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5 18:51 (일)
[칼럼] 차이잉원(蔡英文) 당선과 향후 양안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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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차이잉원(蔡英文) 당선과 향후 양안 관계
  • 강병환 논설위원
  • 승인 2020.01.1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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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환 논설위원
강병환 논설위원(정치학 박사)

복은 겹쳐서 오지 않는 모양이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국민당은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2020년 1월 11일 실시한 총통선거와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진당 후보 차이잉원은 57.1%로 당선되었고, 1996년 총통 직선 선거 이래 최대의 표를 얻었다. 입법위원 선거에서도 민진당은 총 113석의 의석 중에 과반이 넘는 61석을 확보했다. 국민당 주석 우둔이(吳敦義)는 비례명단 안정권에 들지도 못했고 당일 사퇴를 발표했다. 이로써 대만독립을 당강(黨綱)으로 삼고 있는 민진당은 향후 4년 동안 개혁정책을 추진할 기본적인 원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차이잉원의 당선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은 많겠지만, 대략 네 가지 요소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미국과 홍콩 문제를 포함한 국제적 요인, 중국 요인, 국민당 내부 요인, 국민당 후보 한궈위(韓國瑜) 개인 요인이다.

첫째, 국제적 요인이다. 대만 문제의 본질은 미국 문제다. 미국의 대만해협에 대한 기본 원칙은 현상 유지다. 대만이 독립해 버리거나 중국과 통일한다면 그만큼 미국의 중국에 대한 레버리지는 감소한다. 오바마 시기, 중미 간에는 경쟁과 협력이라는 이중적 행보 속에서 그나마 전략적 파트너 관계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국민당과 공산당 간 정치 관계 개선의 기본 원칙인 ‘하나의 중국’에 대한 공통된 인식 즉 ‘92공식’도, 양안경제무역협정(ECFA)도 워싱턴의 입장에 크게 저촉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가 등장한 이후 워싱턴의 인식도 변화했다.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 트럼프의 인·태 전략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대만에 있다. 인·태전략보고서에서 무려 12차례나 대만을 강조했다. 그만큼 미국에 대한 대만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졌다. 더구나 친미항중(親美抗中)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차이잉원은 자칭 타칭 미국과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송환법(범죄인 인도 조례)으로 야기된 홍콩시위는‘일국양제(一國兩制)’에 뺨을 때린 격이었다. 원래 일국양제는 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덩샤오핑(鄧小平)의 고안(考案)이다. 먼저 홍콩, 마카오에 일국양제를 시범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그러므로 홍콩 사태는 대만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아직도 중국이 무장경찰 투입을 주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콩 시위에 대한 무력 진압은 곧 일국양제의 파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만의 여론조사에서 보여주듯이, 대만 민중은 일국양제를 환영하지 않는다. 더구나 친중국 성향의 국민당에서조차 일국양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일국양제의 본질은 결국 중앙과 지방 관계로 귀착된다. 현재 대만은 그 누구도 중국의 한 개 성으로 전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홍콩시위는 차이잉원의 선거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둘째, 중국 요인이다. 2016년 차이잉원이 집권한 이래, 기존에 존재했던 모든 협상 기제, 관방적 교류 채널은 중단되었다. 이로써 중국의 대만에 대한 압박도 맹렬해졌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경제압박, 군사훈련, 외교적 고립 작전을 병행하고 있다. 차이잉원 집권 이래 이미 7개국이나 단교를 겪어야만 했다. 그나마 후진타오(胡錦濤) 시기는 “제발 이혼만은 안된다”는 입장이었다면, 시진핑 시기에 들어와서는 아예 “나랑 결혼하지 않으면 차라리 널 죽여 버리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은 2019년 1월 2일 고대만동포서(告臺灣同胞書) 40주년 기념 담화에서‘일국양제 대만방안’탐색을 노골적으로 촉구했다. 특히 이번 선거 도중 왕리창(王立强) 사건이 발생했다. 호주로 망명한 중국의 정보원 왕리창은 외국언론에 대만과 홍콩에서의 공작 활동 연계를 폭로했고, 2018년 대만선거 개입, 이번 선거 개입을 지령받았다고 밝혔다.

