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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호 칼럼] '선량한 차별주의자' 책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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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호 칼럼] '선량한 차별주의자' 책을 읽고
  • 박세호 기자
  • 승인 2022.08.14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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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박세호 기자] 30 몇도를 오르내리는 여름 무더위 속에서 읽기로 정한 책의 이름이 강원도 강릉대학교의 김지혜교수가 쓴 '선량한 차별주의자'였다. 책 내용은 더위 못지않게 뜨거운 주제들이었다.

우리 사회는 ‘평등’을 추구한다. 그런데 다들 (‘나처럼’) 선량한 마음을 품고 있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이상이라고 할 수 있는 ‘평등’이 그냥 이뤄질까? 선량한 마음만 가진다고 해서, 그냥 그대로 평등사회가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이 책은 역설적인 교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한 현실을 배경으로 우리들이 알게 모르게 차별주의자의 대열에 서있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입증해주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난민, 여성 문제, 우열반(학생) 편성, ‘노키즈 구역’의 설정, 능력주의, 차별방지법, 대학교와 분교, 정규직과 비정규직 ... 등등 까다로운 이슈들이 많아서 꼭 정독을 해야 할 책인데도 불구하고, 우선 전체 내용을 대략 한 번 훑어보았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차별의 문제에 골고루 시선을 두고 있기에, 장애인 문제도 그 중의 한 부분으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있던 지난 8월 4일 그날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한 달 만에 다시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였다는 뉴스가 떴다. 일반인들의 관심은 지난 번에 비해 비교적 차분하였다.

마침 이 책 155쪽~171쪽까지 (제 8장 : 평등은 변화의 두려움을 딛고 온다)를 보면, 지난 3, 4월경 전장연의 시위와 관련하여 언급한 내용이 있어서 자세히 읽었다. 그 당시 전장연과 정당 대표 사이에 치열하게 논전이 있어서 시민들은 어떤 편을 지지해야 할지 난감한 입장에 처하였었다. 조금 지난 일이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이 문제에 관하여 진지하게 검토한 바를 상세하게 알려주면서, 서로 다른 입장에 있는 각계각층 시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지하철 역사의 계단 벽에 설치된 장애인용 휠체어리프트 추락 사고에서부터 촉발되었다. 위험한 시설을 이용하다가 장애인 한 분이 계단 아래로 추락해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이 같은 사고를 계기로 장애인 활동가들이 모였다. 지하철 시위 투쟁이 현장에서 점화되었고, 언론을 통하여 이슈화되었다. 정부와 사회 전반의 무관심에 대하여 경종을 울린 것이었다.

이 시위장면은 동시에 인권과 공공질서 라는(어느 한 편도 무시할 수 없는) 기본적 원칙과 대의가 서로 충돌하는 현장이기도 했다. 법이 부여하는 결사집회의 자유는 철저히 보장받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헌법 37조 2항,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세상은 아직 충분히 정의롭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어서 논쟁은 조금 더 계속된다.

지난 번 전장연의 본격 투쟁 앞에서 대다수 시민들이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편을 들고 싶어 하면서도 주저하게 된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다수 시민에게 일제히 큰 불편(일상생활)을 끼친다는 이유에서였다. 지각 출근에 더하여, 모 언론에서는 가족의 유고로 인하여 급한 길을 가던 한 딱한 시민의 예를 들기도 했다.

둘째는 시위에 나선 사람들이 법을 어긴다는 점이다. 그로써 반사회적 존재가 되고 반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비난성 댓글들이 올라왔다.

셋째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엄청난 자금을 생각할 때, 당장 여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이다.

여기에 대해 김지혜 교수의 변호는 아래와 같이 명쾌하였다.

,‘악법도 법’이란 말에 우리는 너무 익숙하다. 그러나 요즘은 이러한 명제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헌법재판소가 법 적용의 위,헌 여부를 판가름하고 있으며, 그 역할이 커졌다. 기존의 법과 질서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복종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법을 어기면, 실정법이므로 그에 따른 징벌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많은 사회운동가들이 구속과 징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주장을 펼침으로써 모순된 많은 제도를 개선하여 온 것이 인류의 역사인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 다음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사례가 다수의 결정이 소수를 압도하는 것에는 잘못이 없다는 주장이다. 마치 이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인 것처럼 믿고 따른다. 그러나 서로가 토론하는 과정에서는 다수라고 해서 반드시 옳고, 그래서 소수는 틀린다고 말할 수 없다.

치열한 논쟁과 타협과 화합의 과정이 있게 마련이다. 다만, 서로간의 의견차가 끝내 좁혀지지 않을 때는 부득이 최후의 수단으로 다수결의 원칙을 적용한다는 절차상의 원칙은 모두가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또 단순한 의견표명이나 사상 대립과 달리, 서로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단계에서는 더욱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다수의 이익을 위하는 것만이 진리인양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큰 불편 없이 사회생활에 적응해가는 많은 사람들에 비하여 신체적 약점이 있다든가 휠체어를 타야만 이동이 가능한 장애인들은 사회적으로 특별한 관심과 비용(예산)으로 지원을 받아야 할 대상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 양자 간의 사회적 관계와 지위의 차이는 어떠한가?

이들 장애인들을 제외하고 이른바 일반인들만을 위하여 사회의 질서와 이해관계를 디자인해야만 하는 것인가? 여기엔 의문점이 많다는 것이다. 소수라 할지라도 이들은 중요한 시민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으며. 똑 같은 시민의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자신들이 가진 특수한 조건이 인정받는 전제 하에서 시민의 권리와 이익이 보장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베스트셀러(이재명, 문재인, 박근혜 저서) 책들과 함께 진열됐다
베스트셀러(이재명, 문재인, 박근혜 저서) 책들과 함께 진열됐다

이것은 사회적 통념과 조금 다른 시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함으로써 공평과 정의가 통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 저자의 주장에 대해 (조금 부족한 대로 본 기자가 이해한바) 그 취지를 요약해 보았는데, 크게 잘못 표현한 점이 없었으면 좋겠다.

보도에 따르면, 전장연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버스, 콜택시(구간 철폐), 장애인 특수차 등 전반적인 장애인용 교통 시설과 이동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예산이 지원되지 않아 각 지자체에서 실행을 못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국가에서 장애인의 이동권을 예산에 반영해 달라는 것이 지난해 12월 이후 34차례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전장연의 요청사항이다. ‘예산 없이 권리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기재부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이 9월초에 국회로 제출이 된다고 한다.

비올 때는 전기 위험에 신경을 써야 한다.
비올 때는 전기 위험에 신경을 써야 한다.

예산의 반영은 규모가 큰 까닭에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하고 본 기자가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보려고 했더니, 옆에 있던 지인이 “세입을 감세하고 자영업자 대출(이자)를 탕감해주고 영끌족 투자원금 일부를 보전하는 것 훨씬 이하라도 조금은 고민해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한 마디 했다.

또 누군가는 말하기를 현행법을 어긴 시위방식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가 바로 그 장애인들의 헌법상의 권리를 무시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지난 8월 8일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촉구하며 아침 8시부터 용산 대통령실 근처에서 삭발식을 하고 행진하면서 대통령실에 서한도 전달했다.

추가 시위행동을 예고하는 전장연의 주장은 8월 17일을 고비로 희망적인 반응을 얻기를 원하지만, 이 사태는 당분간 더 지속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 차선책이라도 있지 않을까? 다시 한 번 『선량한 차별주의자』 책을 읽어보면서 소수자의 인권과 권리와 이익이 보장받는 선진국 형 장애인 정책으로 원만한 타협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다함께 풍성한 가을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박세호 기자 bc4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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