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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사단법인 '마중물' - 아래로부터 시작되는 '민주주의 마중물'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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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사단법인 '마중물' - 아래로부터 시작되는 '민주주의 마중물' 자리매김
  • 박동웅 기자
  • 승인 2020.06.08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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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하는 시민을 통해 대안정책을 제시하겠습니다"

 

사단법인 마중물 유범상 이사장

[KNS뉴스통신=박동웅 기자] 중년 이상의 어른이라면 어릴 적 우물물을 펌프질하기 위해 쏟아붓는 한 바가지의 물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더 많은 물을 얻기위해 먼저 필요한 한 바가지의 물을, 마중물이라고 부른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는 많은 분야들에서 마중물 같은 존재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인천에 자리 잡고 있는 사단법인 마중물이사장 유범상)은 이름 그대로 성숙한 시민 사회를 위한 마중물의 기능을 감당하고 있는 소중한 단체다.

이상이 일상이 되도록 상상하라

“인간은 자신의 목소리로 공동체에 참여함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찾습니다. 그런 인간을 바로 시민이라고 부르지요. 저희는 시민들이 모일 수 있는 광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단법인 마중물의 책임을 맡고 있는 유범상 이사장(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은 마중물이 왜 마중물인지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이곳은 시민의 존재를 고민하면서, 시민을 교육하고 대안정책을 제시하는 마중물의 역할을 감당하고자 하는 이들이 모인 공동체이다. 마중물의 광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러한 광장이야말로 꿈을 일상으로 만드는 상상력의 힘의 결과이다.

왼쪽부터 조윤성 마샘대표, 김향미 마중물 사무국장, 유범상 이사장

편익보다는 의미를 생각하라

“민주주의는 정치인의 제도가 아니라 시민의 토론으로부터 시작됩니다.”

2009년에 시작된 토론 세미나가 마중물의 출발이었다. 40~50명의 인원이 마중물 세미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장소를 빌려 진행하다가, 이렇게 귀중한 모임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공간을 마련하고 법인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원동력을 얻은 이 세미나는 현재까지 11년째 지속되고 있다. 많게는 100명까지도 참여하는 마중물의 간판 프로그램이 되었다.

세미나는 2시간의 토론과 2시간의 강의로 이뤄진다. 대개는 강의 후 토론이 이어지는 법인데, 여기는 뭔가 다르다. 토론을 먼저 거쳐, 그 토론의 결과를 놓고 강의가 이뤄진다. 이후 2시간은 뒤풀이다.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돌아가며 건배사를 한다고 한다. 뒤풀이도 토론의 연장인 셈이다. 매주 목요광장도 열린다. 영화와 정치토론을 번갈아가면서 진행한다. 누구나 참여하는 이곳은 나와 나를 둘러싼 공동체를 만나게 한다. 2017년 사단법인 마중물은 협동조합 마중물을 설립했다. 복합문화공간인 이곳에서 서점, 카페, 갤러리, 공연장 등이 운영되고 있다. 1구좌에 100만원씩, 적지 않은 조합비용이 책정되었다. 협동조합 마중물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단지 물건을 저렴하게 사는 편익이 아니라 마중물로서의 마중물의 의미에 대한 생각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협동조합에는 시장, 시의원, 교사, 사회복지사 등 각계각층의 인사가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마중물의 의미가 변질되지 않도록 든든히 지켜주는 분들이다.

전도하지 말고 전파하라

사단법인과 협동조합이라는 두 날개로 훨훨 날고 있는 지금의 마중물의 모습을, 유 이사장은 처음에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전체 그림을 세팅해놓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진행되는 과정마다 생겨나는 여러 계기들을 통해 확장되어 온 것이 마중물의 오늘이다. 자발적으로 시작된 공동체가 이러한 규모를 갖추게 된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마중물이 지역사회에 펼치고 있는 공헌은 헤아릴 수가 없다. 산하에 시민교육센터와 사회정책연구소를 통해 시민의 토론과 대안정책 제시가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마북이라는 출판프로젝트를 통해 책 속에서 정의를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고민한다. 마샘이라는 각종 문화시설들이 들어서면서 건물의 가치도 상승했다. 톡톡에서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인형극 공연도 보여준다.

시청과 교육청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인천의 초중고 교사들과 공무원들을 교육하고, 청소년을 위한 대안교과서를 집필하는 일도 진행 중이다. 그저 먹고 즐기기만 하는 지역 축제를 문화의 축제로 탈바꿈시키려는 노력도 마중물의 몫이다.

선배시민센터는 마중물의 새로운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연세든 어르신들을 노인이 아니라 선배시민으로 부른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이곳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선배시민들은 돌봄을 받는 존재에서 돌보는 존재로 거듭나고 있다. 밖으로 나와 꽃밭을 가꾸고, 대학가 카페들에서 직접 바리스타가 되어 후배시민들을 섬긴기고 있다.

유범상 이사장이 마샘의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시민대학의 꿈, 서로를 보며 놀랄 준비를 하라

“북유럽에는 스터디 서클 데모크라시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성인의 60%가 학습 동아리에 참여하여 민주주의를 훈련한다는 거죠.”

유 이사장은 전국에 걸쳐 확산되고 있는 학습 동아리를 마중물의 중요한 성과로 소개한다. ‘북레터 상상상’을 통해 매달 책을 한 권씩 소개하고 베달하는데, 출판된 지 두 달 이내의 신간 중에서만 선정된다. ‘북레터 상상상’은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질문과 해설, 관련된 영화나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현재 이를 가지고 각지에서 학습 동아리가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제주도에서도 모임이 이뤄진다고.

시민대학의 설립은 유 이사장의 중요한 꿈 중 하나다. 이를 위해 마중물은 오늘도 꾸준히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손을 함께 하되 발까지 맞추지는 말자는 얘기를 해요. 서로가 가진 차이를 편하게 드러낼 수 있는 광장이 우리에게 필요한 거죠. 모든 걸 다 아는 사람도 없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도 없거든요.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겠다는 마음으로, 서로를 보며 깜짝 놀랄 준비를 한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성찰할 수 있다면, 이거야말로 성숙한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 마중물이 이러한 실현의 디딤돌, 마중물이 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박동웅 기자 v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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