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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2천억 예상했지만 뚜껑 열어보니 6765억"… "모라토리움 선택은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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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2천억 예상했지만 뚜껑 열어보니 6765억"… "모라토리움 선택은 옳았다"
  • 박봉민 기자
  • 승인 2012.09.11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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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

2년전 지방자치단체 최초의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 선언으로 일약 전국적인 스타(?)가 된 지방자치단체장이 있다.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이 그 주인공.

지난 2010년 제5대 민선 시장으로 취임하며,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방만하고 파산직전이었던 성남시 살림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었다.

그 일환으로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모라토리엄’ 선언이라는 극약처방을 택한 그에 대해 일부에선 “쇼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밀어붙였고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이재명 시장 취임 2년, 모라토리엄 선언 2년이 지난 성남시는 아직도 모라토리엄 상황일까.

<KNS뉴스통신>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만나 당시의 상황과 성남시의 현주소,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이재명 성남시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 ⓒ김현수 기자
“모라토리엄 선언은 긴축재정을 위한 사전작업”

- 지자체 최초 모라토리엄 선언이라는 대형 사건이 있었다. 2년이 지난 현재 성남시의 현황은.

☛ 성남시가 기본적으로 기본경비를 제외한 가용예산이 2500억 원 정도 되니까 재정구조는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취임 전에는 시 부채가 2000억 원 정도는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취임하고 보니 판교특별회계 전입금을 포함해 당장 갚아야할 법적 의무금까지 6765억 원이나 되는 부채가 있었다.

지금까지 가용예산에 남의 돈까지 끌어다 쓰며 호화롭게 살아왔는데, 갑자기 씀씀이를 급격하게 줄이는 것이 쉽지 않아 극약처방으로 '지불유예선언'을 한 것이다. 큰 수술을 앞두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처럼 지불유예선언은 긴축재정 운영을 위한 사전작업이었다.

2010년에 1207억원 이나 되는 대규모 예산 삭감으로 법적의무금을 조치했고, 2011년에도 사업의 적정성 검토, 행사취소 등 초 긴축재정으로 1339억 원을 상환했다. 올해는 지방채 발행과 예산절감액을 모아 1500억 원을 상환할 계획이다.

판교특별회계 전입금은 빠르면 2013년, 늦어도 2014년에는 거의 다 정리되고, 그 후에는 재정이 정상화 될 것이다.

판교특별회계 전입금 지불유예 선언을 할 당시에는 저항과 비난이 거셌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을 설득하기에 정직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시민들이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말씀하시면, 가능한 것은 언제까지 해드린다. 불가능한 것은 우리시 재정 형편상 어렵다고 설명을 하면 대부분의 시민들이 이해해 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모라토리엄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호화 청사였다. 

☛ 취임 후 재정확보 방안의 하나로 市의 청사 매각을 검토했다. 장기적으로는 시청 건너편 시유지에 적정한 규모의 청사를 짓고, 현 부지를 상업시설로 변경해 매각하는 방법인데, 현실적으로 당장 추진하기에는 많은 걸림돌이 있다.

그래서 현 상태에서 시청사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의 하나로 시민들이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청사를 개방하기로 하고, 먼저 시청에서 가장 전망 좋은 9층 시장실을 북카페로 전환해 시민들에게 돌려드렸다.

북카페는 1일 평균 380여 명의 시민들이 꾸준히 찾고 있는데, 도서열람은 물론 편안한 대화를 나누는 담소방을 갖추고 있어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북카페 옆에는 ‘시청 아이사랑 놀이터 Ⅰ‧Ⅱ’가 있는데 만 3세 이하의 영아들을 대상으로 장남감도 빌려주고, 영아와 부모가 즐거운 놀이도 함께 할 수 있는 놀이터가 자리 잡고 있다.

또한 2층에 있는 성남종합홍보관은 청사를 방문하는 내-외국인에 종합적이고 다양한 성남시를 보여주기 위한 시설인데, 초등학생들에게 성남지역을 알려주는 견학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81㎡ (약 24평)의 전시실이 마련되어 시민들이 7일간 자유롭게 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

직원들이 근무하는 시간동안 비어있는 체력단련실도 시민들에게 개방해, 런닝머신 등 39종 73대의 운동기구를 갖추고 기초운동을 지도하는 전문가가 상주하고 있다. 하루 240명 가량의 시민들이 이곳에서 운동하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

또한 시청 온누리실(1층 대강당)이나 한누리실(3층 대회의실)에는 계절 따라 열리는 각종 행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1층 로비는 주민자치센터 수강생의 작품발표회, 전시회가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 호화청사 논란에 휩싸였던 청사의 시민활용도를 높이고 청사를 시의 주인인 시민들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설계 당시 보다 넓었던 시장실과 좁았던 도서관을 맞바꾸었다. ⓒ김현수 기자
- 시장이 임기 중 추진하시는 역점 사업은.

