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런던 올림픽에 한국 선수들의 열정과 온 국민의 성원과 열망으로 올림픽사상 최초로 한국축구가 당당하게 4강에 오르는 쾌거를 거두면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한편 창피하고 낯 뜨거운 일이 벌어졌다. 런던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경기에 출전한 한국 선수 2개조 4명이 ‘져 주기 경기’를 했다가 세계배드민턴연맹(IBF)으로부터 실격이란 중징계를 받았다. 결승 토너먼트에서 강팀과 맞붙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예선 경기에서 지는 승부 조작극을 벌인 것이다.
한국 선수와 경기를 한 중국 선수 2명과 인도네시아 선수 2명도 실격당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8강전에서 강팀 중국을 피하려고, 중국은 4강전에서 다른 중국 팀을 만나지 않으려고 서로 지는 경쟁을 벌인 것이다.
낯 뜨거운 장면에 관람객들의 야유와 비난이 쏟아졌다. 보다 못한 심판이 나서서 구두 경고까지 했음에도 황당한 경기는 계속됐다. 경기에서 일부러 져주는 것은 엄연한 승부 조작이다. 한마디로 창피하고 충격적인 사건이다. 한국 스포츠 사상 처음 당하는 창피다. 한국이 그동안 많은 땀과 노력으로 쌓은 스포츠 강국의 위상을 한 방에 크게 떨어뜨리고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일이다.
한국 대표팀과 배드민턴협회는 낯 뜨거운 줄 모르고 “중국이 먼저 시도한 것으로 억울하다”며 이의신청을 했다. 물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져주는 식의 비열함을 중국이 먼저 보였다고 해서 한국 선수들의 일탈이 정당화될 순 없다.
남이 먼저 차선을 위반했으니 같이 뒤따라간 차들의 위반이 면책될 수는 없는 것이다. 차라리 깨끗이 수용하고 깊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승부 조작은 올림픽 정신에 대한 배반행위이다. 올림픽 정신을 먹칠하고, 나아가 국가의 명예까지 크게 떨어뜨린 수치스런 일이다. 세계인의 눈이 쏠린 올림픽에서 이같이 부끄러운 경기가 벌어진 것은 메달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잘못된 승리 지상(至上)주의 탓이다.
이들의 그릇된 행동은 올림픽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전체 한국 선수단과 지도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밤잠을 설쳐가며 대표팀을 응원해 온 수많은 국민에게도 실망감과 배신감을 안겨줬다. 과거에도 종종 고의로 저주기 경기 의혹이 있었다고는 하나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스포츠정신을 모독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관련 선수들과 지도자들, 그리고 협회 임원들은 진심으로 뉘우치고 전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IBF의 중징계 조치와는 별도로 져주기 경기에 관여한 감독과 선수 등 관련자들에게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종목에 걸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메달은 선수들의 땀방울로 정정당당하게 땄을 때에만 가치가 있다. 스포츠는 승리로 향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스포츠는 페어플레이가 생명이다. 메달과 순위에만 집착해 수작을 부린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특히 자라나는 학생들은 이번 사태를 보고 가치관의 혼란을 느꼈을 것이다. 각급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이를 반면교사로 삼도록 가르쳐야 한다. 스포츠는 국민에게 용기를 주고 자라는 2세들에게 꿈과 정의를 가르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림픽의 의의는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이다’라는 올림픽 강령은 더 존중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져 주기 식의 승부 조작은 어떤 이유로든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올림픽이 갈수록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고 메달지상주의의 노예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림픽 정신을 다시 한번 가다듬어야 할 때다. 이번 ‘배드민턴 런던 참사’가 우리 모두 올림픽 정신, 스포츠맨십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스포츠는 규범을 지키는 자세와 공정한 경쟁, 상대방 존중, 자기 극복을 배우는 장(場)이다. 스포츠 국가주의와 승리 지상주의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을 일이다.
배드민턴 관계자는 물론 모든 종목의 선수·지도자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올림픽 정신과 스포츠맨십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런던 올림픽 남은 기간 동안 한국 선수들의 정정당당한 선전을 기원한다.
편집인 사장 최 충 웅 choongw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