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9:09 (토)
[탐방] 요리를 통해 사회적 소통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 - 한국요리심리치료협회
상태바
[탐방] 요리를 통해 사회적 소통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 - 한국요리심리치료협회
  • 이평재 대기자
  • 승인 2020.09.02 1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ARE / (사)한국요리심리치료협회 - "요리치료를 통해 대화를 이어주고 즐겁게 상담합니다"

 

요리치료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사)한국요리심리치료협회 서명중 회장
요리치료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사)한국요리심리치료협회 서명중 회장

[KNS뉴스통신=이평제  대기자] 전통적인 심리치료는 상담을 통해 이뤄져왔다. 그러나 말로만 이뤄지는 상담보다는 어떠한 매개가 도입되었을 때 더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음악이나 미술을 매개로 활용하는 심리치료가 등장하게 되었다. 서양에서는 음악치료나 미술치료가 벌써 한 세기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을 정도이고, 우리나라에도 적극적으로 수용되었다.

반면에 요리를 심리치료의 매개로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하기 시작한 흐름이다. 국내에서도 아직 10여 년 정도의 역사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요리치료는 심리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기존의 음악이나 미술에 비해, 일반 사람들에게 훨씬 친숙하고 대화가 늘어나고 역동성이 증가하는 그러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요리이기 때문이다.

요리치료라는 새로운 분야를 발견하다

회원들의 감사편지.

“심리치료를 위한 상담을 하다보면 재미없고 지지부진해지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매개를 도입하는 것인데, 음악이나 미술이 많이 활용되는 반면에 요리는 아직 희소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장 확장 가능성이 높은 매개가 요리일 거라고 확신합니다.”

(사)한국요리심리치료협회의 서명중 회장은 원래 무역을 전공하고 상업에 종사하던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가족의 일로 인해 처음으로 상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 대학원에 진학하여 코칭심리를 전공하기에 이른다. 그가 새로 상담을 전공하면서 눈에 뜬 분야가 바로 요리치료였다.

“대화가 없고 상담이 필요한 가족들을 모아놓고 뭘 하면 좋을까 생각했어요. 떠오르는 답이 요리더군요. 요리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어도 남녀노소 접근이 쉬우며, 누구나 즐거워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기존에 음식을 매개로 하는 푸드테라피, 푸드아트테라피 등 여러 개념들이 요리치료라는 용어로 혼재되어 사용되어져 왔다. 저마다의 개념 이해가 다르고, 방법론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서 회장은 2012년부터 이에 관심이 있는 전문가들과 함께 요리치료(쿠킹테라피)의 개념정리를 하였고 그 결과 2014년에 사단법인 한국요리심리치료협회가 세워졌고, 2015년에 논문발표 뿐만 아니라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재도 발간하였다.

요리치료는 요리가 아니라 치료다

가족 쿠킹테라피
가족 쿠킹테라피

“요리치료는 심리치료이지 요리교실이 아닙니다.”

서 회장의 이 한 마디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소통이 부족한 이들이 함께 요리를 한다는 것은 얼마든지 생각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다. 요즘은 유투브나 블로그만 보아도 각종 레시피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하면 된다. 하지만 같이 요리만 한다고 해서 요리치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요리의 과정에서 심리적 기법이 가미되어야 하며, 그래서 전문가의 손길이 요구되는 것이다.

요리활동은 학습이 느린 유아동을 위해 수개념, 언어개념, 과학개념 등 학습을 보다 재미있게 익히도록 하기 위함이고, 요리심리는 요리를 하면서 심리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들에게 자립과 재활을 요리를 통해서 하는 것을 요리재활이라 한다. 이 모든 것을 수행하는 것을 요리치료라고 정리할 수 있다. 영유아에서부터 어르신까지 비장애인은 물론 장애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고, 이제는 평범한 일반 사람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기법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니깐 말이다. 여기서의 요리란 단순히 요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재료를 직접 구입하고 다듬어 요리를 만들고 맛있게 먹고 설거지까지 하는 전체의 과정을 하나의 치료행위로 간주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사이사이에 적절한 심리적인 기법들이 적용되어 요리치료를 단순한 요리와 구별시켜 주는 것이다.

요리로 사회적 소통을 꿈꾸는 요리치료사와 서명중 회장.
요리로 사회적 소통을 꿈꾸는 요리치료사와 서명중 회장.

현재 서회장은 한국요리심리치료연구소에서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하지만이곳에서 배출된 요리치료사들의 자격 조건이 그리 만만치 않다. 요리도 좋아해야 하지만, 상담, 심리 코칭 등 전문적인 배움을 지속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그러다보니 요리와 심리상담 모두에 전문 지식을 가진 치료사는 아직 스무 명 남짓에 지나지 않는다. 비록 적은 숫자이지만,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는 소수정예인 셈이다.

요리를 통한 사회적 소통을 꿈꾸다

협회의 전망은 밝다. 최근 서 회장은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에 선정되어 소셜벤처로 거듭나기 위한 엑셀러레이팅 과정을 밟고 있다. 또한 2020년 하반기 서울시와의 협력을 통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으며, SNS 홍보를 통해 여러 기업체나 학교, 복지관 등에서 관심을 가지고 문의가 잇따른다고 한다. 이러한 높은 관심에 발맞추어, 버스 안을 주방과 탁자로 리모델링한 이른바 찾아가는 버스(심쿡버스)를 마련하여 산간지역처럼 방문하기 힘든 지역까지도 찾아가 요리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소통과 협력이 필요한 스타트업과 취약계층을 상대로 하여 요리치료의 효과를 선보이는 등, 서 회장과 협회의 활동은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줌을 통한 비대면 요리치료도 진행되고 있다.

소통의 부재라는 거대한 사회적 문제를 요리라는 친숙한 매개에다 심리를 결합하여 해결해보겠다는 것이 새로운 사회적기업을 꿈꾸는 서 회장의 소셜미션이다. 그는 또한 중산층 가정의 요리치료프로그램 구매를 통한 수익의 일부분을 취약계층 가정의 요리치료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찾아가는 이동형 쿠킹 테라피 버스
찾아가는 이동형 쿠킹 테라피 버스

“요리 레시피는 어디서나 구할 수 있지만, 요리치료를 위한 전문적인 상담 기법이 매뉴얼로 갖추어져 있는 곳은 저희뿐입니다. 시작된 지 얼마 안 됐지만 선구자라는 생각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이평재 대기자 vnews@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HOT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