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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한덕종 의료지도자협의체 회장 "세계적 수준 한국 의료 지식 지구촌에 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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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한덕종 의료지도자협의체 회장 "세계적 수준 한국 의료 지식 지구촌에 전할 것"
  • 오성환 기자
  • 승인 2020.09.08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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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INE / 의료지도자협의체, 해외의 의사들을 돕는 한국의 시니어 의사들

 

의료 후진국에 의료지식을 체계적으로 전수하는 의미있는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의료지도자협의체  한덕종 회장(아산병원 교수)
의료 후진국에 의료지식을 체계적으로 전수하는 의미있는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의료지도자협의체 한덕종 회장(서울아산병원 췌장이식 세계적 권위자)

 [KNS뉴스통신=오성환 기자] 서울아산병원의 한덕종 교수는 세계적 수준의 췌장 이식 전문가이다. 서울대와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공부한 그는 30년 전부터 국내에서 당뇨병 환자의 췌장 이식 수술을 선도해 왔다. 또한 아산병원에 최초로 장기이식 프로그램을 시작하여 세계 어느 센터에도 뒤지지 않는 성과를 이끌어 왔다.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숫자에 불과한 세계췌장도세포이식학회 카운슬러이자, 지난해에는 아시아 췌장도세포이식학회를 주도적으로 창립한 그에게도,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가 남아있다.

정년을 마친 의사 시니어들의 모임

현재 한 교수는 의료지도자협의체라는 단체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 단체의 취지를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의사 정년이 65세인데, 이 나이가 사실은 가장 경험이 원숙해지고 지식이 최고에 도달할 때거든요. 많은 의사 선생님들이 이런 저런 모습으로 정년퇴직 이후의 여생을 보내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하고도 피크에 해당되는 시기를 그냥 흘려보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정년을 마친 의사들이 보람되게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얼까? 한 교수는 우리나라의 수준 높은 의술을 가지고 아직 70~8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는 나라에 가서 그곳의 의료 수준을 높여주자는 발상을 떠올렸다. 의료 봉사활동이야 워낙에 일반화되어 있고 하는 곳도 많다지만, 떠먹여주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요리해 먹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 아닐까? 그렇다면 진료 봉사보다는 오히려 그곳의 의사들에게 의료 지식을 체계적으로 전수해주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분야별로 다양한 의료 시니어들이 모여서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곳에 가서 이런 일을 해보면 어떨까? 이러한 그의 생각이 의료지도자협의회를 싹트게 한 씨앗이 되었다.

한국 의료의 해외 보급을 위한 노력

중국 시안병원 오픈식
중국 시안병원 오픈식

“한국의 의료 수준은 톱클래스입니다. 특히 외과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간, 췌장, 신장 이식 수술 횟수를 보자면 미국의 어느 센터라도 놀랄 겁니다. 이번 코로나와 같은 위급 사태에 우리가 비교적 잘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무엇보다 이미 탄탄한 기반을 갖춘 대형병원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3년 출범한 의료지도자협의체는 이러한 우수한 한국의 의료를 해외에 전수하고자, 그 출발부터 보건복지부가 아닌 외교통상부 산하의 단체로 조직되었다. 외교관 출신의 이사진과 네트워크를 통해 외교채널로 해외 국가들과 연결하여 그곳의 외교관들과 의사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첫 도전은 우즈베키스탄이었다. 줄여서 우즈벡이라고도 불리는 이 나라에는 과거 강제 이주된 러시아 교포들 즉 고려인들이 다수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약을 지원해줄 것인가? 아니면 장비를? 아니면 돈을? 이러한 질문에 내놓은 답은 바로 지식이었다. 부족한 의학과 의료 지식을 채워주는 것만큼 확실하고도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지원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러한 마음으로 의료지도자협의체 여러 의사들은 4~5년에 걸쳐 학술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의료협조를 제공하고, 의사들을 보내 어려운 수술도 해주고, 2017년에는 국제 컨퍼런스도 열어주었다. 우즈벡 의사들과 고려인 학생들에게 한국에서의 연구 경험을 제공해주었다. 그러나 한 교수는 이러한 순수한 활동의 의미와 취지가 시간이 갈수록 점차 퇴색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적지 않은 상처를 받기도 했다.

우즈벡에서의 성과와 아쉬움을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 협의체는 활동의 지속성을 위한 수익사업을 한 축으로 삼으면서, 다른 축으로는 의료후진국 의사들의 의료 실력 향상을 돕는 일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중국이나 아랍에미레이트 등지의 국가들에서 국제병원의 의사들이 부족한 실정이고, 한국의 유능한 의사들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한 교수는 아제르바이잔 같은 아직 우리나라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한 국가들에도 진출하고 싶다는 희망도 덧붙였다.

의사의 자격, 무릎으로 나아가는 일

우즈벡과 의료기술 교류
우즈벡과 의료기술 교류

한 교수는 의사들을 모으는 일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고 고백한다. 모으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아도 금세 모래성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의료지도자협의체가 100여명 남짓의 회원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대단한 성과이다.

하지만 한 교수의 목표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1000명의 회원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워낙에 세분화된 의료 분야를 고려하자면, 그 정도 규모의 인력풀은 되어야 무언가를 제대로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해외에 나가 의료봉사를 하고 싶어도 이루지 못했던 시니어들이 협의체를 통해 자격을 얻어 나갈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협의체에서 해외로 보내는 의사들은 비교적 엄격하게 자격을 심사하여 선정된다. 실력과 성품 모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들이 우리나라 의료계의 얼굴이기에 외국에서 우리 의사들을 불신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에 잘 알려진 의료봉사와는 달리, 의사가 환자를 돕는 것이 아니라 의사를 돕는다는 아이디어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일반화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그만큼 오해도 많고 충분한 지원이 집중되지도 않는다. 한 손이 하는 일을 다른 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처럼 무릎으로 순수하게 행하고자 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의 장벽이 만만치 않다. 향후 의료지도자협의체와 한 회장의 역할이 더욱 요청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welcome reception
제1회 아시아췌장-도세포 이식학회 학술대회(welcome reception-2019년 2월 21일)

“의료계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저희가 롤모델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시니어들의 자문과 판단을 필요로 하거든요. 다양한 분야들에서 시니어 그룹들이 생겨나 활발히 활동하기를 기대합니다.”

                                                                     

오성환 기자 v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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