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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군 상모마을 어르신들 詩人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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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군 상모마을 어르신들 詩人됐다
  • 백성숙 기자
  • 승인 2012.07.26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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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부터 삶의 애환이 녹아 있는 자작시 30편 전시

 [KNS뉴스통신=백성숙 기자]“모평에 시집와서 아들이 핏덩이일 때 혼자 되었네 그 때 내 나이 푸르디 푸른 스물여섯”

함평군 해보면 상곡리 상모마을 김윤임(88) 할머니의 자작시 ‘날마다 사립문 열어놓고’다. 젊디 젊은 26세에 영문도 모르고 죽은 남편을 그리는 마음이 구절구절 절절하다. “자다가도 남편이 문 두드리며 찾아올 것만 같아 날마다 사립문 열어놓고...”. 홀로 긴 밤을 지새우며 보냈던 지난 세월의 슬픔이 행간에 뚝뚝 묻어 나온다.

김 할머니를 비롯해 주민 어르신들의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자작시 30편이 함평군 해보면 상곡리 모평마을 당산나무 숲 일대에서 28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9일간 전시된다.

‘모평 느티나무 숲 무지개 時 걸렸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시화전은 지난 4월부터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시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 시들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최하는 ‘2012 찾아가는 어르신문화학교’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함평문화원(원장 이진행)이 주관한 ‘늘그막, 원고지와 만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지난 4월부터 매주 1회 시를 비롯한 다양한 글쓰기 공부를 통해 탄생한 작품들이다.

어르신들의 진솔한 삶의 고백들이 함평문화원과 문학동인 ‘자미’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한 편의 아름다운 시로 재탄생됐다.

“나는 우리 영감님이 제일 사랑스럽디다”는 김효림(77) 할머니의 부끄러운 사랑고백에서부터, 대종손 종부로 한 해에 13번의 제사를 지내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 시절이 좋았어라우...자고로 사람은 법도대로 살아야 쓰것다 그런 생각이 드는구만요”라며 각박한 현 세대를 일깨우는 최묘순(83) 할머니의 촌철살인까지, 전시되는 시들에는 어르신들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고단했던 삶에 대한 애환, 모평마을의 역사와 문화유산들이 듬뿍 담겨있다.

이진행 원장은 “마을을 가꾸고 지켜 오신 어르신들의 삶과 일상의 스토리를 작품으로 형상화해 공동체문화 회복에 기여하고자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또 ‘일상에서 시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경호 문학박사의 강좌와 시화전에 참여한 어르신들과 자녀들의 시낭송도 열릴 예정이다.

윤영 상모행복마을사무장은 “어르신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큰 재미와 깊은 감동을 안겨줄 것”이라며 “10월에는 편지글과 유언 등 다양한 글을 모아 책으로도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성숙 기자 ping@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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