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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은 禮를 숭상하는 민족, 숭례문은 민족정체성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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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은 禮를 숭상하는 민족, 숭례문은 민족정체성의 상징”
  • 박봉민 기자
  • 승인 2012.09.10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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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우룡스님/숭례문 복원 기원 전제위원회 상임대표

[KNS뉴스통신=박봉민 기자] 민족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지역에서 오랜 세월을 함께 생활하며 문화적‧역사적으로 통일된 집단”이다.

문화적‧역사적으로 통일된 집단. 역사란 사람이 살아온 시간의 기록이고, 문화란 그 시간 속에서 형성된 하나의 규범이자 정신적 유물이다. 그리고 그것을 실증하는 것이 곧 문화재다.

그래서 문화를, 문화재를 지키고 보존한다는 것은 단순한 유물의 보존을 넘어서는 민족과 역사, 그리고 정신을 지켜내는 작업이다.

▲ 우룡스님은 ‘숭례문’을 ‘예’를 숭상하는 한민족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물이라고 했다. ⓒ박봉민 기자
지난 2008년 2월 10일. 민족의 정신이 무너지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崇禮門)’의 화재와 소실. 600년 수도 서울의 제1관문이자 국보 1호인 ‘숭례문’의 방화와 붕괴는 당시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그로부터 5년. 숭례문은 올해 말 복원을 앞두고 있다. 다시 세워지는 ‘숭례문’은 어떤 모습이어야만 할까?

숭례문 화재사건 당시 49재를 지내고, 매월 음력으로 월일이 겹치는 날에 ‘숭례문 복원 기원 천제’를 지내고 있는 우룡(雨龍. 본명 윤태희) 스님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숭례문’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KNS뉴스통신> 사옥에서 만난 우룡스님은 법복차림의 평범한 승려였다.

▲ 우룡스님은 현재 숭례문의 복원 작업이 너무 서두르는 감이 있다고 한다. 보다 완벽하고 정교한 복원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봉민 기자
그는 ‘숭례문’의 의미를 ‘예(禮)를 숭상’하는 한민족의 상징적인 존재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숭례문 화재 당시 불의 의미를 달리 봤다고 했다.

그는 숭례문 화재의 의미를 “예가 무너진 세태에 대한 경고”라고 했다. 그러면서 “숭례문의 복원은 단순한 건축물의 복원이 아닌 예와 민족정신의 복원이어야만 한다”고 했다.

“예와 민족정신의 회복”이란 어떤 의미인가.

우룡스님은 “숭례문 화재 원인 중 하나가 ‘사회시스템’의 붕괴, 즉 서민들의 억울함을 합리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사회시스템의 부재와 이에 대한 불만이 문화재에 대한 방화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출됐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사회시스템을 정비하고 사회지도층, 특히 정치인들과 행정가들이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와 행정을 펼치고 이로써 국민 대중이 지도자들을 마음으로부터 믿을 수 있는 상호 신뢰가 쌓일 때 비로소 예와 민족정신은 복원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숭례문을 복원함에 있어 민족적 정체성과 자존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국보1호라는 타이틀이 갖는 무게감과 상징성은 매우 엄중한 것이다. 따라서, 이를 복원하고 지켜나감에 있어 민족적 정체성의 확립과 자존감의 발호는 매우 중요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복원 진행 과정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우룡스님의 주장이다.

그 일례로 그는 ‘상량문(上樑文)’의 서기(西紀) 단독 표기를 지적했다.

“한 국가와 민족에게 있어 국가의 연호(年號)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 옛날 하나의 제국이 설 때 가장 먼저 정한 것이 바로 ‘연호’였다. 숭례문은 국보1호. 바로 우리 민족의 표상과도 같은 상징물인데 우리 민족의 연호라 할 수 있는 단기(檀紀)가 아닌 서기로만 단독 표기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는 매우 개탄했다. 그는 정부 당국에 대해 여러 차례 진정도 하고 민원도 제기해 봤지만 돌아온 답변은 불가였다.

“현대 실정에 맞게 서기도 표기하고 민족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생각해 단기도 표기하는 병기(倂記)가 옳다”고 강조했다.

▲ 우룡스님은 숭례문 화재 이후 매월 음력으로 월일이 일치하는 날에 ‘숭례문 복원 기원 전도제’를 올리고 있다. 사진은 ‘숭례문 49재’ 모습 ⓒ우룡스님
또한, 그는 현재의 복원작업이 너무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더욱 정밀하고 치밀하게 복원작업을 진행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임기 내 이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지나치게 무리수를 두고 재촉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사태 등에서 볼 수 있듯 오늘날 우리는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소중함을 너무 모르고 있다”며 “이것은 반드시 우리가 극복하고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족문화의 복원, 민족정신의 회복이라는 점에서 일제침략기 왜곡되고 사라진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바로 잡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인터뷰 내내 우룡스님은 ‘민족정신의 복원’과 ‘순리적인 사회시스템의 복원’을 수차례 강조했다.

“소위 지도자라는 이들부터 정신무장을 새롭게 해야만 한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무겁게 받들고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 출발은 민족문화를 계승발전하고 지켜나가는데서 출발한다.”

특히 “예로부터 민심은 곧 천심이라 했고 백성이 곧 하늘이라고 했다”며 “국민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그들에게 하늘이 부여한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숭례문이 국보1호여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민족 정체성의 상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예로부터 중국은 ‘중화(中華)’라 하여 자신들을 세상의 중심으로 보았고 우리는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이라 하여 예를 숭상해 왔다”며 “숭례문은 바로 ’예‘를 숭상해온 우리 민족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군성조께서 이 땅에 나라를 세우신 근본이념은 ‘홍익인간 이화세계(弘益人間 理化世界)’였다. 이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이치로써 세상을 다스린다’는 뜻”이라며 “이는 곧 ‘예’가 충만한 세상을 의미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우리 민족은 하늘의 자손인 ‘천손(天孫)’”이라며 “예를 숭상하고 인간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은 우리의 사명이며 숭례문 복원이 그 출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룡스님은 현재 진행 중인 ‘숭례문 복원 기원 천제’를 2013년 음력 1월 13일(양력 2월 22일) 70회를 끝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 우룡스님 ⓒ박봉민 기자

박봉민 기자 kns@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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