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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덕희 해병이바다살리기운동본부장 “바다 보존이 미래 대한민국을 지키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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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덕희 해병이바다살리기운동본부장 “바다 보존이 미래 대한민국을 지키는 길입니다”
  • 박동웅 기자
  • 승인 2020.05.26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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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해병이바다살리기운동본부 이덕희 본부장, 청정해역 살리기 위해 평생 바쳐온 '해병 부사관'

 

해병이바다살리기운동본부 이덕희 본부장

“해병대에 지원하고 싶습니다.”

[KNS뉴스통신=박동웅 기자] 까까머리 소년의 갑작스런 선전포고에 가족들을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나라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 보려는 그 마음이 기특해서였을까. 흔쾌히 소년 이덕희의 선택을 존중해 주었다. 사실 그가 월남에 가려고 했던 것은 가족들은 상상도 못할 또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앞집 형님이 월남에 참전한 이후 그 집에 진귀한 선물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시장으로부터는 텔레비전, 서장으로부터는 냉장고……. 순간 그는 생각했다. 자신이 해병대가 되어 월남전에서 싸우다 전사하면 우리 가족의 형편이 나아질 것이라고.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은 갸륵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불효인줄도 모른 채 그는 그렇게 월남전 참전을 꿈꿔왔다. 물론 처음에는 “어린 나이에 무슨 해병대 지원이냐!”며 병무청 상사에게 꿀밤세례를 맞은 채 집에 돌아올밖에 없었지만, 끝내 그는 입대에 성공하고야 말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년 이덕희는 몰랐을 것이다. 자신이 아직까지 살아남아 나라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취재진에게 회원들의 활동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전방 포항으로 보내주십시오"

1967년, 월남 참전의 꿈을 안고 병에 입대한 그에게 복병이 찾아왔다. 바로 굶주림이었다. 가장 왕성하게 먹어야 할 나이에 배고픔은 본능을 거스르는 고통이었다. 순간 부사관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일반 병사들과 달리 밥을 많이 먹을 수 있었다. “그래. 저거다!” 싶었던 그는 부사관을 지원하게 되었다. 월남 참전의 꿈이 부사관이 되어 군대에 말뚝을 박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 셈이다. 물론 그가 처음 갔던 지역은 후방인 김포였다. 그러나 후방 지역은 도무지 성에 차지 않았고 남들이 기피하는 전방 지역에 보내달라는 선언을 하게 된다.

“저는 군대생활이 편합니다. 포항으로 보내주십시오!”

그는 귀신도 잡는다는 해병대에서 차원이 다른 지옥조 훈련을 견디어 내었다. 야밤에 귀신소리 녹음을 틀어놓은 산 속 화장터에 들어갔다 오는 훈련도 거뜬히 받을 정도가 되자, 나중에는 물에서 송장을 건지는 것도 거리낌이 없을 만큼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 전북 위도 여객선 침몰 당시 1회 잠수로 시신 24구를 인양하는 담대함을 보이기도 했다.

월남전의 총소리를 떠올리며 여전히 나라의 심부름꾼으로 살아가다

월남참전해병대전우회 회장직을 겸하고 있는 그는, 월남전 때의 총성을 아직 잊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 그 현장에서 죽어간 용사들에 대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약간의 각도 차이로 자기 대신 다른 용사가 총에 맞아 죽은 적도 있다. 그밖에도 그가 죽음을 각오하고 참전했던 것만큼, 죽을 위기는 계속되었다. 우기철 빗물에 녹슬은 수류탄 손잡이가 제대로 튀지 않아 지뢰밭에서 목숨을 구한 적이 있을 정도다.

죽을 각오로 싸웠지만 하늘의 뜻으로 아직 살아있다는 그는 먼저 떠난 용사들을 떠올리며 나라를 위해 죽을 때까지 봉사하며 살겠다는 각오로 지내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박애정신과 봉사정신으로 똘똘 뭉쳐있는 해병대 전우들과 해병이바다살리기운동본부를 세우기까지했다. 10년째 봉사활동을 이어가며 본부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본부장직이 어떤 감투가 아니라 ‘심부름꾼’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며 묵묵히 봉사하는 일에만 집중한다.

스케일이 다른 바다살리기 움직임

해병이바다살리기운동본부를 세우게 된 동기는 간단하다. 점점 쓰레기섬이 되어가는 바다를 보며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다를 지켜왔던 그들은 기름냄새와 온갖 쓰레기로 더러워진 바다를 보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들의 스케일은 남달랐다. 잠수능력을 가진 해병대 전우들까지 소속되어 있다 보니, 몇 시간만에도 몇 톤의 쓰레기를 건져낼 수 있었다. 해병대 전우들의 성과 덕에 바다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고 이제는 인천시, 중구청에서도 이 일에 협조를 해 주고 있다.

왜 ‘해병대’가 아니라 ‘해병이’알까?

이본부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궁금증을 지울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왜 해병대바다살리기운동본부가 아니라, 해병이바다살리기운동본부일까? 그에 대해 이본부장은 이렇게 대답한다.

“해병대라고 한다면, 해병대만이 참여할 수 있겠죠. 하지만 ‘해병이’라고 하게 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특별한 일에 참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의 바람대로 해병대 출신이 아님에도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선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명예 해병대가 되어 바다를 지키는 일에 동참하는 이들도 있고 바다 지키기 봉사를 위해 손발을 걷어붙인 청소년들도 있다. 그는 어린 친구들의 봉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하고 대견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다.

공중 위생업소에 코로나19방역을 하고 있다.

바다 살리기는 우리의 건강과 직결됩니다

이 일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바다 살리기에 관심이 적다. 이런 현실에 대해 이본부장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바다에 모든 쓰레기는 조류에 의해 연안에 쌓이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냥 바다의 일이나 남의 일로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 누구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예요. 바닷물에 녹아있는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폴을 물고기가 먹게 되고 결국 그것이 우리 식탁에 오르니까요. 요즘 우리사회를 곤경에 빠트리는 코로나19 또한 환경오염의 결과 아닐까요. 바다청결운동 외에 전염병 예방 방역활동도 펴고 있습니다.”

바다를 살리는 것에 대한 인식이 보다 더 널리 퍼지길 소망하는 그의 바람만큼이나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도 더욱 늘어나야 할 것이다. 그런 노력들이 모일 때 바다가 살고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가 살게 될 테니 말이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이기에, 이본부장은 오늘도 바다로 나아간다.

박동웅 기자 v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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