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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 박정희, 이병철, 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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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 박정희, 이병철, 정주영
  • 서영석 기자
  • 승인 2011.05.20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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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의 기적>

박정희, 이병철, 정주영


5.16  50주년 기념 역사 기록극

 

 한 때 대한민국은 거의 선진국이 된 양 샴페인을 터뜨렸다. 해방과 전쟁, 한강의 기적을 몸소 체험한 어른신들은 그 때의 향수를 생각하며 스스로들을 대견해 했다. 그 역사, 우리 한국의 현대사의 중심에서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쳤던 3인, 박정희, 이병철, 정주영을 소극장 공연에서 만날 수 있다.

 

바로 <한강의 기적, 박정희, 이병철, 정주영>(민중극단, 5월 13일 ~ 5월 29일, 대학로 알과핵소극장)이 그 공연이다. 그 세 사람은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렸고 또 가장 많은 이들의 피눈물을 강요했던 대표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경제를 표방하며 총과 칼, 고문으로 수 많은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했던 독재를, 역시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권력과 영합하여 법 위에서 재벌을 키워온 3인의 합작은 ‘한강의 기적’으로 미화되기도 한다.

 

꿀꿀이 죽 한 그릇에 간과 쓸개, 영혼까지 파는 인간들과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지향한 다양한 인간들의 정체성이 혼재된 우리의 역사에서 이미 고인이 된 그들의 업적이 어떻게 기록될 수 있을까? 특히 이들의 자제들은 아직 이 나라의 최상층 기득권 세력을 유지하며 그 권력과 부를 향유하고 있는데 일반인의 시각은 어떻게 드러날 것인가?

 

정진수 연출은 한국 연극사의 커다란 기둥으로 번역자, 대학교수로 극단 대표로 또 유명한 연출가로 평생 부(일반 연극인에 비해)와 명예를 누리며 지냈던 그가 과연 이런 연극을 제작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공로와 명예만 치장하는 과잉아부로 좀 더 권력과 부의 양지로에 집착하려는 의도(?)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훗날 얼굴 부끄러운 작업으로 귀결되는 확률도 배재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노파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민중극단은 제작의도에서, <한강의 기적>은 ‘5. 16 쿠데타’ 50주년이 되는 2011년을 맞아 박정희대통령 집권 18년간의 업적을 경제개발에 초점을 맞추어 그 의미를 되새기고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 보고자 한다. 비록 민주화에 역행한 그의 쿠데타는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인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도전이었다는 부정적 측면과 아시아에서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를 최단기간 내에 중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부문에서 역사적 이중성을 지녔다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동시에 한강의 기적은 흔히 말해져 오듯이 개발독재 시대에 박정희 개인의 리더쉽에 의해서만 이룩된 것이 아니라 이병철과 정주영으로 대표되는 탁월한 기업가들의 창의적 발상과 헌신적 노력과 더불어 우리 국민들의 근면과 열정이라는 저력이 또한 투여되었기에 가능했다.

 

흔히 개발독재 체제였기 때문에 경제발전이 가능했다거나 이와 반대로 민주체제였다 해도 경제발전은 가능했을 것이라는 논쟁이 가열되고 있으나 이 같은 일반론으로는 ‘기적’을 설명할 수 없다. 독재건 민주건 체제의 문제에 앞서 박정희와 이병철과 정주영 같은 특출한 개인이 존재했기에 기적은 일어날 수 있었다는 보수적 시각을 무시할 수 없는 것만은 사실이다.

 

 

2011년 5.16 50주년과 더불어 역시 창단 49주년을 맞은 ‘민중극단’은 지난해 6. 25 전쟁 60주년을 기념하여 공연한 <6.25 전쟁과 이승만>에 이어, 우리 현대사의 대립된 사관을 경제적 측면, 즉 긍정적 시각에서 조명하기 위해 이 공연을 기획하였다. 지난 해 창단 50주년을 맞은 실험극장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창단된 동인제극단 ‘민중극단’은, “기록극답게 영상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여 사실감을 높이고자 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한 이번 <한강의 기적>은 장기간에 걸쳐 보다 많은 전국의 관객들에게 우리 역사의 정확한 인식을 위해 5명이라는 최소 등장인물이 출연하는 소극장 연극으로 기획하였으며 김춘기, 이병술, 정병호 등 민중의 중진 단원들 외에 객원 출연진으로 정한용(15대 국회의원 역임), 장두이(서울예술대 교수) 등을 기용하여 정예 앙상블을 구축하였다.

 

작품의 줄거리는, 1961년 5. 16일 새벽 일단의 무장한 군인들이 한강 다리를 건너면서 우리나라의 역사는 크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무기력한 장면 정권을 무너뜨린 박정희는 제일 먼저 부정축재 기업인들을 구속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일본에 체류 중이었던 삼성의 이병철은 전 재산을 헌납한다는 성명을 내고 자진 귀국하여 박정희를 만난다.

 

최초로 대면한 이들은 기업인들을 처벌하는 대신 이들이 공장을 지어 국가에 헌납토록 하며 경제건설에 앞장서도록, 울산공업단지 개발 계획을 세워 우리나라 5천년 역사상 최초로 공업 근대화의 굉음과 함성이 울려 퍼지게 한다. 그러나 국정을 다스려본 경험이 없었던 박정희는 돌발적인 통화개혁을 시도 하는 등 시행착오를 반복하지만 특유의 집념으로 마침내 1964년에 수출 1억불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무려 2년이나 앞당겨 성공시킨다.

 

이에 고무된 박정희는 현대건설의 정주영을 끌어들여 소양댐 건설을 비롯하여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조선 사업에 나서며 이어 포항제철, 울산 석유화학 그리고 이병철의 삼성전자에 이르기까지 국가 기간산업 건설에 매진한다. 이어 1977년 말에 수출 백억불과 국민소득 1천불의 시대를 열어 마침내 북한의 경제를 앞지르며 바야흐로 중진국에 진입한다. 교육받은 중산층이 대두하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민주화의 열기는 분출하고 마침내 박정희 장기 집권 체제는 위기에 처하며 10. 26 사태로 말미암아 그의 18년 집권의 막은 내린다.

 

 

민중극단은 공연의 슬로건으로, “고민하는 젊음이여! 여기로 오라 - 젊음에게 주는 세 남자의 선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으로 하루를 사는 20대와 현실에 뭍혀 바쁘게 살아가는 30대. 그들에게 닥친 제1 명제는 생존(Survival)이다. 삶과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을 할 시기에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있는 우리의 젊은 세대, 그 젊은 세대에게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포기를 모르고 성장을 이룬 세 남자. 박정희와 이병철과 정주영.

 

그들도 인간이었기에 때로 갈등하고 좌절하고 반목하고 사욕을 탐하기도 했지만 결정적 순간에서 협력하고 인내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었다. 박정희의 ‘하면 된다’는 신념과 이병철의 ‘맡겼으면 믿으라’는 원칙과 정주영의 ‘해봤어?’의 도전 정신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서영석 기자 gnjal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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