있는 병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어느 나라에서도 한센병이 있다고 해서 그들의 생활에 어떠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한편, 한센병은 나균에 의한 만성 감염병으로서 문둥병이라고 불렸으며, 나균은 노르웨이 한센에 의해 발견되었다. 인류 최초로 발견된 병원균인 나균을 발견한 그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한센병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나균은 세균적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감염되어 발병되는 경우는 매우 적고, 나균에 대한 면역 기능이 약한 경우에서만 한센병이 발병된다. 또 어떤 경우에는 발병한 후에도 면역 기능에 의해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일도 있다. 이러한 한센병 치료 및 퇴치를 위해 노력하는 곳이 의왕시 오전동에 위치한 ‘사단법인 한국한센복지협회(회장 김인권)’로서, 그동안 한센병을 퇴치,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특히 이 협회는 “대한나협회” 이름을 쓰던 1976년에 설립된 한국나병연구원을 흡수 통합하면서 연구 및 학술사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한센병의 검사법, 임상 증상 및 치료, 한센병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사업 및 용역을 수행해왔다.​

김인권 회장은 “86년도만 해도 한센병이 약10만 명 정도였는데 현재 8천 명 정도로, 그 사람들 중에서 양성 환자는 100명 이하”라며, “현재 1년에 10명 미만이 발병하는데 그 중 절반이 외국인으로서, 예전에는 추방했지만 지금은 전부 치료해주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이어 “지금은 한센병 환자가 거의 없지만 우리는 한센병의 원인균인 나균을 심각하게 살피고 있다”면서, “균이라는 것은 사이클을 타고 온다. 예를 들면 스페인독감이 코로나로, 또 천연두가 소멸했는데도 원숭이 두창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한센병도 언제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경각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유지하면서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인권 회장은 서울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사학위 취득했으며, 1980년부터 3년 간 국립소록도병원 외과에서 근무했다. 또 여수애양병원 병원장 및 명예원장을 역임하는 등, 외과의로서 국민건강과 사회공헌을 위한 활동을 해왔으며, 또 한센인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해왔다. 이러한 공로로 인돈문화상(1996), 중외박애상(2000), 제1회 장기려 의도상 수상(2004), 제34회 보건의 날 국민훈장 무궁화장 수상(2006), 제21회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수상(2011), 도산봉사상 수상(2012), 여수시민의 상(사회복지, 2014), 광복 제70주년 70년의 세월, 70가지 이야기 인물 선정(2015), 2016년 자랑스러운 전남인상 수상(사회봉사, 2016), 2016년 성천상 등을 두루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사회적 편견 여전히 존재

한센인들은 한 때 잘못 알려진 편견 때문에 소록도에 격리되는 등, 수많은 사회 차별을 겪어왔다. 특히 한센병 환자는 물론, 병이 다 나아서 일반인들과 다를 바가 전혀 없는 사람들까지도 병을 앓던 중에 얻게 된 후유증에 의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함께 하는 것을 꺼려했다. 하지만 최신 치료법이 발달한 지금은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하면 완치할 수 있는 질병이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한국을 한센병 환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한센병 완치국가로 분류했다. 그러나 요즈음에도 한센병을 무서운 병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나균이 피부, 말초신경계, 상기도의 점막을 침범해 조직이 변형되긴 하지만, 전염성은 미미하다. 따라서 한센병에 대한 비과학적인 잘못된 지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아픔을 준다면 이는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조기 치료만 한다면 한센병은 완치될 수 있지만, 결코 우리가 잊어버려야 할 병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김인권 회장은 한센병에 대해 크게 두 가지 문제점에 대해서 조언했다. “첫 번째는 한센병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센병에 대한 오해 자체는 많이 해소되었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한센인들을 꺼려하는 소외계층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는 한센병에 대해 사람들이 이제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센병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도 상당수 축소되어 대학병원에서도 한센병 치료를 하지 않고 있으며, 한국한센복지협회 부속의원으로 이송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 주위에서 한센병이 실제로 사라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당연한 흐름일지도 모른다.