☛ 우리 시는 본시가지와 신도시로 이루어져 있고, 주거환경의 격차로 인해 지역주민간의 갈등도 깊은 편이다.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많은 재원이 필요한데, 임기 동안 자주재원 1조 원 이상을 마련해 본시가지 기반시설에 투자해 성남시 전체가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위례신도시 사업권참여로 5000억 원 이상, 대장동 개발로 3000억 원 이상, 정자동 NHN에 매각 후 남은 잔여 부지 매각으로 1000억 원이상 재정수익을 창출해 본시가지 기반시설을 확충해 쾌적하고 편리한 주거환경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우리 시는 2010년 국민권익위원회 주관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 직원 대상의 내부청렴도는 전국 최하위, 시민대상의 외부청렴도는 경기도 31개 시군 중 21위라는 부끄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취임 후부터 이권개입과 인사 청탁 철저 배격, 시장실 CCTV설치, 청렴도 제고를 위한 30대 과제 추진 등으로 지난해 전국 212위에서 129위로 수직 상승했지만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2012년도에는 청렴도 50위 이내를 목표를 시정의 최우선과제로 삼아 SNS 운영 활성화 등 43개의 청렴시정 추진으로 부패 없는 도시, 원칙적이고 투명한 행정의 표본도시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 지난 3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주관 ‘민선 5기 기초 단체장 공약완료 및 주민소통분야 평가’에서 최고 등급(SA)을 받았다.

☛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목표 달성분야 ▲공약완료 분야 ▲주민소통 분야 ▲웹 소통 분야 ▲공약 일치도 등 5개 분야를 평가했는데, 우리 시는 공약에 제시되어 있는 모든 내용이 완료된 비율을 평가하는 공약완료분야, 공약이행과정에서 민주적인 제도 기반마련과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평가하는 주민소통 분야에서 80점 이상을 받아 최고 등급을 획득했다.

그 동안 매니페스토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내부지침을 마련하고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매니페스토 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매년 정기적으로 공약 추진성과를 점검 평가해 왔다.

주민과 소통을 위해서는 북카페-체력단련실 각종 회의실을 개방하여 시청사를 시민과 공유하고, 시민을 찾아가는 노상방담 등 쌍방향 소통에 노력하고 있다. 시정모니터, 명예시장제 등 시민참여를 제도화하고 있다.

앞으로는 나머지 3개(목표 달성분야, 웹 소통분야, 공약일치도) 분야도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할 것이다. 웹 소통 분야의 경우 현재 상당히 활성화 되어 있어 시민이 어떤 의견을 내면 담당직원이 즉시 답변하고 현장에 나가 업무 처리 후 결과를 바로 SNS로 올려 시민들이 상당히 만족해하고 있다.

▲ 이재명 시장은 ‘모라토리엄’ 선언은 긴출재정을 통해 당시 파산 직전의 성남시를 살리기 위한 고육책이었음을 강조했다. ⓒ김현수 기자
“시민을 존중하고 권한을 잘 사용해 일했던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 최근 무상보육 예산 부족을 둘러싼 논란이 많다. 

☛ 우리 시도 10월이면 예산이 고갈된다. 서초구 같은 경우는 이미 부족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 주다가 안줄 수도 없고 매우 답답한 상황이다.

이 정책에 소요되는 예산은 중앙정부의 예산이다. 그런데 현재 중앙정부가 무책임하고 무대책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선거 때 인심 쓰기로 주고서는 선거가 끝나니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중앙정부 예산이 아니라 시군구를 통해서 나가니까 결국 주다가 안주면 자치단체를 원망하게 돼 있다.

이 정책은 두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말 그대로 보육료를 지원해주면 되는데 보육시설에 가야만 지원해주고 있다. 그러니 굳이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을 가정에서도 모두 자녀를 보육시설로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집에서 키우고 싶은 가정도 있을 것이다. 그런 가정에는 보육료를 지원해주고 보육시설에 자녀를 맡기는 경우엔 시설이용료를 주면 된다.

그런데 시설 이용료만 주다보니 너도나도 시설에 맡기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보육시설도 부족하고 예산도 예상 보다 많이 소요되는 악순환만 거듭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나몰라라 하니까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정책 실수고, 선거용 졸속 정책이다.

- 어떤 시장으로 시민들에게 기억되길 원하나?

☛ 임기 중 외형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그리고 지금은 '건설의 시대'가 아닌 '관리의 시대'다. 지금 가진 것을 잘 다듬고 가꾸어 나가야 할 때이다.

아마 제가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 시민들께서 재정회복을 위해 애썼다고 기억해 주실 것 같다. 제 바람은 시민들을 존중하고 시민이 주신 권한을 잘 사용해서 일했던 시장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 이재명 시장은 임기를 마친 후 “시민들을 존중하고 시민이 주신 권한을 잘 사용해서 일했던 시장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김현수 기자
- 성남시의 매력과 성남시민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

☛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고 하는 성남시는 올해로 39살이 된다. 밝고 활기차고 생각과 행동이 젊은 도시이면서 전국 기초지자체 중 최고의 재정자립도를 자랑하는 도시이다.

서울과 인접한 지리적 조건과 기업하기 좋은 도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 1000여 개의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고, 교육-환경-문화 등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경기도에서 가장 살고 싶은 지역으로 뽑히기도 했다.

앞으로 성남시는 내적인 성장과 외적인 발전을 거듭해 나갈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 시민들의 자치 역량이 매우 높고, 2500여 공직자 또한 시민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할 자세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남은 임기 동안 살고 싶은 성남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시민들께서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지지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대담: 박인수 선임기자 
사진: 김현수 기자
 정리: 박봉민 기자

▲ 건립 당시 호화 청사 논란에 휩싸였던 경기도 성남시청. 현재는 시민활용도를 최대로 높여 시민들의 공간으로 탈바꿈해 있다. ⓒ김현수 기자

박봉민 기자 kns@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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