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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민통합을 위한 사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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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민통합을 위한 사면이라니?
  • 최문 논설위원
  • 승인 2021.01.0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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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 논설위원

최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통합을 앞세우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촉구했다. 신년 초 갑작스럽게 사면을 얘기하는 것이 놀랍다. 레임덕에 빠지기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을 벗어나 유력한 대권후보로서 ‘사면’이라는 키워드를 선점하면서 강력한 당내 경쟁자인 이재명 후보의 강성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조급함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한 박근혜씨는 아직 대법원의 판결이 남았고, 스스로 탄핵의 무효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명박씨 역시 자신의 처벌을 정치탄압으로 몰아가며 그를 지지하는 스피커들을 통해 무죄를 주장하는 중이다.

따라서 두 전직 대통령(금고 이상의 형과 탄핵으로 전직 대통령의 직위를 상실했다)은 모두 사면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사면을 위해서는 먼저 형이 확정돼야 하고, 자신의 죄를 반성하며 국민 앞에 깊이 사죄해야 한다. 그러나 두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죄를 반성하고 사죄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다.

더구나 박근혜씨는 아직 형이 확정되지도 않았다. 형사소송법 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형이 확정되지 않으면 무죄로 추정한다. 스스로 죄를 인정하지 않았고 형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사면을 주장하다니 앞서가도 너무 앞서간 것이다.

지지자들 또한 국민이 촛불을 들어 국회에서 탄핵을 의결했고, 헌법재판소에서 인용했으며, 현재 사법절차 또한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문재인 대통령 탓으로 돌리며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사법처리를 지시한 양 주장하고 있다. 이는 대법원 판결을 문제 삼아 대한민국 정부를 압박하는 일본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정치인,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의원들조차도 그들이 대변하는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자들이다. 단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국가와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최고행정기관이기 때문에 그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까지도 감당해야 하는 특수한 지위에 있다.

국가와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의 지위를 사사로운 이익이나 권위를 위해 사용한 결과가 바로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말로다. 대한민국 국민은 지혜롭고 현명하며 용맹하다. 세계에는 아직도 수많은 권위주의 국가가 있지만 대한민국처럼 민주주의를 완성 시킨 나라는 없다.

민주주의국가란 국민이 주인인 국가를 말한다. 민주주의제도에서 모든 국민의 의견이 하나로 통합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간접민주주의를 도입하고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되 다수의 의견에 따르는 다수결원칙이 확립된 것이다.

국민의 의견이 하나로 합쳐지는 국가는 전제봉건주의 국가이거나 북한이나 중국 같은 공산주의 국가다. 국민의 의견은 무시되고 국왕이나 최고지도자의 의견이 모든 국민에게 강요되기 때문이다. 국론통합과 국민화합이 형식적으로 가장 잘 되는 국가들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원칙을 지키면서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국민통합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다양한 의견과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수용하는 제도가 민주주의다. 따라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토론을 하고 결과를 도출해내야 하며 다수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에서는 툭하면 국민통합을 외친다. 이는 군부독재시절의 잔재다.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정책은 어느 정도 컨센서스가 가능하지만 정치적 입장에서 흑백논리로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으로 여기는 군부독재세력의 후예들이 아직 건재해 국가와 국민을 멍들게 하고 있다.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못하는 단세포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는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그들은 군부독재 시절로 돌아가기를 꿈꾸는 민주주의의 암세포와 같다. 서로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면서 본질을 찾아가려는 노력만이 민주주의의 토대를 견고하게 쌓는 길이다. 상식과 원칙을 지키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사면논쟁 또한 마찬가지다. 사면권을 남발해서는 안된다. 국민통합을 위해 사면하라는 주장은 참으로 어리석다. 반성과 사과가 없이 아직도 무죄를 주장하는 두 전직 대통령의 정치세력이 건재한 지금 그들을 사면할 경우 정국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집권당이라면 사면이라는 정치쇼보다 국민을 위한 정책으로 컨센서스를 이뤄나가야 할 것이다.

최문 논설위원 vg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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