김 회장은 “소록도에 근무할 때부터 그 분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다보니 환자가 아니라 가족처럼 느껴졌다”며,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지만 치료만 하면 접촉해도 전혀 우려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코로나 바이러스나 원숭이두창이 다시 퍼진 것처럼 나균도 언제든지 다시 유행할 수 있다. 그때 확보한 균주가 없고, 연구가 진행되어 있지 않으면 병에 대해서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하며, “현재 한센병은 사라지고 있는 질환이지만 이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말고,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환자가 줄어드니 예산도 자꾸 줄이려고만 한다”면서, “연구기관을 무조건 없애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한센복지협회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원을 받아 지금까지 해외 한센병 관련 기관이나 워크숍 행사에 방문하는 등, 꾸준히 학술적 교류를 활발하게 추진, 연구하고 있다.

임대 계약 만료, 2025년까지 부지 이전 위기 봉착

일제강점기부터 우리나라 한센병 역사의 중심에 소록도가 있다면, 해방 이후에는 한국한센복지협회가 도맡아 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경기도에 유일하게 남은 한센인 입원시설을 갖춘 특수의료기관이라 환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50년 가까이 머물렀던 터에서 밀려나야 할 위기에 처했다.

김인권 회장은 “한국한센복지협회가 현재 위치에 기틀을 잡은 건 ‘나환자의 대부’로 불렸던 이경재 신부 덕분”이라며, “이경재 신부는 1952년 한국 최초 천주교 나환자 복지시설인 성 라자로 마을 초대 원장으로 부임하면서, 이곳에 한센인들의 터전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경재 신부(천주교 수원교구)는 1975년 4월 12일 보건사회부에서 성 라자로 내의 부지 11,484㎡를 한국한센복지협회(당시 대한나협회)에 50년간 무상 임대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로 인해 수많은 한센인들을 치료·지원할 수 있었고, 그 일은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협회는 이곳을 떠나야 할 위기에 처했다. 오는 2025년 4월이면 천주교 수원교구와 맺은 무상임대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부지 소유주인 천주교 수원교구는 1988년부터 2009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보건복지부를 통해 부지 반환을 요구해 왔다. 이에 협회 측은 이전을 하려 노력했지만 지역주민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또한 정부(보건복지부), 협회, 천주교 수원교구 3개 기관이 협의를 하면서 현 부지 계속사용, 또는 현 부지 일부매입을 요청한 바 있으나, 천주교측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김 회장은 “우리도 이전을 위해 다방면으로 알아보면서 여러 노력은 하고 있다”면서, “1996년 국비 23억 원을 확보해, 충북 청원군 소재 부지에 이전을 추진했으나 지역주민 반대로 무산돼 국비를 반납했고, 1998년에는 현 부지 인근 사유지를 매입해 건물 신축을 추진했지만 이 역시 천주교 수원교구의 반대로 무산됐다.” 또한 “이후 2003년 법원 경매 물건으로 나온 광주시 소재 병원에 입찰을 시도했으나 보유 재원 부족으로 무산됐다”고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덧붙여 “이사를 가고 싶어도 님비현상 때문에 통로가 막혀 오라는 데가 없다”고 씁쓸하게 말하면서, 한국한센복지협회는 국가가 꼭 유지를 해야 될 기관이고, 나균 연구는 미래 대응을 위해 필요한 사항 중 하나인데 지금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복잡한 심경을 호소했다.

​실제 한국한센복지협회가 이전하는 것은 단순하게 어느 건물의 사무실을 구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한센복지협회는 사무적인 업무만을 하는 기관이 아니고 부설의원 및 입원실, 연구원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부지 계약기간이 3년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아직까지 특별한 진전이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있다.

사실 그동안 한국한센복지협회에서 해온 일은 지면상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무수히 많다. 그 중에서는 대표적인 것은 1960년대부터 한센병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 및 계몽 홍보 활동을 했다. 또 1989년부터 현재까지 정형외과, 성형외과, 안과를 운영하면서 한센병 환자가 신체적 기능 및 외관 손실을 최소화하고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재활치료 사업을 진행해왔다. 물론 지금은 잊혀져가는 병이다. 하지만 김인권 회장이 강조했듯이, 균은 언제 어디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다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한센병 대처에 대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한센복지협회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새로운 이전장소를 마련할 수 있도록 협조해, 발병 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나아가야 할 것이다.                                                                   

박동웅 기자 v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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