셋째, 국민당 내부 구조의 문제다. 100년 전 국민당은 레닌식 혁명 정당으로 시작했다. 2000년 대만에서 처음으로 정당 교체가 있었던 이래, 국민당의 상층 구조는 중국과 농후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국민당이 집권하면, 양안관계 개선으로 생기는 권력과 자원의 분배권을 상층 구조가 누린다. 국민당의 상층구조는 권귀(權貴)계급이며, 기득이익 집단이다. 이로써 일련의 왕과 시종과 같은 체제가 만들어졌다. 내부에서 본다면, 상층구조의 이익은 베이징의 감각대로 따라가고, 하층 구조는 사회 주류민의에 따라간다. 상층 구조와 하층 구조 간에 홍구(鴻溝)가 존재한다. 바로 이점이 국민당 내부의 구조적 문제점이다. 국민당 상층부는 베이징에 대해서 감히‘민주’라는 두 글자를 꺼내지도 못하고, 반대로 대만 내부에서는 중국의 대리인 노릇을 하면서까지 시진핑과 탱고를 춘다. 대만 민중의 입장에서 본다면 타이상(臺商)을 위한 것인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마치 전쟁터에서 사병이 장군의 말머리를 보듯이, 국민당의 상층구조는 베이징을 그렇게 보고 있다. 국민당은 자기파멸의 복선을 이미 깔아놓았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전제적 중국과 연합하여 대만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 중국의 권위주의, 민주인사 탄압, 신쟝, 티베트의 종교탄압, 심지어 홍콩시위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래야만 베이징의 눈길을 받을 수 있고, 매판(買辦)의 사적인 주머니를 채울 수 있다. 마잉주 이래 국민당은 베이징에 대해서 이미 ‘민주’를 말하지 않는다. 현재로서 국민당은 대만의 민의를 따라 환골탈태의 방법은 없다. 더구나 이번 당내 초선 경쟁에서 규칙을 조작하여 분란이 일기도 했다. 폭스콘 회장 궈타이밍(郭台銘)의 국민당 참선과 사퇴가 이를 방증한다.

넷째, 한궈위(韓國瑜) 후보 개인 요소다. 일 년 전 지자체 선거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그 여세를 몰아 국민당 총통 후보가 되었다. 한궈위는 비전형적인 정치인물로 국민당 내부에서 주류가 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서민 친화적인 풍모는 대만에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번 선거로 인해 그의 서민적 형상도 물거품이 되었다. 서민적인 사람치고는 그의 재산은 너무 많았으며, 까오숑(高雄) 시장직을 유지한 채로 선거에 나서 법적인 쟁론을 일으켰고, 선거에 임하는 사람의 절박감도 보여주지 못했다. 배수의 진을 치는 용기는 부족했다. 특히 신좡(新莊) 왕씨 여인(王小姐)에게 송금한 600만 원(대만 달러)이 드러나면서 구설에 올라 이는 사실 여부를 떠나 그의 도덕성에 타격을 가했다.

향후 전망

차이잉원의 친미항중 노선은 현실이 될 것이다. 물론 미국은 대만 독립파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을 경계할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교묘히 활용하여 대만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도 힘을 얻을 것이다. 향후 미국과 대만 간의 협력은 심화할 것이고,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미국과 대만 간 FTA 협상도 곧 결실을 얻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만 내부의 문제는 대만인들의 정체성 분열이 가장 큰 중심에 있겠지만 대만 내부의 정치적 분열 또한 가속화될 것이다. 특히 국민당의 이합집산과 내부 비판의 목소리는 엄중해질 것이다. 이미 대만은 중국의 침투를 막기 위한 반삼투법(反滲透法)을 통과시키고, 대만독립의 목소리는 강화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이미 실행해 오고 있는 신남향정책(新南向政策)을 더욱더 강화될 것이고, 이는 일본과 동남아 제국과의 경제 관계를 높이고, 탈중국정책이 주류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차이잉원 정부가 이끄는 정치, 군사, 문화방면에서 대중국 정책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 역시 결국에는 대만 정체성 강화의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고, 대만독립의 방향으로 전진할 것이다. 만약 차이잉원 정부가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서 중국에 압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입장을 굳힌다면, 양안 간 군사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선택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민진당과 대만 민중 간 이간책(離間策)이다. 즉 대만 민중에는 회유책을 강화하고, 민진당에게는 강경책을 구사하거나 혹은 미국과 대만 사이의 이간책을 위해서 오히려 민진당에 더욱더 적극적인 평화공세를 펼 가능성도 있다. 다른 하나의 대응책은 대만에 대한 경제제재, 대만 고립화 정책, 군사적인 위협으로 나올 수도 있다. 노련한 베이징의 태도로 볼 때, 이간책과 강경책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시의적절하게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대응

중국이 대만에 압력을 가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주의가 필요하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관한 한국의 지지와 협력을 요구할 것이다. 과거 국민당 마잉주 시기에는 양안 관계 발전에 따라서, 한국 역시 대만과의 비정치적 교류를 촉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민진당이 집권하고, 양안 관계가 긴장국면으로 흐를 경우, 한국은 대만과의 비정치적 교류를 강화하기 어려운 구조에 직면한다. 그러므로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압박과 요구에 대해 한국 정부는 중국을 설득할 논리를 갖출 필요가 있다.

 

 

강병환 논설위원 sonamoo3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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