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0 17:39 (수)
못난이를 위한 굿, ‘봄내굿’으로 ‘출사표’ 던진 연희연출가 선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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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를 위한 굿, ‘봄내굿’으로 ‘출사표’ 던진 연희연출가 선영욱
  • 박경호 기자
  • 승인 2019.10.29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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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춤추고, 버나 돌리고, 연기하는 연희자에서 연출가로 영역 확장한 ‘선영욱’

[KNS뉴스통신=박경호 기자] 연희연출가 ‘선영욱’이 2019 국립무형유산원의 신진 연출가 발굴 공모전 ‘출사표’에 선정되어, 모든 못난이들을 위한 굿 <봄내굿>을 다음달 9일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소공연장 무대에 올린다.

연희자에서 연출가로, ‘선영욱’의 출사표

‘선영욱’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우리 전통연희를 공부한 재담꾼, 배우다. 대표적인 1세대 창작연희단체 ‘연희집단 The 광대’의 사무국장으로, 어린이를 위한 연희극단체 ‘광대생각’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유명배우들을 배출한 우리나라 대표 연극이자, 1인 14역을 보여주는 1인극 <품바>의 17대 품바로 선정, The광대의 연희극 <아비찾아 뱅뱅돌아>, <굿모닝광대굿>,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창작연희작품부문 대상을 수상한 재담극 <자라>를 비롯해, 극단 미추의 <돌아온 박첨지> 등에 출연하며 우리 전통연희의 어법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연희배우로 활동을 펼쳐왔다.

20년 가까이 창작연희 작업을 하며, 전통연희를 이해하는 전문 연출가의 부재, 연극연출가에 의존하는 현실에 늘 아쉬움을 느꼈다. 다양한 창작연희 경험을 바탕으로 연희연출로 활동 영역을 넓힌 그는 ‘광대생각’의 덜미 인형극 <문둥왕자>, ‘음마갱깽’의 인형극 <내소원은> 연출 등을 맡았다. 그리고 2019년 전통공연 연출가 발굴공모전을 통해 온전히 ‘선영욱’의 이름을 내건 연희극 <봄내굿>으로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잊히고 있는 동해안별신굿의 작은 굿놀이를 하나의 연희극으로

봄내굿의 모티브는 동해안별신굿의 ‘춘향놀이’다. 굿의 절차 중 천왕굿에 부속된 ‘원님놀이’의 일부다. 여장한 남무 ‘춘향’과 ‘춘향오래비’ 등 남자 무당들이 관객을 신관사또로 모셔놓고 악기나 무구 등 소도구를 활용해 놀린다. 몇 날 며칠 이어지는 굿에 지친 무당과 관객들을 환기시키기 위해 펼치는 일종의 놀이인 것이다. 선영욱 연출은 춘향놀이의 놀이적, 연극적 매력에 주목하여 이를 한편의 완성된 굿놀이이자, 유쾌한 연희극으로 완성하고자 작품을 기획했다. 동해안별신굿 특유의 걸쭉한 사투리와, 재담, 굿음악을 기반으로 기존 춘향놀이의 놀이요소와 ‘봄내’의 이야기를 엮어 무대에 펼친다. 근래에 연행이 잦지 않은 절차이기 때문에, 이번 작품을 통해 그 가치가 주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모든 못난이들을 위한 굿

이 굿은 얼굴이 못나 남편 ‘이도령’에게 버림받은 것이 한이 되어 저승에도 가지 못한 귀신 ‘봄내’를 주인공으로 한다. 화랭이의 부름에 ‘봄내’라는 이름이 촌스럽다며 어여쁜 ‘춘향(春香)’이 되어 한을 풀고자 한다. 관객석에서 데려와 겨우 짝지은 신관사또는 다시 도망을 가버리지만, 춘향오래비는 봄내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세상 ‘못난이’들을 수청들어주는 이쁜 신이 되도록 기원해준다.

선영욱 연출의 글에서 “우리는 누구나 조금씩 못난 구석(콤플렉스)을 가지고 있고, 이를 감추기 위해 애쓴다. 감추고 덮으려 애쓸수록 이 ‘모난 것’은 더 크고 뾰족해진다. 모난 돌이 서로를 만나 몽돌이 되듯 내 모난 점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과정은 우리를 조금씩 둥글게 만든다. 봄내굿에서 봄내가 한을 푸는 것은 못난 얼굴이 예뻐지고 시집을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오라버니와 관객들 덕분이다”라며 “못난 구석을 털어주고 들어주는 이 굿이, 공연을 보는 못난이들을 몽돌로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공연의 의미를 밝혔다.

이번작품은 독보적인 ‘유쾌함’으로 독보적인 연희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연희자 안대천, 경기민요 소리꾼이자 연기, 연주까지 다재다능한 연희를 보여주고 있는 여성룡 그리고 굿과, 연희, 창작음악을 아우르는 음악가 황민왕이 출연하며, 선영욱과 오랜 기간 합을 맞춰온 조정일 작가가 대본을 썼다.

국립무형유산원의 전통공연 연출가 발굴 공모전 ‘출사표’는 국가무형문화재를 소재로 한 작품을 지원하여 전통예술 전문연출가를 발굴하는 사업이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4작품이 2019년 11월 2~23일 매주 토요일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소공연장에서 진행된다. 공연료는 무료로, 국립무형유산원 홈페이지에서 공연 열흘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다.

박경호 기자 pkh43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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