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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사설] 환자 볼모 수술거부는 집단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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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사설] 환자 볼모 수술거부는 집단이기주의
  • 편집인 사장 최 충 웅
  • 승인 2012.06.2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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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의사회는 다음 달 시행될 포괄수가제에 반대해 7월 1일부터 1주일간 백내장 수술을 중단하기로 결의했다.

포괄수가제(包括酬價制)란 동일질병 경우 의료 서비스의 양이나 질에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지급하는 일종의 진료비 정액제이다.

의사협회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국민의 의료 서비스 선택권을 빼앗는다"며 전면 거부를 선언한 상태다.

복지부는 "포괄수가제를 실시하는 목적은 합리적인 의료비와 의료이용을 유도하는 한편, 의료의 질도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국민들의 건강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과잉 진료로 환자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우선 백내장과 편도·맹장·탈장·치질·자궁·제왕절개 등 7개 질병에 대해 7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백내장 외 6개 질환의 수가는 7월부터 1.3~13.2% 오르는 반면, 백내장 수술은 10% 인하될 예정이어서 안과 의사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복지부 방침도 강경하다. “수술 거부 시 명백한 의료법 위반 행위인 만큼 강력한 법적 제재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산부인과, 외과, 이비인후과의사회도 12일 모임을 갖고 이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의약분업 사태 이후 12년만에 또 한번의 의료대란 파문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백내장 수술수가 인하는 2006년의 의사협회 자체 조사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보건당국은 5년 정도를 주기로 개별 진료의 난이도와 소요 비용을 평가해 수가를 재조정해왔다. 안과·내과·이비인후과 등의 진료과목별로 전체 의사의 진료비 수입 총액은 일정하게 유지시킨다는 전제 아래 의협 평가점수를 반영해 어떤 진료의 수가는 올리고 다른 진료의 수가를 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2006년 평가에서 의협은 안과 진료과목 중 안저검사·눈물분비기능검사 등에 대해선 평가점을 높게 줘 보건당국이 이들 진료의 수가를 5.9~46.5% 올렸다. 반면 백내장 수술에 대해선 난이도 등을 낮게 평가해 이번에 수가를 10% 인하하게 됐다고 한다. 복지부는 당시의 진료행위별 수가 조정으로 전국 안과의사들이 연간 298억원의 추가 수익을 보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안과의사회는 현재 중증 아닌 한쪽 눈 기준으로 84만 원인 백내장 수술 수가를 78만 원으로 깎으면, 18만원짜리 인공수정체 대신 5만∼6만원 하는 저가 인공수정체를 쓰고, 필요한 검사도 적당히 줄일 수밖에 없는데, 의사 양심상 이런 수술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방침은 완강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안과 의사들은 이미 99% 이상 백내장 수술에 대한 포괄수가제를 스스로 적용해 왔다"면서 "산부인과·외과 등 다른 과와 똑같은 공식에 따라 수가를 조정한 것인데, 안과의사들이 수술을 거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또 "정부는 오랜 기간 동안 시범사업과 충분한 평가를 거쳐 제도를 추진하게 된 것이며, 병의원의 80% 정도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을 받는 환자는 2010년 기준으로 연간 29만 명에 이른다. 질환의 특성상 거의 노인 환자가 많으며, 33개 주요 수술 중에서 환자가 가장 많다.

1주일간 수술 거부로 피해예상 수술 대기자는 수천 명이 넘을 것이다. 안과의사회와 의협은 “백내장은 응급치료가 필요하지 않아 1주일 정도 수술을 미뤄도 생명에 지장을 초래하진 않는다”고 하지만, 의사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환자 수술을 거부하면 환자를 볼모로 삼는 집단이기주의적 행동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환자를 담보로 집단 이익을 관철하려 한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의사들이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본업인 수술을 거부하는 것은 생명존중과 인술이 우선인 의료인다운 행동이 아니다. 예약을 하고 수술을 기다리는 수많은 환자의 고통과 불안해할 환자가족들의 심정을 고려하지 않은 비이성적인 결정이다. 무엇보다 환자의 권익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9월에도 조기 위암을 내시경으로 제거하는 시술(ESD)에 대해 건강보험 수가가 낮다는 이유로 의사들이 암환자의 진료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환자를 볼모로 하는 '수술 거부'라는 수단은 정부를 압박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온다. 경실련은 "수술거부는 명백한 의료법 위반으로 범죄행위"라며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의료계의 범죄행위에 대해 정부는 엄정대처하고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괄수가제 도입이 보건당국의 일방적 결정이 아니라 의사단체의 평가를 반영한 것이라면 포괄수가제를 우선 시행한 후 재(再)조정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복지부는 진료거부 움직임에 대해 "진료거부가 현실화된다 하더라도 진료공백이나 환자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 하겠다"고 했지만, 환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면밀 주도한 대비가 요구된다.
 
 

편집인 사장 최 충 웅 choongw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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